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동절기 가스요금 '동결'…가스공사 재무 위기 심화 '불 보듯'

글로벌이코노믹

동절기 가스요금 '동결'…가스공사 재무 위기 심화 '불 보듯'

민수용 미수금은 증가 전망…내년 15조까지 예상
부채비율 500%…가스요금 원가보상률은 78% 수준
내년 초 가스요금 결정 앞두고 정부 고심 깊어질 듯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스요금이 이번에 또다시 동결되면서 올겨울 한국가스공사의 재무 위기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년보다 날씨가 추워질 경우 가정용 난방수요가 증가할 수 있어 미수금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음 달 내년 1, 2월 가스요금 결정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동결이 정부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가스공사의 3분기 영업이익이 예상치인 2000억원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공사의 해외사업이 성과를 보이고 있어 무난한 실적은 예상된다. 하지만 가스공사의 3분기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미수금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원가주의 원칙을 내세운 정부는 지난해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은 MJ(메가줄)당 5.47원(38.5%) 인상했지만, 지난겨울 ‘난방비 대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고물가 상황에서 민생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심해지자 정부는 결국 이번에도 요금을 동결했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해 초 대비 총 5차례에 걸쳐 45.8% 가스요금을 인상해 국민 부담이 매우 큰 데다 겨울철 난방 수요가 집중된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가스공사의 미수금이나 재무구조를 면밀히 검토해 앞으로 가스요금 인상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원칙보다 민생 부담 가중을 더 고려한 것이다.

가스공사의 올해 상반기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12조243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6579억원 늘었다. 난방 수요가 적은 시기였지만 현재 가스요금의 원가보상률이 78%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격적인 난방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겨울철까지 가스요금 동결되면서 연말까지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당초 예상했던 13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요금 동결과 최근 유가, 가스 가격이 다시 오르면서 미수금 규모 역시 계속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메리츠증권은 내년 1분기 말 기준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14조~15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자본잠식 상태인 가스공사는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이 500%에 달한다. 가스요금 인상 없이는 미수금 해소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내년 1분기 가스요금 조정 결정 시점까지는 불과 한 달여 정도가 남았다. 그동안 미뤄온 가스요금 인상이 역풍으로 돌아오면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당초 지난해 말 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경영정상화 방안에서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도시가스 요금은 올해 MJ 당 2.6원 올려야 한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올해 인상된 도시가스 요금은 2분기 MJ 당 1.04원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남상인 글로벌이코노믹 선임기자 baunam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