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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뉴욕증시 돈먹는 하마 "IPO 흑역사" ... 스페이스X vs 아람코 (Ar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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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뉴욕증시 돈먹는 하마 "IPO 흑역사" ... 스페이스X vs 아람코 (Aramco)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전 고려대 교수  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전 고려대 교수
스페이스X ‘돈 먹는 하마’ 뉴욕증시 대폭락 오나?

금리 인상 공포 속 반도체 급락과 SPCX 폭탄이 부른 자본 대이동의 메커니즘


글로벌 금융시장이 잔인한 협공을 당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끈질긴 인플레이션 압박에 따른 금리 인상 공포가 다시금 월가를 지배하기 시작했고, 그간 증시를 견인하던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섹터는 고점 경계감과 차익실현 매물 폭탄 맞고 급락세를 연출 중이다. 거시경제적 환경이 이토록 취약해진 시점에, 뉴욕증시 전반의 유동성을 통째로 빨아들이는 거대한 자본의 블랙홀이 출현했다. 바로 기업가치 최대 1조 7,8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우주 항공·테크 거물, 스페이스X(SpaceX, 티커: SPCX)의 나스닥 상장이다.

스페이스X의 이번 IPO는 단순한 우량 기업의 제도권 진입이 아니다. 공모 조달 금액만 최대 860억 달러에 달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다. 문제는 현재 뉴욕증시가 이 거대한 포식자를 받아낼 만한 여유 자금이 없다는 점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연준의 긴축 기조로 시장의 전체 통화량(M2) 증가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스페이스X라는 ‘돈 먹는 하마’가 출현하자,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은 이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기 위해 기존의 우량 자산을 강제로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2019년 사우디 아람코 IPO와 3개월의 증시 잔혹사역사는 반복된다. 거대 공룡 기업의 상장이 멀쩡하던 자본시장의 유동성을 고갈시키고 지수를 끌어내린 전례는 불과 수년 전에도 존재했다. 2019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가 타다울 증시에 상장될 당시가 대표적이다. 당시 아람코는 약 294억 달러를 조달하며 역사상 최대 공모 기록을 세웠다. 아람코 상장을 전후로 글로벌 자본시장, 특히 신흥국 및 신재생에너지, 그리고 기존 글로벌 대형 에너지 섹터에서는 처참한 자금 유출이 일어났다. 사우디 아람코라는 초거대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의무적으로 편입해야 하는 전 세계 패시브 인덱스 펀드들과 중동 지역에 투자하던 액티브 자금들은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멀쩡한 주식들을 무차별적으로 내다 팔았다.

그 결과, 아람코 상장 직전 한 달 전부터 상장 후 3개월 이상 글로벌 증시는 극심한 유동성 경색에 시달렸다. 특정 종목의 펀더멘털 문제가 아니었다. 오직 ‘아람코를 사기 위한 현금 확보 목적’의 기계적 매도가 매일 수십억 달러씩 쏟아지자 전체 주식 시장의 하방 압력이 가중되었고, 지수는 3개월 넘게 지리멸렬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금의 스페이스X는 2019년의 아람코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다. 아람코는 사우디 본토 증시에 상장되어 글로벌 지수 직접 편입 영향력이 다소 제한적이었던 반면, 스페이스X는 글로벌 자본의 심장부인 미국 나스닥(NASDAQ)에 직행한다. 게다가 공모 규모(최대 860억 달러) 역시 아람코의 3배에 달한다. 과거 아람코 사태가 유발했던 3개월간의 증시 하락 궤적이 이번 스페이스X 상장 국면에서 더욱 파괴적인 형태로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금리 인상 공포와 반도체 착시의 종말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거시경제적 타이밍이다. 현재 월가는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방침을 넘어, 인플레이션 리바운드에 따른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마주하고 있다. 채권 금리가 치솟고 기술주들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그동안 지수를 억지로 떠받치던 반도체 섹터의 ‘초격차 착시 현상’마저 깨어지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가 영원할 것처럼 보였으나, 빅테크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CAPEX) 효율성 의문이 제기되면서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 그리고 아시아의 SK하이닉스와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고점 대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가 조정을 받기 시작하자 매수세는 실종되었고, 투자자들은 조금이라도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매도 버튼을 누르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시장이 취약해진 상태에서 스페이스X IPO는 불이 난 곳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기관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주가가 꺾이기 시작한 고PER 반도체 주식을 매도하여, 향후 수십 년간 우주 및 차세대 AI 인프라 시장을 독점할 것으로 예상되는 스페이스X의 공모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섹터에서 빠져나온 돈이 증시 내에서 순환매를 도는 것이 아니라, 스페이스X라는 거대한 싱크홀로 완전히 증발해 버리면서 뉴욕증시는 심각한 유동성 공백 상태에 직면했다.
<스페이스X 자금 대이동의 시간대별 4단계 타임테이블>

