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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민의 프롭테크 '썰'] 예고된 재해를 막는 것이 진짜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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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민의 프롭테크 '썰'] 예고된 재해를 막는 것이 진짜 '경영'이다

정상민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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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민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장
재해는 어느 날 갑자기 터지지 않는다. 반드시 징조가 있다. 무시된 위험 신호와 미뤄진 점검, 형식만 남은 서류 그리고 '설마 우리 현장에서는'이라는 안일함이 쌓여 결국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사고 뒤에 남겨진 자료를 보면 늘 그렇다. 막을 수 있었다.

2026년 들어 중대재해를 둘러싼 법적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올해부터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이름·업종·규모·사고 원인이 국민에게 공개된다. 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곳은 별도로 공표된다. 사망 사고가 나면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고, 법인에는 최대 50억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이 적용 대상이다. 법의 무게가 이전과 다르다.

법이 이렇게 강해졌는데도 현장은 왜 바뀌지 않는 걸까. 산업재해 건수가 줄었다는 통계 뒤에는 사망 인원이 오히려 늘고, 사고가 점점 대형화되는 현실이 숨어 있다. 현장을 오래 봐온 전문가로서 그 이유를 꼽으라면 이렇게 말하겠다. 지금의 접근 방식은 사고가 난 뒤 책임을 묻는 데 집중하고 있을 뿐, 사고가 나지 않도록 막는 데는 취약하다. 법원도 이미 알고 있다. 최근 판례는 형식적인 안전 문서보다 '현장에서 실제로 이행했는가'를 들여다보는 방향이다. 서류 속의 안전은 사람을 지키지 못한다.

문제의 본질은 구조에 있다. 많은 사업장, 특히 중소기업에서 안전관리 담당자는 "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법령은 있는데 실행 기준이 모호하다. 전문 인력은 부족하고, 시스템은 없다. 그 공백에서 안전 업무는 후순위로 밀린다. 처벌을 강화해도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사고는 반복된다. 규정을 아는 것과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우리 협회는 이 구조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안전관리 KAPA 설루션, '세이프버디'와 '쉼'을 내놓았다. 이들은 전국 60여 곳 현장에서 실사용 중이다. '세이프버디'는 사업장 규모와 업종에 맞는 법정 안전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하고, 2만 건 이상의 위험 요소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저감 대책을 제안한다. 별도 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에서 문서 작성과 전자서명을 마칠 수 있어 현장 접근성이 높다. '쉼'은 화학물질 정보 관리, 인공지능(AI) 기반 근골격계 정밀 평가, 직무 스트레스 관리, 뇌심혈관 고위험군 스크리닝 등 산업보건의 핵심 과제 넷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처리한다.

보건관리자 한 사람이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중소 사업장에서 유용하다. 이들 설루션을 내세우며 '혁신'이나 '완성'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다. 다만 수십 년간 현장에서 반복되는 실수를 줄이고, 실행 가능한 안전체계를 갖추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경영자들에게 재차 강조하고 싶다. 안전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비용을 아끼는 게 아니다. 사고가 났을 때 치러야 할 더 큰 대가를 나중으로 미루는 것일 뿐이다. 사법부가 '실질적 이행 여부'를 들여다보는 지금, 안전을 조직 문화의 기본값으로 삼아야 한다. 올해부터 사업장 정보가 공개되는 시대, 뒤집어 생각하면 안전한 기업이 신뢰와 경쟁력을 증명하는 시대다.

사고는 그냥 오지 않는다. 막을 수 있었던 사고를 막는 것, 그것이 진짜 경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