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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 '좌석 만원' 과천경마장, 50% 허용에도 '빈자리 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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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 '좌석 만원' 과천경마장, 50% 허용에도 '빈자리 썰렁'

■기획 '100년 한국경마, 국민레저로 달리고 싶다' - (상) 코로나 20개월만에 입장 재개 과천 서울경마공원 가보니
위드코로나 전환 맞춰 전체 좌석 수 50% 입장객 받기로...실제 절반도 못 채워
100% 온라인예약에 경마팬 대다수 중장년층 "방역 이해하지만…" 발길 돌려
경마고객 "오징어게임 속 경마 부정 묘사에 쓸씁…20~30년 전 모습에 불과"

내년은 '한국 경마(競馬) 100주년' 되는 해다. 일제 강점기에 탄생해 한국전쟁의 상흔을 극복하며 100년 동안 '국민의 대중오락'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 경마를 덮친 '코로나19 재앙'은 올해로 이어져 경마를 포함한 한국 말(馬)산업의 위기를 불러올 정도로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

국내 사행산업 시조(始祖)격으로 한때 사행산업 매출 비중 70%를 차지하던 한국 경마는 지난해 매출 비중이 10%로 급감했고, 올해 10월까지 1%로 쪼그라들어 거의 '소멸' 지경에 처해 있다. 다행히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으로 경마장 고객 입장이 재개됐고, 마사회 소속 경주마 '닉스고'는 한국 경마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경주마 랭킹 1위에 올라 한국 경마의 잠재력을 국내외에 알리는 쾌거를 거뒀다.
코로나로 고사 위기에 내몰렸던 경마업계는 타개책으로 '온라인 마권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하며 경마를 사행산업이 아닌 국민 레저산업으로 봐 줄 것을 정부와 국민에게 호소하고 있다. 아울러 말산업계와 핵심 지원기관인 마사회의 혁신도 요구하고 있다.

시행 100주년을 맞는 한국 경마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한국 경마가 진정한 '국민 레저'로 발전하기 위한 길을 3회에 걸쳐개한다. <편집자 주>

11월 14일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 관람대 야외석 모습. 고객입장이 재개됐지만 야외석은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김철훈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11월 14일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 관람대 야외석 모습. 고객입장이 재개됐지만 야외석은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김철훈 기자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라 지난 5일부터 한국마사회의 전국 경마장과 지점(장외발매소)이 일제히 고객 입장을 재개했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로 전국 경마장과 지점이 폐쇄된 이후 1년 8개월만이다.

마사회는 정부 방침에 따라 먼저 전체 좌석 수의 50%만 입장을 허용하고, 조만간 100% 입장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2년만에 고객 입장 재개했지만…전체 좌석의 절반도 못 채워

지난 14일 기자가 찾아간 경기도 과천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은 쌀쌀한 날씨 탓인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활기찬' 모습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었다.

'이날만 기다렸다'는 듯이 위드 코로나 시작과 동시에 손님들이 몰린 술집·음식점·공항 등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어 보였다.

과천 서울경마공원은 고객 입장 재개 첫날은 물론 둘째 주까지도 당초 입장을 허용한 50%의 정원을 모두 채우지 못했다.

마사회에 따르면, 지난 5일 1만 5000여 관람대 전체 실내외 좌석 정원의 50%인 6090명을 입장 정원으로 허용했으나, 허용 정원의 절반에 불과한 3069명만 입장했다.

고객이 많이 몰리는 주말인 지난 6~7일에도 각각 허용정원의 86%와 90%를 채우는데 그쳤다. 관람대 전체 좌석 수를 기준으로 보면 25%~45%만 찬 셈이다.

둘째 주인 지난 12~14일도 상황은 비슷했다. 14일에는 6627명이 입장 허용됐으나(날씨에 따라 야외석 수는 다소 조정) 약 90%인 6045명만 입장했다.

부산경남경마공원과 제주경마공원, 전국 약 30개 지사를 포함한 전체 사업장의 입장률은 더 낮았다.

입장 첫 날인 5일 마사회 전국 사업장은 전체 좌석 수의 50%인 4만 1246명을 입장 정원으로 허용했으나, 허용 정원의 37%인 1만 5412명만 입장했다. 14일에도 전국 사업장 입장 허용 정원의 85%만 들어찼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주말마다 전체 좌석 정원 이상의 고객이 입장해 관람대 실내외 전 좌석이 꽉 차는 것은 물론 서서 구경하는 사람도 하루 수백명씩 됐던 상황을 감안하면 ‘다소 뜻밖’의 결과였다.

코로나 이전에는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단위의 주말 나들이 고객과 연인단위 고객도 제법 많았지만, 고객 입장 재개 2째 주까지 가족단위 입장객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마사회 관계자는 "경마장 고객 입장이 재개됐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경마팬이 있을 것"이라며 "차츰 언론과 입소문으로 알려지면 고객 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100% 온라인 예약제 새로 도입...온라인 다루기 힘든 중장년층 고객 입구서 발길 돌려

11월 14일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 관람대 내 발매창구 모습. 한산한 야외석에 비해 관람대 내부는 제법 북적이는 모습이다. 사진=김철훈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11월 14일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 관람대 내 발매창구 모습. 한산한 야외석에 비해 관람대 내부는 제법 북적이는 모습이다. 사진=김철훈 기자


그러나 서울경마공원 관람대에서 기자가 직접 만난 경마고객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60대 남성 경마고객은 "마사회가 5일 경마장 고객 입장을 재개하면서 백신접종증명서(방역패스) 또는 유전자증폭(PCR)검사 음성확인서 제시는 물론 새롭게 100% 온라인 예약제도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그냥 경마장 발매창구에 와서 현금으로 마권을 구매할 수 있었으나, 이번에 100% 온라인 예약제도를 도입하면서 사전에 본인명의 스마트폰으로 좌석을 온라인 예약해야만 마권을 살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었다.

