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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M&A시장 큰손 호반건설, 영토 확장은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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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M&A시장 큰손 호반건설, 영토 확장은 '현재진행형'

재무건전성 ‘무기’로 기업 인수합병 적극…사업 다각화 차원
IPO 앞두고 ‘기업가치 제고’ 총력

주택사업을 기반으로 사세를 확장해 온 호반건설이 우수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공격적 M&A(인수합병)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주력인 건설업 외 레저, 금융, 유통, 언론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힌데 이어 올해는 국내 2위 전선업체인 대한전선 인수까지 본격화하는 등 기업가치 제고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과거 주택 위주의 사업에서 탈피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새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신(新)경영 행보’로 받아들여진다.
■ 사업 현황

서울 서초구 우면동 호반건설 본사 '호반파크'의 모습. 사진=호반건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서초구 우면동 호반건설 본사 '호반파크'의 모습. 사진=호반건설

금융업으로 시작해 주택전문 건설사로 자리매김한 호반건설은 무리한 사업 확장을 지양하면서 공공주택용지를 낙찰 받아 이를 분양하는 방식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룬 건설사다.

이같은 비결은 오너인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독특한 경영 철학 덕분이다.

◇주택사업 기반으로 외형 확대…매출‧시평순위 껑충


호반건설은 이른바 ‘90% 분양률 룰(Rule)’로 주택사업에서 승부를 걸고 있다. 누적 분양률이 90%를 넘지 않는 경우 신규 분양에 나서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하고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다수 중견건설사들이 주택경기 악화로 쓰러지던 상황에서도 호반건설은 주택사업 부문에서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주택 부문을 앞세워 빠르게 사세를 확장한 결과 호반건설은 2017·2019년 매출액 2조 원을 돌파했으며, 시공능력평가액 순위는 2011년 49위에서 지난해 12위로 치솟았다.
도시정비사업에서도 결실을 맺고 있다, 호반건설은 2년전부터 지방을 넘어 서울과 수도권에서 '알짜사업지'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올해 도시정비사업 분야 첫 수주로 경기도 부천 ‘삼익아파트2동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202가구 규모 주택과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소규모 정비사업이다. 이후 총 397가구 규모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짓는 인천시 서구 ‘동진3차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 시공사로 선정됐다.

호반건설은 민간공원 특례사업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5만㎡ 이상의 공원부지의 70%를 민간사업자가 공원으로 조성해 시에 기부 채납하고, 나머지 30%의 부지에 공동주택 등을 개발할 수 있는 사업이다. 시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고, 민간사업자는 개발 사업으로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다.

이밖에 제주 오등동공원, 인천 연희공원, 경북 안동 옥송상록공원, 경북 경산 상방공원 등 민간공원 특례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 2010년대 후반부터는 주택사업에서 거둬들인 탄탄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한 인수합병 전략을 펼치며 건설·주택사업에 국한돼 있던 기존의 업역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발주물량이 점차 줄어들면서 주 수입원 중 하나였던 공공택지 조성사업과 분양사업의 미래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2018년 리솜리조트를 2500억 원에 인수해 ‘호반호텔앤리조트’로 사명을 변경하고 레저사업에 진출했다. 레저 부문 확대는 2017년 제주도 중문 관광단지 내 퍼시픽랜드 인수가 시발점이었다. 또한, 2019년 덕평CC(현 H1클럽), 서서울CC를 인수해 여주 스카이벨리CC, 하와이 와이켈레CC 등 국내 7곳, 해외 리조트와 골프장 1곳을 보유 중이다.

또한 유통사업 진출을 위해 2011년 성남 판교에 스트리트형 쇼핑몰인 ‘아브뉴프랑’을 선보였다. 이후 아브뉴프랑 판교점을 시작으로 2015년 아브뉴프랑 광교점, 2018년 아브뉴프랑 광명점을 잇달아 개장하고 유통사업을 확장해 오고 있다.

이어 2019년 6월 호반프라퍼티와 가락시장 내 도매시장법인 중 하나인 대아청과를 564억 원(호반건설 지분 49%)에 인수해 농산물 유통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호반그룹 자회사로 부동산서비스업을 영위하고 있는 호반프라퍼티는 2019년 말 삼성금거래소 지분 43%를 223억 원 가량에 사들이며 금·은·보석류 등 귀금속 유통시장에도 뛰어들었다.

