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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공매도 논쟁…총선 이슈로 올라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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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공매도 논쟁…총선 이슈로 올라서나

“공매도가 주가 하락 야기” vs “근거없는 주장일 뿐”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지난해 8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 앞에서 피켓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지난해 8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 앞에서 피켓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매도 존폐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재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할 수 있는 공매도를 모든 범위에서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완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보는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증시 부진에 영향을 준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내년에 총선이 있어서 공매도가 총선 이슈 중 하나로 나올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 누적 공매도 거래대금은 143조6913억원이었다. 전년(96조9177억원)에 비해 48.2%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공매도 규모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공매도 금지기간이 있었고 금리 인상과 경기 악화 때문에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공매도를 가장 많이 한 세력은 외국인이었다. 전체 공매도 거래액 가운데 70.4%(101조원)가 외국인 거래대금이었다. 다음은 기관(27%, 39조원)이었고 개인 비중은 2.3%, 거래액은 3조3000억원이었다. 2021년 외국인 공매도 거래액은 71조4281억원이었다. 지난해 약 30조원이 늘어난 셈이다.

금융권 인사들은 현실적으로 올해 공매도가 전면 재개되는 것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 중에 공매도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내년에는 총선이 있다. 금융당국이 굳이 표심을 자극할만한 조치를 내놓을 필요가 없다.
금융당국이 움직이고 있지 않지만 외국계 금융사들은 공매도 완전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공매도를 전면 시행하라면서 내세우는 이유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없애는 것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이다. 일부 외국계 금융인들 중에는 만일 공매도가 전면 시행되지 않으면 해외 펀드매니저 중 한국 투자를 피하는 이들이 나올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흘리는 이들도 있다.

외국계 금융사들이 공매도 완전 시행을 요구하는 이유는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팔았을 때 그 종목의 주가가 껑충 올라버리면 상당한 손실을 보게 된다. 따라서 개인이 대규모 공매도 거래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그리고 개인의 공매도에도 제한을 두고 있다. 개인의 공매도에 제한을 두는 이유는 공매도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계 금융사들은 자금력이 탄탄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활발하게 공매도를 할 수 있다.

금융권에선 외국계 거대 금융사의 로비력과 인맥이 우리 금융권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살펴볼만한 과거 사례가 있다. 지난 2014년 4월 3일 해외 채권 불법판매 혐의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은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이 ‘기관주의’를 받았다. 당시 최석윤 서울지점 공동대표에게는 ‘주의적 경고’, 직원들에게는 ‘견책’이란 징계가 떨어졌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이 가벼운 처벌을 받자 금융권에선 골드만삭스의 로비력이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개인투자자들 중 공매도를 완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공매도 제도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공매도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큰 손해를 보고 엄청난 국부(國富)가 유출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공매도 순기능이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외국인이나 기관들이 이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역할이 크다”며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어 지금같은 장에서는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이 나오고 있음에도 공매도 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들이 있다. 공매도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공매도가 상당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공매도의 장점은 잘못된 경영을 하는 대주주와 경영자에게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점, 다수의 사람들이 참여해 정해진 가격이 소수의 참여로 정해진 가격에 비해 합리적이라는 점이 꼽힌다.

또 공매도가 세계 주요 국가 증시에서 모두 시행되고 있고 모건스탠리캐피탈인덱스(MSCI)는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해당 국가 종목들을 선진국 지수에 넣어주지 않는다.

MSCI 지수는 미국 모건스탠리증권이 1986년에 사들인 캐피털인터내셔널사에서 내놓는 지수다. FTSE지수와 같이 국제금융 펀드의 투자 기준 역할을 하는 지표다. FTSE지수는 FTSE인터내셔널에서 산출하는 지수들 가운데 하나다. FTSE지수는 런던국제증권거래소(LSE)에 상장돼 있는 블루칩(우량주) 100개로 만든 지수로 FT100이나 Footsie라고도 부른다.

FTSE인터내셔널은 영국 경제신문인 파이낸셜 타임스(FT)와 런던증권거래소(LSE)가 1995년 같이 세운 기업이다. FTSE인터내셔널은 주가 지수 개발 및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공매도가 주가를 끌어 내린다는 견해에 대해서도 반박이 나온다.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0년 국정감사 때 나왔던 자료를 예로 제시했다.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진행됐던 공매도 금액은 총 498조원이다. 해당 기간 거래대금 합계 금액인 1경1427조원의 4.3%에 불과하다.

그는 4.3% 규모의 공매도가 주식시장 전체를 흔들기는 어렵다고 봤다. 특정 기간이나 시점에 심한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꾸준히 영향을 미치는 것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만일 우리가 공매도를 폐지할 경우 우리 증시에 어떤 타격이 오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 전 리서치센터장은 공매도를 폐지하면 우리 증시에 타격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제도는 가격을 만들지 못한다”라며 “참가자가 많을수록 가격이 합리적이 된다”고 설명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난해 10월 24일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고 한다는 주장이 고정관념처럼 돼있지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실증적 근거나 이론이 없다는 견해를 공개했다.

다만 공매도 제도 유지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증권가 인사들은 무(無) 차입 공매도 같은 불법 공매도는 반드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지난 2일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불법 공매도를 철저히 근절하겠다고 선언했다.

김선제 성결대 경영학부 교수는 “원칙적으로는 주가 하락 예상 시에는 공매도가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주가 상승 예상 시는 매수, 하락 예상 시는 매도하는 것이 주식거래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법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은 국제 금융시장 룰에 맞지 않는다. 그런데 주식시장이 침체기에 빠져들면 일시적으로 공매도를 제한할 수는 있다고 본다”며 “그리고 공매도를 할 때 기관투자가나 외국인들과 동일하게 개인투자자들에게도 담보 여력이 된다면 공매도 비율을 동일하게 해줘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백정선 핀톡(자산관리 전문기업) 대표도 “공매도 금지는 국제적 추세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금지하면 안되고 개인들과 차별화를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선 공매도 존폐 논란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0월 27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하고 “공매도 한시적 제한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7월 28일 불법 공매도를 뿌리 뽑으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공매도 논란이 선거 공약으로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 중 한 명인 조경태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지난해 10월 27일 “금리인상 등으로 가뜩이나 힘든 주식시장에 공매도까지 증시 폭락의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주식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개인투자자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주식 공매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도권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과 야당의 표차가 그리 크지 않은 곳들이 많다. 따라서 선거 시점에 부는 ‘바람’이 중요하다. 국내 주식투자자 수가 상당히 많아서 공매도 존폐 문제가 총선 이슈로 올라서면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곽호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uckykh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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