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11 08:56
'서편제' 송화는 동생과 말없이 헤어지며 "恨을 다치고 싶지 않아서요…"라 했고 '얼씨구~' 각설이타령이 신명나는 것은 한많은 각설이가 부르기 때문이다 [글로벌이코노믹=한성열 고려대 교수] 대중들의 정서를 잘 반영한다는 우리의 대중가요에는 ‘원한맺힌 삼팔선’이라든지 ‘한 많은 미아리고개’ 등 원과 한이 들어간 가사가 많다. 이런 노래들이 만들어진 시기가 우리 민족 최대의 비극 중의 하나인 한국전쟁의 피해가 극심한 시절이었으니 원과 한이 들어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표적 부정적(否定的) 감정을 꼽으라면 거의 대부분 어렵지 않게 ‘한(恨)’을 꼽는다. ‘원한’처럼 원(怨)과 한(恨)은 가끔 합쳐서 한 단어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원과 한은 조금 다른 감정이다. 문화심리학자 최상진의 연구에 의하면, 원이나 한이 생기는 사건이나 상황은 ‘부당하게 차별 대우를 받을 때’이다. 부당한 차별 대우를 받게 되면, 당연히 ‘분(憤)하고 억울(抑鬱)’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차별 대우를 한 대상에게 화를 내고 원망(怨望)하고 다시 되갚아주려는 강렬한 마음이 생긴다. 이 상태가 ‘원’의 상태이다. 상대방이 차별 대우를 하면 나도 차별 대우를 하면 화가 풀리고 분한 마음이 없어진다. 상대방이 나를 한 대 때리면 나도 한 대 혹은 두 세대를 때리면 통쾌한 마음이 들기까지 한다.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라는 말대로 자신이 당한 상처를 그대로 되돌려주면 원의 감정은 풀린다. 하지만 차별 대우를 받거나 억울한 마음이 든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 많다. 예를 들면, 화를 내게 한 사람이 조직에서 상사라고 한다면 참을 수밖에 없다. 만약 같이 화를 낸다면 그 결과는 오히려 더 불리한 상황이 될 것이다. 또는 신체적으로 자신보다 더 힘이 센 사람이 부당한 폭력을 행사한다고 해도 억울하다고 덤볐다가는 더 강한 폭력을 유발할 수 있다. 또는 화를 내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교육을 받았다면 화를 표현하기2013.11.27 12:51
情은 같은 시공간에서 오래 살면서 켜켜이 쌓여가는 감정 첫 눈에 사랑에 빠질 순 있어도 첫 눈에 정 들 수는 없다 서양부부는 사랑 때문에 살고 한국부부는 정 때문에 산다 서양에선 미워서 헤어지지만 한국선 정 떨어져서 헤어진다 [글로벌이코노믹=한성열 고려대 교수] 1978년 대학가요제에서 심수봉씨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부른 ‘그때 그 사람’이라는 노래 가사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그 어느 날 차안에서 내게 물었지/ 세상에서 제일 슬픈 게 뭐냐고/ 사랑보다 더 슬픈 건 정이라며 고개를 떨구던 그때 그 사람…….” 한국인의 제일 대표적인 정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 어려움 없이 ‘정(情)’이라고 답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말 속에 ‘정’이 들어간 말이 많다. 예를 들면, ‘모정’ ‘부정’ ‘우정’ 등의 단어뿐만 아니라, ‘정 들었다’ ‘정 떨어진다’ ‘정든 집’ ‘정이 많은 여자’ 등 ‘정’을 이용한 표현들이 많이 있다. 이처럼 많이 사용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인의 정서를 잘 나타내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왜 정이 사랑보다 더 슬플까? 비록 가요의 가사로 쓰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사랑과 정의 차이를 알면 이해가 된다. 우선 ‘정이 들다’에서 보듯이 정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마치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것’처럼 서서히 쌓여가는 감정이다. 반면에 ‘사랑에 빠지다’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사랑은 급격하게 느껴지는 감정이다. ‘첫눈에’ 사랑에 빠질 수는 있지만, ‘첫눈에’ 정이 들 수는 없다. 그만큼 정은 상대에게 더 많은 시간동안 관여해서 쌓여가는 감정이다. 그래서 급격한 감정인 사랑보다 그 대상을 잃었을 때 슬플 수밖에 없다. 사랑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낄 수 있지만, 정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해야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비록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라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오래 생활하면 정이 든다. 예를 들면, 오래 산 집에 정이 들 수 있고, 오래 사용한 만년필에도 정2013.11.13 16:25
