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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금융사 VS '밸류다운' 비금융사…”정책 민감도가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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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금융사 VS '밸류다운' 비금융사…”정책 민감도가 갈랐다”

정부 눈치 탓, 금융사 밸류업 기준 차별화 필요…음식료 업종, 알리發 모멘텀 기대

지난 1월 24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공식 발표 이후 PBR(주당순자산비율)이 낮아진 종목수는 1254개다. 이중 현재 PBR이 1배 이하인 기업은 534개에 달한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위주로 보면 성장모멘텀 부재이며 단기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기 어려운 특징을 갖고 있다. 다만 유통채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음식료 업종에 대한 향후 기대감은 존재한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월 24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공식 발표 이후 PBR(주당순자산비율)이 낮아진 종목수는 1254개다. 이중 현재 PBR이 1배 이하인 기업은 534개에 달한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위주로 보면 성장모멘텀 부재이며 단기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기 어려운 특징을 갖고 있다. 다만 유통채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음식료 업종에 대한 향후 기대감은 존재한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식화된 이후 금융사들의 기업가치가 대부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금융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사들이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 보다는 정부 눈치만 본다는 비판도 나온다. 따라서 비금융사 중 성장모멘텀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업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

13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플랫폼 딥서치에 따르면 지난 1월 24일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식화한 이후 지난 12일까지 주당순자산비율(PBR)이 낮아진 종목은 1254개다. 국내 상장 종목수(우선주, 리츠 포함)가 4000여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기간 동안 30% 넘는 종목이 '밸류업'에 실패했다.
시가총액이 상위주 중 PBR이 낮아진 기업은 삼성전자, 셀트리온, 네이버, 카카오, 카카오뱅크, 삼성SDS, HMM, 에코프로머티리얼, 삼성전기, HD현대중공업 등이다.

한편, 설정기간(1월 24일~3월 12일) 동안 PBR 낮아진 기업 중 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은 무려 534개로 도출됐다. 이들 역시 시가총액 상위주 순으로 보면 HMM, 한화솔루션, LG디스플레이, CJ대한통운, 농심, 아모레G, OCI홀딩스, 대우건설, HL만도, DL이엔씨 등이 '밸류다운 Top 10'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PBR 1배 이하에도 불구하고 PBR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기업들은 몇 가지 눈에 띄는 문제점이 있다. 우선 성장 모멘텀 부재이며 단기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기 어려운 특징을 갖고 있다.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요인이 없는 셈이다.

지주사들은 여전히 주주환원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건설, 해운, 운송 등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밸류다운' 기업 중에서도 음식료업종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 주요 음식료 기업들은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가치가 제고되지 않는 배경에는 외형성장 부재다.

음식료 업종은 신제품 효과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유통채널 확보가 필수다. 신기술을 통해 비용통제 등은 가능하지만 매출액이 드라마틱하게 늘어나기도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유통채널을 확보해도 내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최근 국내 주요 음식료 기업들이 알리익스프레스 입점하거나 입점을 검토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쿠팡이 지난 2022년 11월 입점 수수료율 문제로 갈등을 겪은 이후 CJ제일제당의 주요 제품들은 로켓배송이 중단됐다. 이에 알리익스프레스를 선택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국내 음식료업체들이 꾸준히 해외시장을 두드려왔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해외진출을 위한 유통채널을 확보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 대형 유통사 MD는 "유통채널을 확보하는 가장 쉬우면서도 확실한 방법은 인수합병(M&A)"이라며 "피인수 기업이 갖고 있는 유통채널을 그대로 갖고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조사들이 국내서도 유통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해외는 더 힘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해외 유통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 음식료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이 과정에서 비용이 수반되며 무리할 경우 수익보다는 리스크만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알리익스프레스는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고 매출을 확대하는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한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국내 금융사들의 PBR이 대부분 상승했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영향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금융사들이 근본적으로 밸류업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주보다는 정부 눈치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내 금융사들은 비금융사 대비 지배구조 이슈가 크지 않다"며 "각종 정부 규제가 따르기 때문이며 역으로 말하면 정부가 원하는 '밸류업'에 가장 충실할 수 있는 업종"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 투자 시 가장 꺼리는 부분이 규제이며 그 대표 업종이 금융인 만큼 금융사에 대한 '밸류업' 기준을 따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적으로 금융사들의 밸류업 모멘텀은 찾기 어려운 반면, 상당히 저평가 돼 있는 음식료 업종 중 어느 기업이 해외 유통 채널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가에 따라 업종 내에서도 밸류가 더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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