이 경마고객은 "중장년층 중에는 나처럼 삶의 유일한 재미가 경마인 사람들이 많지만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 스마트폰이 아닌 2G폰을 쓰는 사람, 본인명의 핸드폰이 없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고객 입장을 재개해도 경마장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해 방역 차원의 온라인 예약제도가 고객 접근성을 막고 있음을 지적했다.

마사회 관계자도 "100% 온라인 예약제도를 도입한 것을 모르고 경마공원 입구까지 왔다가 되돌아간 고객이 꽤 많다"며 "방역관리를 위해 입장할 때마다 본인명의 핸드폰으로 온라인 예약하도록 하고 있으나 스마트폰 사용이 서투른 고객을 위해 공원 입구에서 안내요원들이 직접 상세히 안내해주며 어려움을 덜어드리고 있다"며 경마팬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가장 규모 큰 사행산업'의 굴레?...이미 로또에 1위 자리 넘겨줘

11월 14일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 관람대 내 실내석 모습. 고객입장 허용 한도인 전체 좌석의 50%가 거의 찬 모습이다. 사진=김철훈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11월 14일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 관람대 내 실내석 모습. 고객입장 허용 한도인 전체 좌석의 50%가 거의 찬 모습이다. 사진=김철훈 기자

마사회가 이번에 고객 입장을 재개하면서 새롭게 모든 경마공원과 지점에 100% 온라인 예약제를 도입해 고객관리를 강화한 이유로 방역 완화 초기인 만큼 경마장 내 확진자 발생을 막고 방역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마사회는 관람대 외에도 탁 트인 야외공간인 포니랜드 등 공원 공간 전체도 모두 방역패스나 PCR 음성확인서가 없으면 입장할 수 없도록 했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고객이 관람대가 아닌 공원만 나들이하기도 번거롭다.

지난 5일부터 경마·경륜·경정 모두 사업장 좌석 정원의 50%만 입장 허용하는 것은 정부의 통일된 지침이다. 그러나 100% 온라인 예약제를 도입하고 경마공원 야외 공원공간까지 방역패스·PCR 확인서를 의무화한 것은 마사회의 자체 결정이다.

마사회가 이처럼 정부 지침보다 더 엄격한 자체 방역방침을 운영하며 조심하는 것은 사행산업에서 경마가 가지는 상징성·대표성 때문이기도 하다.

만에 하나라도 경마장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여론의 집중적인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마사회의 우려가 깔린 셈이다.

경마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행산업이다. 경마는 사행산업인 동시에 레저·스포츠이며 서울경마공원에서 만난 경마고객의 말처럼 한국 경마는 지난 수십년 간 50~60대 중장년층에게 거의 유일한 대중오락으로서 사랑받아 왔다.

광복 이후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경마장은 주말마다 수많은 관객이 몰렸으며, 이승만 전 대통령, 김구 선생 등 당시 지도층 인사들도 신설동 경마장을 즐겨 찾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경마가 세월이 흐르면서 일부 경마업자와 관객들의 그릇된 사행심리 때문에 '경마=도박'이라는 고정관념을 국민들에게 심어놓았다.

전체 사행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보니 '도박' 하면 '경마'를 떠올리게 됐고, 일부 장외발매소 주변 주민의 갈등, 경마 종사자들의 사건·사고 등이 더해져 '우리나라 국민은 경마를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이다.

최근 국내외로 큰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도 한국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한 장면으로 드라마 초반부에 주인공이 경마 장외발매소에서 도박성 판돈을 거는 광경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단편적인 사회 인식을 반영한 결과물로 해석된다.

그러나 경마는 지난해 전체 7개 사행산업 중 총매출 비중 1위 자리를 복권(로또)에 넘겨주며 스포츠토토에 이어 3위로 내려앉았다.

이는 코로나로 인한 경마 중단 영향도 있었지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끊임없는 경마 규제도 한 몫 했다.

또한 경마 종사자는 물론 경마 고객들도 경마가 유독 도박중독 위험이 크다는 등 경마를 바라보는 일반의 부정 인식 중에는 왜곡된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서울경마공원에서 만난 다른 경마고객은 "경마에 빠져서 사는 사람도 많지만 이는 경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며 "<오징어 게임>에서 묘사된 장외발매소 모습도 지금과는 달랐던 20~30년 전의 장외발매소 모습이어서 드라마를 보면서 씁쓸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9월 8일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 관람대 모습. 코리아컵 대회를 맞아 관객이 가득찬 가운데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관객이 많이 눈에 띈다. 사진=김철훈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9월 8일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 관람대 모습. 코리아컵 대회를 맞아 관객이 가득찬 가운데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관객이 많이 눈에 띈다. 사진=김철훈 기자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