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야구장·치킨집으로 이어진 AI 시대 산업외교
국빈급 환대 이후 한국 산업계의 실행력이 과제
국빈급 환대 이후 한국 산업계의 실행력이 과제
이미지 확대보기젠슨 황은 단순한 기업인이 아니다.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수장이고,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 방향을 가늠할 때 먼저 바라보는 인물 중 하나다. 그의 말 한마디는 반도체와 서버, 전력, 로봇, 자동차, 소프트웨어 시장까지 흔든다. 한국 산업계가 그를 '민간 국빈'처럼 맞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시대의 실질적 외교는 산업과 기술의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번 방한의 동선도 상징적이었다. 젠슨 황은 PC방에서 게임업계와 만났고, 야구장에서 시구를 했다. 이어 서울 강남의 치킨집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다시 만났다. 장소는 가볍지만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PC방은 GPU와 게임 생태계의 출발점이고, 야구장은 대중적 파급력을 보여주는 무대다. 치킨집 회동은 '깐부' 서사를 산업계 이벤트로 확장한 장면이었다.
그가 한국에서 주목한 분야도 분명하다. 반도체를 넘어 로봇과 제조, AI 인프라로 시야가 넓어졌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한국은 단순한 메모리 공급처가 아니다. 제조 기반과 반도체 생산 능력, 자동차와 로봇 기업, 플랫폼 기업을 함께 가진 드문 시장이다. AI가 데이터센터를 넘어 공장과 물류, 자동차, 로봇이 움직이는 현실 세계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국빈'이라는 표현은 그래서 유효하다. 젠슨 황에 대한 환대는 한국 산업계의 위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엔비디아라는 플랫폼 권력 앞에서 협력 조건을 더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박수를 보내는 것과 협상력을 갖는 것은 다르다. 사진을 남기는 것과 생태계 안에서 더 큰 몫을 가져오는 것도 다르다.
중요한 것은 이후의 실행이다. 반도체는 HBM을 넘어 시스템과 패키징, 인프라로 확장돼야 하고, 자동차와 로봇은 피지컬 AI 적용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은 AI 서비스를, 제조 기업은 AI 공장을, 정부는 전력과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 방한이 이벤트가 아니라 산업 전환의 분기점으로 남을 수 있다.
젠슨 황은 한국을 찾은 외국 기업인이었다. 하지만 한국 산업계는 그를 '민간 국빈'처럼 맞이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우리가 그를 얼마나 뜨겁게 환대했는가가 아니라 그가 떠난 뒤 무엇을 손에 쥘 것인가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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