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초거대 자본과 최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생태계를 등에 업고 글로벌 기술 시장을 호령하던 오픈AI로서는 중대한 위기이다. 오픈AI의 시작은 글로벌 빅테크 공룡 구글(Google)에 대한 반발과 공포였다. 2010년대 초반, 구글은 AI 벤처기업 딥마인드(DeepMind)를 인수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연구 인력과 데이터를 독식하고 있었다. 당시 구글 내부에서는 브레인 팀과 딥마인드가 결합하여 독보적인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었으나, 이 기술들은 구글의 폐쇄적인 생태계 내부에서만 통제되고 있었다.
기술 생태계의 선구자들은 특정 거대 기업이 AI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도구를 독점할 경우 발생할 위험성을 경고했다. "AI가 특정 빅테크의 사적 이익을 위한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기술자들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번져나갔다. 구글의 폐쇄적 독점에 반기를 들고, AI 기술을 전 세계에 공개(Open)하여 인류 전체의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핵심 연구원들이 구글과 기존 학계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구글 탈출’의 중심에는 요슈아 벤지오, 일리야 수츠케버 등 당대 최고 수준의 딥러닝 연구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거대 기업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안전한 연구 환경을 갈망했고, 이들의 이상에 자본과 경영 능력을 결합한 인물이 바로 올트만(Sam Altman)과 일론 머스크(Elon Musk)였다.
2015년 12월, 오픈AI는 기존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사무실에서 공식 출범했다. 출범 당시 오픈AI의 가장 큰 특징은 주주에게 이윤을 환원하는 일반적인 기술 스타트업이 아닌, '비영리 연구법인(Non-profit Research Lab)' 형태를 취했다는 점이다. 초기 설립 목적은 명확했다. 안전하고 이로운 범용인공지능(AGI)을 개발하여 그 성과를 전 세계에 무상으로 공개하는 것이었다. 오픈AI는 정관을 통해 특정 기업이나 주주의 이익이 아닌 '인류 전체의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내걸었다. 일론 머스크, 샘 올트만, 피터 틸, 리드 호프만 등 실리콘밸리의 거두들은 10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기부를 약속하며 이 이상주의적 실험에 힘을 실어주었다.
2018년, 머스크는 오픈AI의 연구 속도가 구글에 뒤처지고 있다고 판단하여 본인이 직접 오픈AI의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테슬라 하부로 흡수 통합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샘 올트만과 일리야 수츠케버를 비롯한 창립 멤버들은 머스크 1인 체제로의 귀속이 비영리 법인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머스크는 이사회에서 물러났고, 약속했던 기부금 집행을 중단했다. 이 이별은 훗날 치열한 법정 소송전으로 비화되었다. 머스크는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하고 영리 목적의 자회사를 설립하자, "오픈AI가 창립 당시의 비영리 이념을 배신하고 영리 기업으로 변질되었다"며 올트만과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단순한 개인 간의 감정싸움이 아니라, AI 기술의 상업화와 비영리적 안전성 사이의 근본적인 철학적 충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머스크의 이탈 이후 오픈AI는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했다. 파라미터(매개변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거대언어모델(LLM)을 훈련하기 위해서는 수만 대의 최첨단 GPU 반도체와 엄청난 전력 비용이 필수적이었다. 비영리 기부금만으로는 초거대 AI 모델 개발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컴퓨팅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2019년, 샘 올트만은 파격적인 구조 개편을 감행했다. 비영리 법인의 통제를 받는 '제한된 영리 자회사(Capped-Profit Company)'를 설립한 것이다.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일정 수준(초기 투자금의 100배 등)으로 제한하되, 외부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창구를 열었다. 이때 손을 잡은 인물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수십억 달러의 자금과 함께 자사의 클라우드 인프라 '애저(Azure)'를 독점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오픈AI는 세계 최고 수준의 컴퓨팅 파워를 확보했고, 2022년 말 세상에 '챗GPT(ChatGPT)'를 선보이며 세계 AI 혁명의 중심에 섰다.
비영리 이사회와 영리 자회사의 기이한 양두체제 구조는 내부에서 거대한 시한폭탄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2023년 11월, 실리콘밸리 역사에 기록될 초대형 쿠데타가 일어났다. 오픈AI 이사회가 최고경영자 샘 올트만을 기습적으로 전격 해임한 것이다.
이 사태의 핵심 내막은 '상업적 속도전'과 'Safety(안전성)'의 충돌이었다. 수석 과학자 일리야 수츠케버를 위시한 안전주의파 이사들은 올트만이 AI의 위험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상업적 성과를 위해 제품 출시를 강행하고 있다고 보았다. 특히 차세대 모델 개발 과정에서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기술적 징후를 올트만이 이사회에 투명하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불신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해임 직후, 오픈AI 내부와 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즉각 올트만을 자사 AI 팀의 수장으로 영입하겠다고 발표했고, 오픈AI 전 직원의 90% 이상이 "올트만을 복귀시키지 않으면 전원 사직하고 MS로 이직하겠다"는 서명서에 서명했다.
비영리 법인의 사명을 버리고 자본주의식 상업화 경쟁에 뛰어든 이후 오픈AI는 강력한 도전자들의 표적이 되었다.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앤스로픽의 클로드(Claude) 등 기존 빅테크의 추격도 매서웠지만, 진짜 위기는 중국 중심의 '문샷(Moonshot)'과 같은 오픈소스 및 고효율 AI 프로젝트의 등장이었다. 문샷 프로젝트는 오픈AI가 구축해 놓은 거대 모델의 비용 구조를 파괴하며 막대한 컴퓨팅 파워 없이도 고성능을 내는 차세대 알고리즘과 반도체 설계를 선보였다. 이에 따라 오픈AI의 독점적 프리미엄은 빠르게 희석되었고, 천문학적인 서버 유지비와 반도체 구매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수익 구조에 비상이 걸렸다.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던 것도 바로 오픈AI의 독점력이 영원할 것이라는 전제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샷의 도전으로 오픈AI의 기술적 호위무사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소프트뱅크의 주가가 폭락하고 글로벌 AI 투심이 congelation(냉각)되는 연쇄 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오픈AI는 구글의 독점에 반기를 든 이상주의자들의 결의로 출발했으나, 자본의 논리와 기술 생존 경쟁 속에서 스스로 거대한 영리 공룡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론 머스크와의 법적 갈등, 내부 이사회의 쿠데타, 안전성 담론의 퇴조라는 유혈극을 치렀다.
이제 '원조 개척자' 오픈AI는 외부의 새로운 도전자인 문샷의 거센 추격과 최대 주주 소프트뱅크의 재무적 위기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단순히 거대한 반도체 파라미터 싸움에 의존하는 시대는 끝났다. 오픈AI가 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초격차를 만들어낼 것인가, 아니면 AI 혁명의 방아쇠만 당긴 채 자본의 무게와 후발 주자들의 기술 추격에 짓눌려 사라질 것인가. 오픈AI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