스페이스X IPO가 유발하는 자금 대이동은 무질서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월가의 정교한 금융 시스템과 인덱스 규칙에 따라 치밀하고도 파괴적인 메카니즘으로 전개된다.그 1단계는 상장 직전 주간 (~공모가 확정일까지)이다. 현금 확보의 대규모 매도 압력 자금 이동 규모가 기관 수요예측 청약 증거금 기준 약 1,700억 ~ 1,800억 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 헤지펀드, 국부펀드, 자산운용사들이 스페이스X 공모주 물량을 단 1주라도 더 받기 위해 전방위적인 현금 확보 작업에 착수했다. 이들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나스닥 상위 대형주뿐만 아니라 한국(KOSPI), 대만 증시 등 신흥국(이머징 마켓) 주식까지 무차별적으로 매도했다. 실제로 미국 상장 MSCI 한국지수 ETF(EWY) 등에서 급격한 자금 유출이 목격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모가 확정 직전까지 시장은 이유 없는 지수 눌림과 ‘돈 가뭄’ 현상을 겪게 되며, 확정 이후 탈락한 미배정 납입금(약 900억~1,000억 달러)이 일시에 반환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단기 변동성이 극에 달한다.

2단계는 상장 당일 및 직후 2주간 (1~14거래일): 액티브 펀드의 프런트 러닝 습격이다. 자금 이동 규모는 액티브 및 헤지펀드 선매수 자금 약 200억 ~ 250억 달러이다. 공모 청약에서 원하는 물량을 채우지 못한 거대 액티브 펀드들과 헤지펀드들이 상장 당일부터 장내에서 스페이스X 주식을 맹렬히 쓸어 담기 시작한다. 이들이 이토록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이유는 상장 15거래일 뒤에 전 세계 패시브 펀드들이 기계적으로 주식을 사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프런트 러닝(Front-Running, 선매수)’ 메카니즘이 작동하면서 스페이스X의 주가는 비이성적인 오버슈팅(과열)을 보일 수 있으나, 반대로 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존 기술주 섹터의 매도 압력은 더욱 가중된다.

3단계는 상장 15거래일째이다. 나스닥 100 패시브 펀드의 ‘강제 리밸런싱’ 폭탄이 예정되어있다. 자금 이동 규모는 순수 패시브 자금 리밸런싱 약 130억 ~ 180억 달러 (약 18조 ~ 25조 원) 이다. 나스닥 거래소는 이번 스페이스X를 유치하기 위해 지수 편입 대기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단 15거래일로 단축하는 파격 특혜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QQQ 등 나스닥 100 지수를 추종하는 총 1조 달러 규모의 패시브 펀드들은 스페이스X의 지수 내 예상 비중(약 1.5%~1.8%)만큼 스페이스X 주식을 무조건 기계적으로 매수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패시브 펀드의 자산 규모는 일정하므로, 스페이스X를 신규 매수하기 위해 기존 나스닥 상위 99개 종목을 비중대로 강제 매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엔비디아 한 종목에서만 약 13억 달러의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등, 이날 뉴욕증시는 거대 대형주들의 비중 축소 매물과 스페이스X의 매수세가 정면 충돌하며 지수 전반이 뒤흔들리는 메카니즘을 겪게 된다.

4단계는 상장 6개월 이후 (중장기 국면)이다. 보호예수(Lock-up) 해제와 S&P 500 편입이 이슈이다. 자금 이동 규모는 보호예수 해제 물량 및 향후 S&P 500 편입 자금 약 350억 ~ 450억 달러이다. 일론 머스크와 핵심 경영진은 366일간 주식을 팔 수 없도록 묶어두었으나, 초기 벤처캐피털(VC)과 구주주, 그리고 일반 직원들이 보유한 물량은 상장 180일(6개월)이 지나는 시점에 보호예수가 대거 해제된다. 패시브 펀드가 소화해 준 유동성 위로 엄청난 규모의 구주 물량이 쏟아지는 ‘오버행(물량 부담)’ 리스크가 발생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 스페이스X가 4분기 연속 누적 흑자 등의 요건을 맞춰 S&P 500 지수 편입까지 시도하게 되면 나스닥 100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조 달러 규모의 S&P 500 패시브 펀드 리밸런싱이 시작되며 뉴욕증시 전반의 자본 재편과 2차 자금 대이동 충격이 발생한다.

스페이스X의 IPO가 유발하는 자본 대이동은 양날의 검이다.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사상 최대의 공모와 강제 리밸런싱은 기존 빅테크와 반도체 섹터의 '피(유동성)'를 뽑아내어 시장에 단기적인 유동성 발작이나 지수 눌림이라는 충격을 안겨줄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과거 아람코가 증시에 안겼던 3개월간의 긴 침체기가 이를 증명한다. 물론 이 충격은 파멸을 부르는 폭락이 아니라, 새로운 주도 산업을 탄생시키기 위한 통과 의례이자 '창조적 파괴'에 가깝다. 스페이스X로 흘러 들어간 수백억 달러의 자금은 지구의 한계를 넘어 우주 영토를 개척하고, 저궤도 통신망을 혁신하며, 인류의 테크 인프라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위대한 마중물이 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당장 눈앞에 펼쳐질 4단계 자금 대이동 타임테이블의 변동성에 철저히 대비하되, 그 배후에서 고동치고 있는 우주 경제 시대의 위대한 개막을 놓쳐서는 안 된다. 단기 유동성 블랙홀의 공포를 이겨내고 장기적인 산업 패러다임의 시프트(Shift)를 읽어내는 자만이, 이번 뉴욕증시 역사상 가장 거대한 자본 재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진정한 부의 기회를 포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