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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시장 '산타랠리' 오나?…한 달 새 포스트 IPO지수 22%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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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시장 '산타랠리' 오나?…한 달 새 포스트 IPO지수 22%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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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거래소


올해 하반기 들어 주춤했던 공모주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신규 상장 기업들의 주가를 추적하는 'KRX 포스트 IPO 지수'가 최근 한 달간 22.7% 오르며, 공모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는 모양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지수는 지난달 5일 978.79에서 이달 5일 1200.63으로 올랐다. 특히 11월 20일 1005.02를 돌파한 이후 상승세가 가팔라져 27일 1066.74, 28일 1115.12로 빠르게 치솟았다. 12월 들어서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포스트 IPO 지수'란?


포스트 IPO 지수는 쉽게 말해 '갓 상장한 기업들이 얼마나 잘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온도계다. 기업이 증시에 새로 상장하면 보통 첫날은 개인투자자들이 몰려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한다. 이런 초반 과열이 진정된 뒤, 즉 상장 15일 이후부터 140일까지의 주가 흐름을 모아서 지수로 만든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이 기간이 '단기 투기 열기는 식었지만, 기업의 중장기 성장성은 아직 평가받는 시기'라고 보고 2020년부터 이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지수를 따라가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나올 정도로 활용도가 높아졌다.

KRX 포스트 IPO 지수 1개월간 동향.  자료=한국거래소이미지 확대보기
KRX 포스트 IPO 지수 1개월간 동향. 자료=한국거래소

■ 10~12월 상장 기업 11곳, 평균 수익률 129%


지수 상승의 비결은 실제 성과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10월부터 이달 5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에 새로 상장한 11개 기업(리츠·스팩 제외)의 주가는 공모가(기업공개 당시 가격) 대비 평균 129.4%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19.7%, 코스닥 지수는 9.8%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개별 종목을 보면 더 극적이다. 항암치료제 개발사인 에임드바이오는 공모가보다 420% 뛰었고, 플랫폼 기업 노타(389%), 바이오 진단기업 큐리오시스(225%), 반도체 장비업체 이노테크(157%), 화장품업체 아로마티카(108%)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상장 첫날 성적표는 더 화려했다. 11개 기업의 첫날 평균 수익률은 127%로, 공모가에 청약했다면 하루 만에 2배 이상 수익을 냈다는 얘기다.

이 중 이노테크(11월 7일 상장)는 2월 위너스 이후 8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이른바 '따따블'(공모가의 4배)을 달성했다. 이달 4일 상장한 에임드바이오도 공모가의 4배에서 장을 마쳤다. 명인제약(10월 1일), 노타(11월 3일), 씨엠티엑스(11월 20일), 아로마티카(11월 27일) 등 4곳도 첫날 '따블'(2배)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만 해도 상장 첫날 평균 수익률이 47%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 제도 변화가 '마중물' 역할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 효과가 컸다고 분석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부터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에게 일정 기간 주식을 보유하겠다는 약속을 더 많이 받도록 제도를 바꿨다.

구체적으로는 기관에 배정되는 공모주 물량의 40% 이상을 '의무보유확약'을 한 기관투자자에게 우선 배정하도록 했다. 의무보유확약은 공모주를 배정받은 뒤에도 일정 기간 팔지 않고 보유하겠다는 자발적 약속이다.

이렇게 되자 상장 직후 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줄어들었고, 적은 수량으로도 주가가 빠르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 직후 시장 유통 물량이 적다 보니 공모주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도 시행 초기인 7~9월에는 기관들이 부담을 느끼며 '눈치 보기'에 나섰지만, 4분기 들어 명인제약이 '따블'을 달성하며 성공적으로 입성하자 관망세가 잦아들면서 신규 상장이 줄줄이 이어졌다.

■ 연말까지 '공모주 대목' 이어질까?


증권가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2월은 전통적으로 기업들이 상장을 가장 많이 하는 '대목'이다. 올해도 반도체 설계기업 세미파이브, 의료기기업체 리브스메드 등 중견급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준비 중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상장 예정 기업들의 예상 시가총액 합계가 3조5000억~4조1000억 원에 달한다"며 "역대 12월 평균인 1조8000억 원의 2배가 넘는 규모"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형적인 성수기 시즌인 데다, 7월 제도 변경 이후 관망하던 많은 기업이 지난달에 이어 상장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주의도 당부한다. 의무보유 기간이 끝나면 기관들이 일제히 주식을 팔 수 있어 그때 주가가 급락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수익률이 워낙 높다 보니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과도하게 평가받는 종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제도 변화로 단기 수급이 개선된 건 맞지만, 결국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주가를 지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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