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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전쟁 와중에 뉴욕증시- 코스피 폭발 "역사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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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전쟁 와중에 뉴욕증시- 코스피 폭발 "역사의 교훈"

전쟁 끝나면 7조달러 유동성 돈 폭탄... 트럼프 승부수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전 고려대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전 고려대 교수
뉴욕증시가 또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중동의 하늘에 전운이 감돌고 포성이 끊이지 않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기이할 정도로 평온을 넘어 환호하고 있다. S&P 500과 나스닥는 물론 코스피 역시 6500선을 상회하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죽음과 파괴가 오가는 전쟁터의 비극과는 대조적이다. 자본시장은 이미 '종전 이후'의 장밋빛 미래를 선점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단순히 투기 세력의 일시적인 광기일까, 아니면 역사가 증명해 온 합리적인 기대의 발현일까.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가장 큰 원인은 '전쟁의 조기 종결'에 대한 강한 확신이다. 미국 법체계상 국회의 동의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전쟁의 물리적 기한과 트럼프 행정부가 공언해 온 단기전의 시나리오가 맞물리면서 자본시장 투자자들은 이번 갈등이 전면전으로 비화하기보다는 전략적 목적 달성 후 빠르게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주요 핵 시설과 미사일 기지를 타격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시장은 불확실성의 해소라는 측면에서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가 말하는 종전 특수와 ‘1973년의 경고’

경제학적 관점에서 전쟁과 주가의 상관관계는 매우 흥미롭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중동에서 발생한 여덟 차례의 굵직한 전쟁 사례를 복기해 보면 한 가지 뚜렷한 패턴이 발견된다. 전쟁 발발 초기에는 예외 없이 주가가 10~15%가량 폭락하며 극심한 공포 장세를 연출하지만, 종전 선언과 동시에 주가는 대 폭등으로 반전했다는 사실이다. 일곱 번의 전례 중 무려 여섯 번이 이러한 '종전 후 랠리'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현재 '선반영'의 위험을 무릅쓰고 주식을 사 모으는 근거도 바로 이 역사적 경험에 기반한다.
이대목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예외가 있다. 바로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욤 키푸르 전쟁)이다. 당시 시장은 종전 후에도 반등하지 못했고, 오히려 1년 동안 주가가 40% 이상 추가 폭락하는 참사를 겪었다. 이유는 명확했다. 전쟁의 파괴력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산유국들의 조직적인 감산으로 유가가 400% 이상 폭등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경제를 사상 초유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늪으로 몰아넣었다. 현재의 장세가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바로 이 '1973년의 유령'을 불러내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의 ‘실탄’과 유동성 장세의 서막

이번 전쟁 이후 경제의 향방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는 단연 '트럼프의 유동성 폭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이라는 정치적 사활이 걸린 시점에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위축된 민심을 달래고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그가 꺼내 들 카드는 자명하다. 바로 천문학적인 재정 지출이다.이미 이른바 'OBBBA법(크고 아름다운 법안)'을 통해 확보한 약 7조 달러(한화 약 1경 원) 규모의 실탄은 언제든 시장에 뿌려질 준비가 되어 있다. 소진된 미사일 창고를 채우기 위한 군수 산업의 재가동, 그리고 사우디와 쿠웨이트 등 걸프 국가들의 오일 머니를 동원한 대대적인 재건 사업은 전 세계 유동성을 폭발적으로 팽창시킬 것이다. 시장은 바로 이 '1경 원의 유동성'이 가져올 뜨거운 장세를 고대하며 미리 베팅하고 있는 셈이다.

물가와 금리, 두 마리 토끼의 딜레마

유동성의 파티 뒤에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청구서가 뒤따른다. 경제학에서는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을 '예술'의 경지로 비유한다. 한쪽을 잡으려 하면 다른 한쪽이 달아나는 필립스 곡선의 함정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의 재정 팽창이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나 유가 급등과 맞물린다면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현재 연준(Fed)의 물가 목표치는 2%이다. 지금 발표되고 있는 미국의 물가는 3%를 넘어서고 있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4%를 돌파한다면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 인하는커녕 오히려 '금리 인상 폭탄'이라는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부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려는 중앙은행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때 만약 물가도 못 잡고 성장도 멈추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1970년대의 암울한 스태그플레이션 시대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

현재의 주식 시장은 '트럼프의 유동성 공급력이 금리 인상의 충격보다 강할 것'이라는 기대에 올인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종전 후 장세가 좋았다는 통계는 유효하지만, 그것이 '무조건적 상승'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특히 자기 자본이 아닌 신용 융자를 통한 레버리지 투자는 변동성이 극대화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금융 시장은 정보가 모두에게 공개되는 순간 그 기능을 잃는다. 누구나 상승을 확신할 때가 가장 위험한 시점일 수 있다는 격언을 상기해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는 새(Early Bird)가 모이를 줍는다'는 말처럼, 시장의 전환점을 먼저 읽어내는 혜안은 필요하나, 그 기저에 깔린 물가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암초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지금 전쟁의 포화가 걷힌 자리에 꽃이 필지, 아니면 더 큰 불길이 번질지의 기로에 서 있다. 정부는 유동성 공급의 속도를 조절하며 스태그플레이션의 전조를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며, 투자자들은 막연한 낙관론보다는 데이터에 기반한 냉철한 판단력으로 대응해야 할 때다. 전쟁 이후의 경제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모습은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