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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1년, 美 철강 부활의 빛과 그림자… 日 기업들 ‘탈(脫) 아시아·美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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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1년, 美 철강 부활의 빛과 그림자… 日 기업들 ‘탈(脫) 아시아·美 올인’

수입 50% 급감 속 생산량 8200만 톤 달성… 26년 만에 일본 제치고 세계 3위 탈환
열연 코일 가격 40% 폭등에 이익률 개선… 자동차·가전 등 제조 원가 상승 압박은 과제
토요타는 향후 5년간 미국 내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 및 기타 분야에 1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토요타이미지 확대보기
토요타는 향후 5년간 미국 내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 및 기타 분야에 1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토요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관세 장벽이 시행된 지 1년 만에 미국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의 지형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수입 물량은 반토막이 났고, 국내 가격과 생산량은 급등하며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 도심'으로 탈바꿈시켰다.

14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중국의 경기 둔화와 동남아 시장 내 경쟁력 약화에 직면한 일본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에 발맞춰 미국 내 현지 투자를 유례없는 규모로 쏟아붓고 있다.

◇ 관세 장벽이 세운 ‘철강 요새’… 가격과 생산량의 동반 급등


지난해 3월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25%로 시작해 60%까지 인상된 관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대로 작용했다.

미국철강협회(AISI)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철강 수입량은 157만 톤으로 트럼프 2기 출범 당시보다 약 50% 감소했다.

제조의 핵심 소재인 열간 압연 코일(HRC) 가격은 톤당 1042달러를 기록, 전 세계 평균 상승률의 두 배인 40% 이상 폭등했다.

미국의 원철 생산량은 8200만 톤에 달해 1999년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다. 이로써 미국은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3위 철강 생산국 지위를 탈환했다.

◇ 일본 기업들의 ‘미국행’ 가속화… “아시아보다 미국이 안전하다”


일본 기업들은 더 이상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을 유일한 탈출구로 삼고 있다.
약 141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의 US스틸 인수를 완료한 니폰제철은 일본의 고급강 제조 노하우를 미국 현지에 이식하며 관세 장벽을 정면 돌파하고 있다.

토요타는 미국 내 하이브리드 생산에 100억 달러를, 히타치는 북미 인프라에 120억 달러를 투입한다. 이는 중국의 소비 감소와 동남아 시장 내 한국·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인한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최근 이란 분쟁 등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원유와 LNG의 주요 생산국인 미국은 에너지 공급 위험이 낮은 '최고의 피난처'로 인식되고 있다.

◇ 공급망의 고통… “비용 상승분을 누가 감당하나”


철강 생산자들에게는 축제지만, 이를 원료로 쓰는 사용자들에게는 재앙에 가깝다.

급등한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은 자동차, 가전제품 등의 소비자 가격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토요타 북미 자회사는 부품 공급업체들과 원가 상승분 전가를 두고 치열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 분석가는 "관세를 지불하더라도 수입 철강이 여전히 국내산보다 저렴한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한국 철강과 자동차 산업에 주는 시사점


미국 시장의 이 같은 급격한 변화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생존을 위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한국산 철강에 대한 쿼터제나 관세 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미국 내 가공 공장 및 제련 시설 투자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다음 주 예정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트럼프의 정상회담에서 일본 기업들에 대한 예외적 조치나 추가적인 투자 인센티브가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도 한·미·일 공급망 협력 내에서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물밑 협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국 시장의 높은 가격 장벽을 피하기 위해 인도, 중동 등 신흥 성장 시장으로의 고부가가치강 수출 비중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