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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NH투자증권 평생 거래수수료 무료… 상처뿐인 영광, 첫 단추 잘못 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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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NH투자증권 평생 거래수수료 무료… 상처뿐인 영광, 첫 단추 잘못 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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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야심차게 출발했던 NH투자증권 평생 거래수수료 무료 이벤트가 끝났다. 뚜껑을 열어보면 신규 계좌 급증은 큰 수확이다. 하지만 기존고객 소외, 수수료 출혈경쟁 확산 등 논란도 만만치 않다. 이번에 확보한 신규고객이 당초 계획대로 자산관리고객으로 달라질지도 미지수다.

■신규 계좌 개설 수 6만1079개 대박, 기존 고객과 형평성 논란


파격일까? 제 발등을 찍은 악수일까? 증권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NH투자증권의 평생 거래수수료 무료 이벤트가 종료됐다.

국내 주식거래 시 수수료를 평생받지 않는 ‘모바일 나무 국내주식 평생 무료 이벤트’가 지난 8월 28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진행됐다. 대상은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개설한 첫 신규고객이다. 기한을 정하지 않고 평생 거래수수료 무료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 케이스는 모바일증권 나무가 처음이다.

겉으로는 파격 이벤트답게 성과도 눈부시다. 이 기간 개설된 신규계좌는 약 6만1079개에 달한다. 하루에 1000여 개가 넘는 계좌가 개설될 정도로 투자자들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얻은 셈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인기 비결에 대해 “마케팅에서 이벤트의 효과는 있어야 되지 않느냐”며 “업계 처음으로 거래 무료 수수료기간을 평생으로 잡아 무료 수수료 이벤트의 이슈를 선점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속을 들여다보면 논란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평생 거래수수료 무료 자체가 철저히 신규고객 위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존 고객이 소외되며 신규 고객과 기존 고객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것은 부담이다.

똑같이 비대면 절차를 거쳐 모바일나무 계좌를 개설하더라도 기존 고객이라는 사실 만으로 주식거래 수수료율은 0.01%가 적용된다.

다른 증권사도 7년, 10년 등 기간이 긴 거래 무료 수수료를 진행 중이나 NH투자증권의 경우 계좌 개설 한 번만으로 거래 수수료가 평생 무료와 그렇지 않은 쪽으로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리며 기존 고객들의 박탈감이 상대적으로 컸다.

한 투자자는 “비대면 계좌로 개설하면 평생 거래 무료수수료 혜택이 똑같이 적용되는 줄 알았다”며 “계좌 개설 뒤 주식 거래수수료율 0.01% 적용이란 문자가 와 고객센터에 문의를 하니 기존 고객은 혜택에서 제외되며 회사방침상 바꿀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투자성향 차이, 신규계좌 개설 고객 자산관리화 미지수


기대했던 효과인 신규고객의 자산관리화가 미지근한 것도 문제다. 애초 NH투자증권이 밝힌 평생 무료 이벤트의 취지는 디지털 시장의 수익모델을 브로커리지 수수료 중심에서 디지털 자산관리 모델로 전환하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이 밝힌 디지털 자산관리 모델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고객의 투자수익을 만들고, 그 고객 수익 내에서 회사가 수익창출 기회(성과보수 중심으로)를 찾는 방식이다. 구체적 방안으로 로보어드바이저리 및 자문플램폼 사업 활성화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이 계획대로 현실화 할지는 불투명하다. 평생 거래수수료무료에 끌려 신규계좌를 개설한 투자자는 단기매매를 선호하는 공격적 투자자가 더 많은 거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투자성향상 안정적인 자산관리와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고빈도매매 투자자의 투자성향을 잘못 판단하는 등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에 민감한 투자자는 보통 매매가 많은 일종의 고빈도 거래 고객으로 금융상품을 선호하는 WM고객과 투자성향이 다르다”며 “NH투자증권의 논리대로라면 가장 고객층이 두터운 키움증권이 금융상품이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잘 팔려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도 투자자 성향의 차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모바일 나무 신규계좌 개설자 가운데 NH투자증권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로보어드바이저에 가입한 투자자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점은 NH투자증권도 인정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업계 전체적으로 이제 시작되는 단계”라며 “그렇게까지 많이 가입하거나 판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DLB(기타파생결합사채)도 논란거리다. 평생 거래수수료 무료이벤트 기간 중 수차례 진행한 특판DLB이벤트에서 약 180억원이 팔렸다. 이 같은 DLB판매의 호조로 신규계좌 개설 고객이 자산관리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NH투자증권은 잔뜩 고무된 반응이다.

하지만 이벤트 기간 중 특판은 기존고객을 소외시킨 평생 거래수수료 무료 이벤트와 달리 신규고객뿐아니라 기존고객도 살 수 있도록 문호를 넓혔다. 투자 성향상 자산관리에 관심있는 일부 기존 고객들이 안정적 고금리상품의 비중 확대 차원에서 DLB를 많이 소화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신규 계좌 개설 고객들이 얼마나 DLB를 매입했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상품이 어렵지 않다는 긍정적 경험을 주기 위해 진행한 것이며 이번 이벤트의 가장 큰 의미도 수수료수익보다 고객자산관리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며 “단 기존고객들도 살 수 있는 상품이고, 신규 계좌 개설 고객이 얼마나 DLB를 샀는지 분류가 안되 그것까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초대형IB인 대형증권사가 업계의 출혈경쟁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부담이다. NH투자증권의 모바일 나무 평생 거래수수료 무료이벤트 이후 KTB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 등이 평생 거래수수료 무료이벤트를 잇따라 개최하는 등 업계 전반으로 거래 수수료 출혈경쟁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수수료 무료이벤트는 보통 대형사보다 지점이나 PB 등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이 신규고객 확보 차원에서 세게 진행한다”며 “대형증권사는 가격경쟁보다 서비스경쟁으로 신규고객을 유치하는 게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