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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파트값 오른다던데…“집 사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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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파트값 오른다던데…“집 사도 될까요?”

1분기 주택거래량 27만건, 10년 만에 최대...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폭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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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역주변 아파트 전경
[글로벌이코노믹 최인웅 기자] “요즘엔 주말에 분양하는 모델하우스 둘러보는 게 일이에요”

서울 강동구 암사동의 한 중개업소에 전세물건을 알아보러 온 박 모씨(55세)는 오는 9월 전세만기를 앞두고 걱정이 많다. 집주인이 벌써부터 월세로 전환할 거라며 혹시 다른 계획이 있으면 미리 준비하라고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박 씨는 전셋값이 앞으로도 계속 오른다고 해 이 참에 매매로 전환해 볼까라는 생각도 해봤다고 한다.

그는 “부동산에선 매매값이나 전세값 차이가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이 참에 대출받아 매매로 전환해보라고 종종 권유하곤 한다”며 “그래도 기존 주택보다는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가 살기도 좋고 나중에 오를 가망성도 크지 않을까 싶어 요즘엔 신규 분양에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올 들어 주택거래량 및 신규분양 역대 최대...설 이후 매매전환 수요 증가


작년 말부터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전셋값에 질린 수요자들이 이제는 서서히 매매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주택거래량은 27만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 2006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특히 서울에서만 4만5000여건이 거래돼 작년대비 30%, 수도권도 같은 기간 13만 건으로 작년보다 22.5% 각각 증가하며 평균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수도권 청약 1순위 요건완화 등 청약제도 간소화와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부동산규제 완화로 건설사들의 신규분양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이달에만 서울 및 수도권에서 3만7000가구, 지방도 2만가구 등 총 5만7000가구가 신규로 분양, 기존 역대 최대물량인 2007년 12월(5만4843가구)를 넘어설 전망이다.

올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6개 대형 건설회사의 신규분양 물량은 9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대비 73% 증가한 규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 1분기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상승폭도 커지고 있다. 서울은 0.98%, 경기 및 인천은 0.96%, 신도시는 0.69%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특히 서울과 경기,인천지역의 매매가 상승률은 작년 1분기보다 0.29% 포인트, 0.51% 포인트 각각 높아졌다.

업계에선 정부의 규제완화 대책과 전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지자 매매전환 수요가 서서히 늘기 시작하고, 기준금리가 1%대로 인하돼 대출이자 부담이 줄면서 대출을 끼고 매매 거래에 나선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세가격이 매매가의 턱밑까지 차오르면서 전세보증금 반환 위험이 커진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초저리 주택담보대출 상품 등을 활용해 내 집 마련에 나서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주택가격은 과거 급등기처럼 폭등하지 않는 실수요 구매패턴이 올 봄 주택거래시장의 특징적 요소”라고 분석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박사는 “지난해부터 집중되고 있는 부동산대책과 금리인하 등의 정책들은 신규주택 구매를 위한 측면이 강하다”며 “현재 서울 및 수도권 전세입자 중 집을 구매할 여력이 있는 일부가 매매전환 수요로 갈아타거나 각각의 이유로 집을 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서울 및 수도권은 1인 가구들이 많아 자가 비율이 50%가 채 안되기 때문에 정부도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자가 비율을 끌어올리려 애쓰고 있지만, 지방은 자가 비율이 60%가 넘기 때문에 서울 및 수도권과 달리 정부 차원에서 굳이 집을 사라고 권유할 이유가 별로 없다”며 “서울 및 수도권에선 자가 비율이 적어도 반 정도는 돼야 전월세 시장이 안정화 될 것”으로 예상했다.

