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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클래리티법 "가상화폐 양날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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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클래리티법 "가상화폐 양날의 검"

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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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클래리티법이 마침내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의 문턱을 넘었다. 최종 입법까지는 아직도 넘어어야 할 산이 있지만 상임위에서 15대 9라는 초당적 지지 속에 문턱을 넘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클래리티법의 영어 풀네임은 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이다.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디지털 자산을 제도권 금융 체계로 편입시키기 위해 미국 의회에 발의된 포괄적 기본법이다.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을 규정하고, 감독 기관 간의 관할권을 정립하는 것이 목적이다.

클래리티법은 크게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그 첫째가 관할권 획정 (Jurisdictional Clarity)이다. 가상자산이 '증권(Security)'인지 '상품(Commodity)'인지를 판별하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이에 따라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범위를 확정한다.둘째가 스테이블코인 규제 보완이다. 이미 통과된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보완하여, 결제형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및 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자(보상) 지급 문제와 은행권과의 이해상충을 조율한다. 그리로 셌째가 소비자 보호 및 시장 투명성이다. 거래소 및 수탁 기관의 의무를 강화하고, 자산 분리 보관 및 공시 의무를 명문화하여 제2의 FTX 사태를 방지하는 데 주력한다.

클래리티법은 단일 법안으로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수년간 미국 의회 내에서 논의된 여러 가상자산 관련 법안들이 통합되고 정교화되는 과정을 거쳐 탄생하였다. 2023년 7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와 농업위원회를 중심으로 '21세기를 위한 금융 혁신 및 기술 법안(FIT21)'이 발의되었다. 이는 가상자산 관할권을 나누는 최초의 대규모 시도로 평가받는다. 2024년 5월 FIT21 법안이 미 하원 본회의를 통과하며 가상자산 제도화의 물꼬를 텄다. 당시 상원에서는 규제 수위를 놓고 여야 간의 이견이 팽팽하여 최종 입법에는 이르지 못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을 먼저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지니어스법(GENIUS Act)'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2025년 7월: 지니어스법이 최종 입법 완료되었다. 이로써 결제형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준(Fed)의 감독권이 확립되었으나, 일반 가상자산(알트코인 등)에 대한 규제 공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2025년 11월: 지니어스법으로 해결되지 않은 '일반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과 '디파이(DeFi) 규제'를 포괄하는 클래리티법이 초당적으로 발의되었다. 2026년 1월 상원 은행위원회 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지급 허용 여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발생하며 한 차례 표결이 무산되었다. 2026년 5월 14일 전통 은행권의 우려를 반영하여 '단순 보유 시 이자 금지, 활동 기반 리워드 허용'이라는 수정안이 타협점을 찾으면서, 상원 은행위원회를 찬성 15표, 반대 9표로 통과하였다.

클래리티법의 상원 상임위 통과는 미국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집행에 의한 규제'에서 '법치에 기반한 규제'로 완전히 선회했음을 의미한다. 지니어스법(스테이블코인), CBDC 금지법과 더불어 가상자산 시장을 규율하는 '3대 입법 패키지'가 완성 단계에 접어들게 되었다. 세계 최대 금융 시장인 미국의 입법 모델은 향후 유럽의 MiCA(가상자산시장법) 등과 상호작용하며 글로벌 가상자산 규제의 표준(Standard)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상원 본회의 표결과 하원 재의결 과정이 남아 있으나, 초당적 지지를 확보한 만큼 2026년 내 최종 입법 완료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고위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 등 세부 수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막판 기싸움은 변수로 남아 있다.

클래리티법 통과는 비트코인이 탄생한 이후 17년 만에 맞이하는 가장 거대한 질서의 재편이다.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을 지배해온 '서부 개척시대'식 무법천지는 종언을 고하고, 이제는 명문화된 법령 아래 움직이는 '디지털 금융 제국'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클래리티법의 핵심은 법안 명칭 그대로 '명확성(Clarity)'이다. 그간 미국 가상자산 업계는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모호한 잣대와 '집행을 통한 규제'라는 강압적 방식에 시달려왔다. 무엇이 증권이고 무엇이 상품인지에 대한 기준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지는 사후 징벌은 혁신을 가로막는 족쇄였다. 이번 법안은 그 관할권을 명확히 획정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이다. 특정 토큰의 성격을 정의하는 법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시가총액 상위권에 포진한 이더리움과 솔라나 등 주요 알트코인들이 SEC의 '증권성'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주었다. 이는 기관 투자가들이 법적 리스크 없이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고속도로를 닦은 것과 다름없다. 이제 가상자산은 투기적 자산에서 '포트폴리오의 필수 구성 요소'로 격상되는 변곡점에 서 있다.

이미 2025년 입법화된 '지니어스법(GENIUS Act)'과의 상관관계는 이번 클래리티법의 실행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고리다. 지니어스법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요건과 준비금 의무화를 통해 '디지털 달러'의 안전판을 구축했다면, 클래리티법은 이를 실제 금융 거래와 이자(보상) 체계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매듭지었다. 특히 쟁점이 되었던 스테이블코인 이자 문제는 '단순 거치 시 금지, 활동 기반 리워드 허용'이라는 정교한 절충안으로 정리되었다. 이는 전통 은행권의 예금 이탈 공포를 달래는 동시에, 디파이(DeFi) 생태계의 유동성을 보존하려는 고도의 정치·경제적 계산이 깔린 결과다. 이제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수단을 넘어, 실물 자산(RWA)과 연결되는 금융의 가교 역할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게 될 것이다.

클래리티법의 시행은 시장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첫째, 기관 자금의 대유입이다. 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됨에 따라 연기금, 보험사 등 대형 기관들의 자금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넘어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다. 비트코인이 8만 달러를 돌파하며 신고가 랠리를 펼치는 현상은 이러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결과다.둘째, '준비되지 않은 프로젝트'의 퇴출이다. 규제 준수 비용이 상승함에 따라 명확한 사업 모델과 기술적 토대를 갖추지 못한 이른바 '잡코인'들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다. 이는 과거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아마존과 구글 같은 거대 기업이 살아남아 시장을 재편했던 역사적 교훈을 상기시킨다.셋째, 거시 경제 정책과의 동조화다. 현재 연방준비제도(Fed) 내에서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케빈 워시와 같은 인물들의 성향을 고려할 때,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편입은 인플레이션 억제와 유동성 관리의 새로운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클래리티법은 곧 글로벌 스탠다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거래소와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은 미국의 입법 속도에 맞춰 내부 통제 시스템과 자금세탁방지(AML) 기능을 고도화해야 할 것이다. 클래리티법 통과는 가상자산이라는 거친 파도를 제도화라는 제방 안으로 끌어들인 사건이다. 변화하는 법적 환경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그 안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반도체 초격차 전략으로 세계를 제패했던 것처럼, 디지털 금융의 질서 재편기에 우리는 다시 한번 '게임 체인저'로 거듭날 준비를 마쳐야 한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새로운 질서는 이미 시작되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