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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개편 빨라지나?...대선 후보 "좀비기업 퇴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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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개편 빨라지나?...대선 후보 "좀비기업 퇴출 필요"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심화시키고 있는 기업들의 빠른 퇴출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PBR 0.1~0.2배 수준의 부실 종목들이 빨리 청산돼야 한다고 언급한 영향이다.

25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 후보는 저PBR 기업 청산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데 이어 10대 공약에서는 상장기업 특성에 따른 주식시장 재편을 내걸었다.

PBR은 기업의 주가를 주당순자산(BPS)으로 나눈 지표로, 주가가 자기자본의 몇배에 거래되고 있는지 의미한다. 통상 PBR이 1배 미만이면 저평가 상태를 뜻하며, 이는 회사가 가진 자산가치에 비해 주식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가 낮다는 의미다. 자산이 많고 성장이 정체된 기업의 경우 만년 저PBR 상태인 경우가 많다.

이 후보의 공약은 낮은 PBR기업 청산을 통해 국내 주식시장을 발목 잡고 있는 좀비기업을 퇴출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주식시장 개편은 현 정부에서 밸류업 추진 과정에서 검토된 방안 중 하나다. 거래소를 우량·비우량 기업으로 나누는 방식 등을 통해 부실 기업은 시장에서 빨리 퇴출되도록 하고 우수기업은 정당한 가치를 받는 등 기업 옥석 가리기가 가능한 시장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취지다.

각각의 시장 진입·퇴출 기준을 만들어 실적 등이 좋은 기업은 상위 시장에 올라가고, 실적이 악화된 기업은 하위 시장으로 떨어지거나 아예 퇴출되는 승강제도 거론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 개편을 마무리 짓지 못한 건 기업들의 반발, 퇴출 기업에 대한 퇴로 마련 등 고민할 거리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질적 측면에서도 성장하려면 퇴출제도 손질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다음 정부에 주요 정책으로 다뤄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21일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들과 간담회를 개최한 이 후보도 "우리 증시 시가총액이 세계 15위라고 하는데 상장 종목수는 세계 5위라고 한다"며 "실제로는 거의 가치가 없는 종목들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더욱이 이 후보는 코스피 4000~5000시대를 열겠다고도 말했다. 현재 코스피 PBR이 0.8배 수준인데 이를 두 배 가량 끌어올리면 코스피 주가지수도 목표치에 다다르게 된다.

지난 1월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효율성 제고를 위해 상장폐지 요건 강화 및 절차 효율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시가총액·매출액 요건 및 감사의견 미달 요건 기준을 강화하고 상장폐지 사유발생부터 최종결정까지 소요기간을 축소하는 것이다.

상장폐지 절차 효율화는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고 상장폐지 요건은 내년부터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추후 대선 결과에 따라 부실상장사의 퇴출이 더욱 빨리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올해 금융당국이 발표한 상장폐지 요건 강화와 관련해 "현행 거래소 규정은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후 90일간 일정 일수 이상 시가총액 기준 미달 상태가 지속돼야 상장폐지가 이루어지는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려면 우선 30거래일 연속 시가총액 미달 상태가 유지돼야 하기 때문에 관리종목 지정 요건 자체를 충족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분기 또는 반기 등 일정 기간을 기준으로 일평균 시가총액이 기준 미만일 경우 시장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후보가 언급한 적대적 M&A를 통한 저PBR 종목의 퇴출 등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PBR 0.1배 기업에는 현대제철, 롯데케미칼, 세아홀딩스, DL 등 대형기업들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PBR 0.1~0.2배 기업들 면면을 보면 건설·에너지 등산업 자체가 위축돼 있는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증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계기업의 퇴출이 필연적이지만 중간재 수출 중심의 경기순환형 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정상기업을 한계기업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반발도 풀어야할 과제다. PBR이 과도하게 낮은 기업들의 퇴출로 증시 전반의 부양이 이루어진다면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이 과실을 나눠가질 수 있겠지만, 상장폐지 기업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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