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이 소식을 접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명확했다. 이 돈은 원래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돈인가.
산업안전보건법 제72조에 따르면, 건설공사에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은 공사금액에 별도로 계상해야 한다. 근로자가 추락하지 않도록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위험한 설비를 개선하며, 필요한 보호구를 지급하기 위해 법이 미리 떼어놓은 돈이다.
그렇다면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의 생명을 위해 법으로 따로 확보한 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했는데, 과태료만으로 정말 충분한가. 수조 원대 사업을 수행하는 대기업에 부과되는 수천만 원 수준의 과태료가 실제 행동을 바꾸는 억제력을 갖고 있는가.
제도가 없는 것이 아니라 현장까지 도달하지 않는 것
우리 산업안전의 진정한 문제는 정책 부족이 아니다. 이미 법이 있고, 기준이 있으며, 절차가 있다. 안전난간을 설치하도록 규정했지만 설치되지 않는다. 보호구를 지급하도록 명시했지만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 위험성평가는 서류 작성으로만 끝난다. 안전관리비가 있는데도 다른 목적으로 사용된다. 문제의 핵심은 제도 자체가 아니라 그 제도가 가장 위험한 현장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고용노동부의 발표를 보면 2025년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 605명 중 58%인 351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이거나 50억 원 미만의 건설현장에서 발생했다. 5인·5억 원 미만 초소규모 사업장에서만 해도 67명이 사망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이 있다. 감독체계와 행정력이 접근하기 쉬운 대규모 사업장에 집중되고 있지는 않은가. 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하고 정부의 도움이 절실한 소규모 현장이 결국 감독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지는 않은가. 통계가 이를 명확히 말해주고 있다.
근로감독관은 사고 예방의 마지막 연결고리
근로감독관은 단순히 법 위반을 찾아 과태료를 부과하는 사람이 아니다. 법과 제도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마지막 연결고리며, 그 끝에는 근로자의 생명과 한 가족의 삶이 있다.
규모가 작을수록 안전관리 담당자가 없고, 판단할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관리비가 사업주나 현장관리자의 편의에 따라 집행될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감독관이 자주 찾아가야 할 현장은 오히려 이런 취약한 곳들이다. 여기서 마주하는 또 다른 역설이 있다. 사고가 난 뒤 기업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다. 작업이 중단되고 수사가 시작되며 수억 원을 쏟아붓는다. 그러면서도 사고가 나기 전에 사람을 보호하라고 법으로 확보해 놓은 돈의 부적절한 사용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사고 이후의 수억 원보다 사고 이전의 수천만 원이 더 소중할 수 있다. 그 수천만 원으로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면 더욱 그렇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가 어디에 사용됐는지만 묻지 말자. 그 돈으로 누구를 지킬 수 있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설치했어야 할 안전시설이 없었는가. 개선했어야 할 위험요인이 방치됐는가. 지급했어야 할 보호구가 빠졌는가.
예방은 '무엇을 했는가'를 묻는 것이 아니다. '사고가 나기 전에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