◇M&A 시장 ‘큰손’ 행보…신사업 확대 총력


미디어사업도 호반건설이 공을 들이는 분야이다. 호반건설은 2011년 KBC광주방송의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방송미디어 사업에 발을 들였다.

호반건설은 지난 5월 광주방송을 매각하면서 인터넷 경제매체인 ‘EBN’와 IT 전문 일간지 ‘전자신문’을 잇따라 사들였으며. 최근에는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과 주식매매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서울신문의 최대 주주 자리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호반그룹의 건설 계열사 호반산업은 지난 3월 대한전선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전선업에 진출했다. 1955년 설립된 대한전선은 현재 LS전선에 이어 국내 2위의 전선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업계는 호반그룹의 대한전선 인수를 ‘신성장 동력 확보’의 수순 밟기로 해석한다. 국내 시장에서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대한전선의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까지 고려한 호반그룹의 경영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호반건설은 최근 두산공작기계 인수전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대한전선에 이어 제조기업을 인수해 수입원을 다각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호반건설이 막대한 실탄으로 사업 영토 확장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1조7407억 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53.0%로 양호한 수준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자금과 인수금융(인수합병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하는 업무)을 동원한다면 M&A 시장에 나오는 웬만한 매물은 인수할 여력이 충분하다”며 “안정적인 수익원 창출을 위한 호반건설의 사업 다각화 작업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실적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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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9685억 원으로, 지난 2012년 이후 처음 1조 원을 밑돌았다. 2019년(2조4836억 원)보다 61% 줄어든 수치다.

매출이 급감하면서 영업이익(107억 원)도 1년 전(4217억 원)보다 무려 97% 감소했다. 회사 연결감사보고서가 발표된 지난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매출, 영업이익이 줄어든 데 따라 당기순이익은 1년 전(3421억 원)보다 76% 감소한 819억 원으로 집계됐다.

◇ 지난해 실적 ‘주춤’…기업공개는 장기 과제

지난해 호반건설 실적이 감소한 것은 매출에서 분양수익이 줄었기 때문이다. 매출의 구성항목 중 분양수익은 2984억 원으로 1년 전(1조7526억 원)보다 83% 감소했다.

따라서 주력사업인 주택부문 실적 회복은 호반건설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뽑힌다.

자산 10조 원을 넘긴 호반그룹은 올해 5월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소속을 옮기며 주택사업 확장 전략에 변수가 생겼다. 그간 호반그룹은 시행 계열사를 내세워 공공택지를 분양받고 호반건설의 채무보증으로 자금력을 보충하며 주택사업을 전개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면서 ▲상호출자 금지 ▲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제약을 받아 계열사에 대한 신규 채무보증은 어려워지게 됐다. 그간 써왔던 시행 계열사를 활용한 토지매입 확보 전략이 막히게 된 것이다.

실제 호반그룹은 최근 시행 계열사 정리에 나섰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그룹 계열사 7곳(호반자산개발·스카이리빙·티에스주택·티에스개발·티에스건설·티에스자산개발·티에스리빙)은 최근 건축공사업 면허를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자산개발과 스카이리빙은 호반건설의 100% 자회사고, 나머지는 호반산업의 자회사다.

다만 업계에서는 올해 호반건설의 실적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량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대규모 분양현장들이 준공을 마쳤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요 분양사업장에서 착공이 지연돼 외형이 일시 축소됐다”면서 “올해는 진행 현장과 신규 착공 등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실적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호반건설의 장기 과제인 기업공개(IPO)는 올해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이 실적과 업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상장을 미룰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이 주관사를 선정해 IPO 계획을 공식화한 것은 지난 2018년 10월이다. 당시 호반건설은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을 대표주관사로, 대신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했다. 당시 미래에셋대우는 공동 대표주관사로 선정된 KB증권과 함께 호반건설의 내년(2019년) 상장을 목표로 IPO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호반건설 기업공개의 발목을 잡았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IPO를 추진해봐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고 회사 측에서 판단한 것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기업공개가 보류된 이후 현재 진척된 사항이 없다”면서 “추진 중인 사업들을 본궤도에 올리고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을 시기가 오면 그때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