한국의 어머니들이여! 좋은 학군이나 학원이 몰려있는 곳으로 이사 가려는 '맹모 삼천지교'의 어머니에서 벗어나라 자녀들이 독립적으로 클 수 있도록 상호 의존적인 끈을 먼저 끊는 '한석봉의 어머니'로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글로벌이코노믹=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국과 중국에는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 후대에 귀감이 되는 어머니가 있다. 물론 이 땅의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역사책에 이름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희생과 헌신으로 자녀들을 키워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에는 맹자(孟子)의 어머니가, 그리고 한국에서는 한석봉(韓石峯)의 어머니가 훌륭한 어머니의 모범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맹자 어머니의 교육방침은 자녀의 교육에서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려주는 고사(古事)다. 맹자가 어머니와 처음 살았던 곳은 공동묘지 근처였다. 그러자 맹자는 늘 보던 것을 따라 곡(哭)을 하는 등 장사지내는 놀이를 하며 놀았다. 이 광경을 목격한 맹자의 어머니는 이사를 했는데, 이번에는 시장 근처였다. 그랬더니 맹자가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상인들의 흉내를 내면서 노는 것이었다. 맹자의 어머니는 이곳도 아이와 함께 살 곳이 아니구나 하여 이번에는 글방 근처로 이사를 하였다. 그랬더니 맹자가 글을 읽는 흉내를 내며, 예법에 관한 놀이를 하는 것이었다. 맹자 어머니는 마침내 그곳에 머물러 살았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환경이 자녀의 교육이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무리 좋은 잠재력을 가진 씨앗이라도 옥토에 뿌리고 잘 가꾸어야 큰 결실을 맺게 된다. 같은 씨앗이라도 자갈밭이나 가시덤불에 뿌리면 결국 말라죽거나 많은 결실을 맺지 못한다. 따라서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한양(서울)으로 보내라”라는 격언도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성공하는 데는 환경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심리학에서 제일 핵2013.10.30 13:10
결혼은 '분신'인 아들을 딴 여자에게 양보하는 것 인식 '새아기'로서는 남편만이 유일한 믿음의 대상이며 보호막 바뀌어가는 결혼문화, 갈등을 현명하게 풀어갈 지혜 필요 [글로벌이코노믹=한성열 고려대 교수] “굿하고 싶어도 맏며느리 춤추는 꼴 보기 싫어서 안 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한국 가정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는 갈등이 많다. 어머니와 딸 사이도 “너도 시집가서 더도 말고 딱 너 닮은 딸 한번 나 봐라”라는 말이 있듯이 딸이 어렸을 때는 갈등이 심하지만, 딸이 나이가 들거나 결혼하게 되면 어머니와 사이가 가까워져 친구 같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 같은 여자들끼리의 관계인데 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나이가 들어도 갈등이 줄어들지 않을까? “며느리 흉 없으면 다리가 희다고 한다”는 속담에서처럼 왜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미울까? 한편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처럼 왜 며느리들에게는 ‘시(媤)’자가 붙는 관계는 다 싫은 것인가? 아버지와 아들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전통 문화에서 어머니에게 아들의 존재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남편 집에 ‘새아기’로 들어온 며느리가 해야 할 제일 큰 과제는 ‘아들을 낳아 대를 잇는 것’이다. 내세관(來世觀)을 뚜렷이 가지고 있지 않은 우리 문화에서도 죽어서 조상만은 만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죽어서 조상을 뵐 면목이 제일 없는 일’이 바로 아들을 낳지 못해 자기의 대에서 대(代)가 끊기는 것이다. 당연히 남의 집에 시집 온 며느리는 아들을 낳아야 한다. 아들을 낳지 못한 며느리는 시댁의 대를 끊은 큰 죄인으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살아가게 된다. 만약에 부인에게서 아들을 얻지 못하면 첩(妾)을 얻거나, 밖에서 다른 여자에게서라도 아들을 얻어 대를 이어가야 한다. 이런 문화에서 아들을 낳았다는 것은 며느리로서 제일 중요한 임무를 완성한 것이 되고, 그 때부터 한 집안의 부인으로 대접을 받게 된다. 시부모는 물론이고 시댁의 일가친척에게도 대를 이어준 공(功)을 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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