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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민 알스퀘어베트남 지사장 "데이터 활용해 부동산 암흑지대서 투명시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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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민 알스퀘어베트남 지사장 "데이터 활용해 부동산 암흑지대서 투명시장으로"

요동치는 베트남 상업용 부동산
임차인 우위·북부 집중화 뚜렷
신지민 알스퀘어베트남 지사장이 베트남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알스퀘어이미지 확대보기
신지민 알스퀘어베트남 지사장이 베트남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알스퀘어
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과거 '정보의 불모지'로 불렸던 곳이 체계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투명한 거래 환경으로 전환 중이다. 베트남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집해야 했던 부동산 정보를 전문 컨설턴트를 통해 체계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현지에서 직접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가 자리하고 있다. 호치민과 하노이·다낭 전역 5만여 개 상업용 부동산 정보를 구축하며 연평균 60% 성장세를 보이는 신지민 알스퀘어베트남 지사장을 만나 우리 기업들의 베트남 부동산 시장 진출 전략을 들었다.

◇ '임차인 우위'로 전환된 베트남 오피스 시장


신지민 지사장은 "베트남 오피스 임대시장은 공급 증가로 임차인 우위 시장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오피스 시장은 2023년 하반기 이후 공급 증가로 임차인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바뀌었다. 특히 하노이와 호치민 등 대도시 중심으로 오피스 신규 공급이 늘면서 기업들이 합리적인 조건으로 사무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매매시장은 여전히 매도자 우위다. 외국인투자기업(FDI)의 부동산 소유와 개발에 법적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신지민 지사장은 "베트남에 공급된 오피스 대부분이 현지 기업의 자체 사옥"이라며 "한국 기업이 현지에서 건물을 직접 매입하거나 개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임차를 통한 진출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 제조업 투자, 북부 지역으로 집중


제조업 투자에서는 지역별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호치민 인근 산업단지는 북부에 비해 신규 공급이 부족해 북부 지역이나 지방 핵심 거점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전자·배터리·자동차 등 첨단 제조기업들이 베트남 북부로 몰리면서 산업용 부동산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폭스콘,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부분 북부에 대규모 공장을 가동 중이다. 박닌성 등 북부 지역은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지민 지사장은 "최근 정치적 변화와 상관없이 한국과 베트남 간 경제 협력은 지속 확대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이 자리 잡은 북부 지역 중심으로 부동산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성급한 진출 경계..."해외 사업은 한국보다 10배 힘들어"


신 지사장은 베트남 진출을 고려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현실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장밋빛 전망만 보고 섣불리 베트남에 뛰어들면 위험하다"며 "해외에서 사업을 세팅하는 일은 한국보다 10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지 소비자 성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할인 프로모션 같은 전형적 마케팅 전략으로는 현지의 자국 제품·서비스 선호 성향을 이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소비자는 초기에 외국 기업의 할인 행사에 몰려들다가도 곧 자국 서비스로 돌아서는 경향이 있다.

시간과 비용 계획도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베트남에서는 비즈니스가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고, 비용도 예상보다 많이 든다"며 "넉넉한 시간과 여유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 원스톱 서비스 확산...정보 접근성 획기적 개선
신지민 알스퀘어베트남 지사장은 최근 한국과 베트남 간 경제 협력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기업이 자리 잡은 북부 지역 중심으로 부동산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알스퀘어이미지 확대보기
신지민 알스퀘어베트남 지사장은 최근 한국과 베트남 간 경제 협력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기업이 자리 잡은 북부 지역 중심으로 부동산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알스퀘어


베트남 부동산 서비스 시장에서는 종합 솔루션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 개별적으로 부동산 중개인, 인테리어 업체, 법무법인을 찾아다녀야 했던 불편이 해소되면서 법인 설립부터 사무실 임차, 인테리어 시공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서비스가 늘고 있다.

특히 탈중국 기업들을 겨냥한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기지를 옮기려는 기업들이 부동산부터 법인 설립, 회계·세무까지 일괄 서비스를 요구하면서 관련 업체들이 현지 은행과 법무법인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정보 접근성의 획기적 개선이다. 과거 토지대장이나 등기부등본 같은 공공 데이터조차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아 기업들이 현지 브로커나 수소문에 의존해야 했던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전문 컨설턴트를 통해 매물별 준공연도부터 임대료, 주차 가능 대수, 24시간 개방 여부까지 세부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며 "우리는 베트남 전역의 공단 500여 곳에 대한 전수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업단지 정보를 제공 중"이라고 설명했다.

◇ 7년간 쌓아올린 현장 데이터와 성장세


2018년 베트남에 첫 발을 내딛은 신 지사장은 정보 접근성이 극도로 제한된 현지 상황에서 수 개월간 직접 건물을 찾아다니며 임대 가능 공간과 건물 정보를 수집해야 했다. "당시만 해도 베트남 오피스 시장은 한국처럼 건물 관리가 체계적이지 않았다"며 "우리 팀이 수 개월간 일일이 건물을 찾아다니며 정보를 모았는데, 현장에서 쫓겨나는 일도 허다했다"고 회고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베트남 지사 직원 60여 명 중 한국인은 10%도 되지 않는다.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산업은 현지 기업이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며 "늘 경계심을 갖고 현지 인재 위주의 조직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의 결과 알스퀘어베트남은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년 대비 60%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올해는 대우건설이 추진하는 하노이 신도시 개발사업 '스타레이크시티' 내 상업시설 인테리어 공사를 수주하며 첫 대형 시공 프로젝트에 진입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베트남과 현지 상업용 부동산 통합솔루션 제공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지금까지 200여 곳 이상의 기업 고객을 확보했으며, SK에너지, 포스코그룹, 신한생명 등 한국 대기업뿐만 아니라 대만·독일·인도 등 글로벌 기업의 베트남 공장 및 오피스 임대 계약도 다수 성사시켰다.

신지민 지사장은 "정보화가 부족한 동남아 시장을 지속 공략해 '팬아시아' 부동산 기업으로 자리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7년 전 정보 불모지였던 베트남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이제는 체계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투명한 거래 환경으로 변모했다.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진출 시,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이런 정보 인프라 구축이 자리하고 있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