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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밸류업’ 압박, 그룹 핵심 계열사 ‘긴장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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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밸류업’ 압박, 그룹 핵심 계열사 ‘긴장 모드’

‘PBR 지속하락+PBR 1배 이하’, 과도한 지배력이 발목

지난 2021년 이후 2023년까지 주당순자산비율(PBR)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기업은 대부분 그룹 내 주요 핵심 계열사다. 이들 기업은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모멘텀에도 PBR 1배를 넘지 못하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만년 저평가' 기업에 대한 시장 퇴출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는 만큼 긴장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지난 2021년 이후 2023년까지 주당순자산비율(PBR)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기업은 대부분 그룹 내 주요 핵심 계열사다. 이들 기업은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모멘텀에도 PBR 1배를 넘지 못하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만년 저평가' 기업에 대한 시장 퇴출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는 만큼 긴장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밸류업’ 압박에 나섰다. 인센티브만 있고 페널티가 없다는 시장 비판에 대한 반응이다. 지난 수년간 주당순자산비율(PBR)이 지속하락한 기업 중 대부분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다. 자산운용사들은 밸류업에 부응하는 기업만 선별하고 있는 만큼 이들 핵심 계열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 발표에 대해 “주주 환원과 관련한 특정 지표를 만들고 이를 충족하지 못한 기업은 퇴출하는 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발표안이 인센티브만 있고 페널티는 없다는 비판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 금감원장은 “오랫동안 성장하지 못하거나 재무 지표가 나쁜 경우는 인수합병(M&A) 등이 10년 이상 중단되기도 했다”며 “그런 기업을 시장에 두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정부와 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을 발표하면서 국내 증시는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발표된 세부안이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면서 차익 실현 물량들이 대거 출회되기 시작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국내 주요 금융사 수장들과 함께 오는 5월 미국 등 주요 투자자들에게 ‘밸류업 세일즈’에 나설 계획이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와 영문 공시 의무화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편의 제고를 강조해 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당국의 ‘밸류업 압박’에 저PBR(주당순자산비율)주들이 재차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은 밸류업을 위해 보다 강제적이면서도 강력한 제도를 원한다는 의미다. 다만 이복현 금감원장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돼야 하며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도 공론화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플랫폼 딥서치를 통해 지난 2021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PBR이 하락한 기업을 도출한 결과 국내 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이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상위 기준으로 보면 LG화학, 삼성SDI, LG전자, HMM, SK이노베이션, 삼성전기, 고려아연, 대한항공, 아모레퍼시픽, 엘앤에프 등이다.

이들 기업의 PBR이 하락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성장성이 높지만 주주환원 정책이 시장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업, 과도한 성장 기대감에 주가가 크게 오른 후 하락한 기업이다.
전자의 경우 기업의 현금흐름이 충분하다면 저평가에서 탈피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이 만족할만한 주주환원 정책을 제시하고 실행하면 된다. 그러나 후자는 쉽지 않다. 물론 후자에 해당되는 기업들은 대부분 2차전지, 바이오 관련주들로 PBR이 10배를 넘어 ‘저평가’ 기업이 아니다.

매년 PBR이 하락한 기업 중 최근 PBR이 1배 이하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은 시총 상위 기준 LG전자, HMM, SK이노베이션, 대한항공, 롯데케미칼, LG생활건강, CJ제일제당, 현대건설, GS리테일, 아모레G, OCI홀딩스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주사 혹은 사실상 지주사에 준하는 그룹 지배력을 가진 기업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기업 경영권 확보보다 적절한 승계장치에 대한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당국은 ‘밸류업 지수’와 이를 기초로 한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도 출시할 계획이다. 초기 밸류업 ETF는 규모가 작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밸류업 지수’가 인정을 받고 운용사들이 이를 활용한 ETF를 지속 출시한다면 점차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운용사 상품들이 대부분 ‘밸류업’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밸류업 지수 자체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밸류업 지수 자체가 의미가 있다면 여러 ETF에 일부 편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ETF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결국 가치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기업에 대한 퇴출이 불가피하다”며 “기업이 노력하지 않으면 지수에서 퇴출되는 것은 물론 상장폐지를 하지 않아도 시장에서 자연스레 도태돼 자금조달도 점차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