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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골드만삭스 충격 보고서...반도체 또 한번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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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골드만삭스 충격 보고서...반도체 또 한번의 위기?

코스피 목표가 25% 싹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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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전 고려대 교수
골드만삭스너마저… 코스피 목표가 25% ‘싹둑’

올해 코스피 강세론의 선봉에는 골드만삭스가 있었다. 골드만삭스는 4월 7,000이던 코스피 12개월 목표치를 8,000으로 올렸고, 5월에 9,000, 6월에는 12,000까지 끌어올렸다. 6월 하순 글로벌 AI 매도세로 지수가 하루 8~9%씩 무너질 때도 ‘강세장 속 기술적 조정’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9월에도 12,000을 유지했다. 그런 골드만삭스가 10월 25일자 보고서에서 목표치를 9,000으로 25% 낮췄다. 시장에서 “골드만삭스 너마저”라는 탄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먼저 하향 조정의 이유를 정확히 짚어야 한다. 골드만삭스는 기업 이익 전망을 낮췄다고 하지 않았다. 바꾼 것은 시장이 그 이익에 얼마의 값을 매길지에 대한 가정, 곧 밸류에이션 배수다. 골드만삭스의 목표치는 12개월 선행 이익에 일정한 주가수익비율(PER)을 곱해 산출된다. 9월까지 적용한 배수는 7.5배였다. 코스피가 6월 고점 대비 35% 넘게 급락하면서 선행 PER은 4배 안팎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 집계로 18개 주요 시장 가운데 2006년 이후 처음 보는 수준이다. 시장이 주는 배수가 4배인데 7.5배를 고집하는 것은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셈이다.

시장이 이토록 냉정해진 배경은 AI 트레이드의 균열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면서 코스피는 사실상 AI 반도체 지수가 됐다. 빅테크의 천문학적 인프라 투자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 치솟는 자금 조달 비용을 감당할 만큼 수익이 나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자 매물은 반도체에서 시작해 시장 전체로 번졌다. 올해 세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한국 증시가 불과 넉 달 만에 세계에서 가장 싼 시장, 인도네시아의 절반 값 시장으로 전락했다.
그렇다면 재상승은 가능한가. 골드만삭스의 답은 분명히 ‘그렇다’이다. 낮춘 목표치 9,000도 현 지수 대비 60% 이상 높은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지금의 반도체 주가가 2027년 업종 이익이 65% 감소한다는 시나리오를 반영하고 있다고 추정하며, 이를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고 평가했다. 메모리를 제외한 나머지 절반의 종목도 선행 PER 7.6배에 불과하다. 전력, 산업재, 지배구조 개선 관련주, 내수 리플레이션과 K-컬처 수혜주를 여전히 유망하다고 꼽은 것도 반도체 밖에서 기회를 찾으라는 주문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PER 4배는 싸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시장이 이익 추정치 자체를 믿지 않는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메모리 반도체의 역사는 초호황 뒤 가격 급락의 반복이었다. 이익이 실제로 꺾인다면 지금의 4배는 결코 싼 값이 아니다. 이른바 가치 함정이다. 결국 재상승의 열쇠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빅테크의 설비투자가 계획대로 집행되는지, 메모리 가격이 버텨주는지, AI가 실제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으로 증명되는지다. 이 셋이 확인되면 저평가 해소의 탄력은 클 것이고, 어긋나면 반등은 기술적 반등에 그칠 것이다.

이쯤에서 골드만삭스가 어떤 곳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1869년 독일계 이민자 마커스 골드만이 뉴욕에서 어음 중개로 출발한 이 회사는 150여 년 만에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이 됐다. 로버트 루빈, 헨리 폴슨, 스티븐 므누신 등 미국 재무장관을 잇달아 배출해 ‘거버먼트 삭스’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 리서치 보고서 한 장이 글로벌 자금의 흐름을 바꾼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그림자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고객에게 모기지 관련 상품을 팔면서 반대 방향에 베팅했다는 혐의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5억5,000만 달러를 내고 합의했다. 말레이시아 국부펀드 1MDB 스캔들에도 연루됐다. 전망이 크게 빗나간 사례도 있다. 2008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지만, 유가는 그해 7월 147달러를 정점으로 연말 30달러대로 폭락했다. 올해 코스피도 마찬가지다. 골드만삭스는 6월에 과거 최악의 국면을 대입해도 하방 지지선은 7,820이라고 했지만 그 선은 이미 깨졌다.

골드만삭스는 믿을 만한가. 답은 ‘숫자가 아니라 논리를 믿으라’는 것이다. 증권사의 목표치는 예언이 아니라 가정의 산물이다. 가정이 바뀌면 목표치도 바뀐다. 분석의 정교함과 방향을 맞히는 능력, 타이밍을 맞히는 능력은 서로 별개다. 이번 보고서의 가치도 9,000이라는 숫자보다 ‘시장이 반도체 이익 65% 급감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진단에 있다. 투자자가 물어야 할 질문은 골드만삭스를 믿느냐가 아니라, 내년 반도체 이익이 정말 그만큼 무너질 것이라고 보느냐다. 그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