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헬스케어는 예방 중심 의료로의 전환을 이끄는 핵심축이다.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보험료와 연계하는 구조는 의료비 절감과 건강 증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모델이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규제 구조다. 의료법과 개인정보 규제가 결합된 구조에서 보험사가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은 만보기, 운동량 측정 등 단순 관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질병 예측이나 리스크 분석과 같은 핵심 기능은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우리나라 헬스케어 환경은 인프라는 갖춰졌지만 ‘활용 단계’에서 멈춰 있는 구조다. 지난해 의료 마이데이터가 본격 시행되면서 데이터 전송·활용을 위한 법적 기반과 시스템은 이미 구축된 상태다. 개인이 자신의 건강정보를 조회·전송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됐고, 만성질환 관리나 복약지도 등 서비스 확대도 예고돼 있다.
그러나 핀란드나 호주·미국 등 해외 주요국의 경우 의료 데이터 활용을 위해 법·제도·시스템을 동시에 설계했고, 무엇보다 국민과 업계의 공감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공공이 데이터 주도권을 갖거나 자동가입(Opt-out) 방식 등을 통해 참여를 유도하면서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시켰다.
물론 해외에서도 데이터 보호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국은 의료 데이터 통합 정책을 추진하다 국민 공감대 확보에 실패해 사업이 중단된 사례도 있다. 단순한 규제 완화가 해법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핵심은 규제 완화 여부가 아니라 데이터 활용의 범위와 책임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설계하는 데 있다.
보험사는 데이터 기반 분석과 위험관리 역량을 갖고 있고, 의료계는 진단과 치료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두 축이 분절된 채 각자 영역에 머물러서는 예방·관리 중심의 서비스로 확장하기 어렵다. 현재 구조에서는 데이터가 쌓이지만 의료적 해석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의료 서비스는 사후 치료에 집중되는 비효율이 반복되고 있다.
역할을 분리하되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협력 구조를 설계해야만 데이터 기반 예방 모델이 실질적인 서비스로 작동할 수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에서는 앞으로 만성질환 관리, 요양, 복약지도 등 예방 중심 서비스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헬스케어 산업이 단순 부가사업이 아니라 미래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AIA생명의 ‘한국만 철수’는 이미 시장이 보내는 신호다. 헬스케어는 더 이상 특정 업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의료계와 산업이 함께 설계하는 ‘현실적인 협력 모델’이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