곧 철거에 들어갈 가락시영재건축 단지이미지 확대보기
곧 철거에 들어갈 가락시영재건축 단지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 서초구 작년보다 아파트값 수천만원씩 상승...일부 투자수요도 포착

그렇다면 현장에선 어떨까? 올 1분기 서울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작년 말부터 시작된 재건축 이주수요로 인해 강동구와 서초구, 강남구 등의 주변지역이 크게 올랐고, 경기 권에선 광명과 안산, 수지, 광교 등을 중심으로 상승폭이 컸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서울 강남권은 강동구와 서초구 재건축 이주수요로, 강북 노원구 등은 전셋값 상승으로 인한 매매전환 수요가 작용해 집값이 올랐다”며 “경기 권에선 광명이 역세권개발과 인구유입이 늘어나며 상승폭이 커졌고, 안산도 재건축 이주수요로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신도시 중에선 광교와 용인 수지가 신분당선 호재로 집값이 탄력을 받고 있으며, 지방에선 대구가 여전히 상승폭이 유지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강동구 고덕 재건축단지 인근의 한 A중개업자는 “전셋값은 작년말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매매값은 설 이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며 “인근 현대 ‘아이파크’ 20평대 가격이 5억3000만원, 30평대가 6억8000만원 전후, 롯데캐슬이 20평대가 5억500만원, 30평대가 6억대 초반으로 작년 말보다 2000만~3000만원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또한 곧 철거가 예정된 송파구 가락시영재건축 인근 아파트들도 탄력을 받고 있다. 현재 송파역 바로 앞에 위치한 동부센트레빌의 경우 전용면적 84㎡(30평대) 가격이 작년 5억7000만원 전후에서 거래됐지만, 현재는 6억2000만~6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인근의 B중개업자는 “집값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가락시영 재건축 입주권도 작년 30평대 기준 총 투자비용이 7억6000만원 전후였지만 현재는 8억원까지 올랐다”며 “여기 주변지역은 나홀로 아파트와 복도식 아파트를 제외하곤 작년보다 5000만원 가량 올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잠실주공 5단지이미지 확대보기
잠실주공 5단지
현재 매매수요는 대부분 전세에서 실수요 위주의 매매전환이라 할 수 있지만, 일부 지역에선 투자수요도 포착되고 있다. 잠실주공 5단지 인근의 C중개업자는 “5~6년전 잠실주공 1~3단지 재건축 아파트에서 재미를 본 사람들이 이제는 그쪽을 팔고 5단지 재건축예정 아파트에 몰리고 있는 분위기”라며 “실거주 겸해서 이동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전세끼고 투자하려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반포의 대표적인 고가아파트라 할 수 있는 ‘서초 래미안 퍼스티지‘도 전용면적 59㎡(20평대)의 경우 전셋값이 8억5000만~9억원까지 상승하다보니 매매값과 2억원 정도밖에 차이가 안나 전세를 안고 사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요즘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아직 부동산의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집을 구매하는데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덕례 박사는 “현 시점에서 집을 구매해야 하는지 여부는 개인차나 각자의 형편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따라가선 안된다”며 “단순히 전셋값이 오르고 금리가 내렸으니까 집을 사야될 때라고 하는 건 말이 안되고 집을 판단할 때 이전에는 가격만 보고 판단했다면 앞으로는 그에 더해 가치까지 함께 판단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집을 구매할 때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에 대해 희비가 크게 엇갈리곤 했다”며 “이젠 가격과 함께 가치도 함께 고려해 집을 구매해야 향후 후회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진 팀장은 “매매 타이밍을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역별 이슈나 개발호재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지나치게 무리하게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실수요 위주로 시장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다만 현재 집값은 2013년 말로 바닥을 다졌다는 게 중론이고, 그때부터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잠실주공 5단지에 살고 있다는 손 모(46세)씨는 “매스컴이나 정부에서 집 사라고 아무리 말해봐야 정책 하나하나에 우르르 몰려다니는 시기는 지났다고 본다”며 “요즘 돈이 돌 데가 없으니 사람들이 너도나도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지만 예전처럼 투기수요나 단기 시세차익을 바라보고 집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인웅 기자 ciu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