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05 08:50
장혜주(CHANG HYE JOO, Link Art Project 예술감독)의 독무 『지속적인』은 4~8개의 주제마디의 화성 정형을 설정하여 그 반복 가운데 악곡의 통일과 변화를 만들어내는 샤콘느 형식처럼, 설정된 동작구의 반복 가운데 움직임에 변화를 주는 형태의 춤이다. 샤콘느 형식에서 모티브를 얻었지만 샤콘느 형식은 아니고 변주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녀는 현학적이며 수학적 상징이나 기호 등을 제목으로 사용하기를 선호한다. 그녀의 『지속적인』의 내용은 긴 설명 보다는 형식의 변형을 가시화하기 위해 다소 난해하지만 다음과 같다. 「A - B - C – D, A - B' - C – D, A - B - C' - D, A' - B' - C' - D', A' - B - C' - D, A - B' - C – D', A - B' - C' - D, A' - B - C – D'」 「하나인 듯, 하나 아닌, 하나같은 바흐의 무반주 독주처럼, 원무의 율동성이 화폭에서 살아 숨 쉬는 마티스의 춤처럼, 나는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오선지 위의 음표가 되기도 하고, 선율을 타고 음표들을 재조합하는 오선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로 해석된다. 무대를 수평으로 가로지르며 오선지를 상징하는 다섯 개의 띠가 있고, 거울이 서 있다.2015.05.04 09:57
M극장 ‘우리시대 춤과 의식전’의 새로운 기운, 로 댄스 프로젝트(Roh Dance Project)의 대표 노정식은 성진수의 대본 ‘소풍’을 기반으로 이동하 출연의 독무를 잘 안무해냈다. 대부분 소풍은 즐거운 추억을 안겨주지만 소수의 노약자들에겐 버려짐으로 연결된다. 소풍은 시인 천상병에겐 지상으로의 외유였고, 어떤 어린이들에겐 버림의 의미로 쓰여지기도 한다. 노정식의 ‘소풍’은 슬픔이 침화된 고통의 의미로 다가온다.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1990년 춥지만 따뜻했던 어느 날, 어머니는 할머니 댁으로 소풍을 가자고 말했다’라는 사내의 낭만적 내레이션과는 판이하게 다른 슬픈 사연이 숨어있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떠났던 할머니 집, 사탕이랑 사과를 들고 꿈에 부풀어 있었던 날, 어머니는 홀연히 떠났고 그는 버려졌다. 사연을 안고 검정색 양복을 입은 한 사내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등장한다. 저음의 첼로가 슬픔의 농도를 짙게 하면, 세월에 그을린 사내는 느린 걸음으로 분노와 연민으로 슬픔이 삭아 내린 추억의 흔적을 더듬는다. 내레이션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음악이 변주되며, 배신에 허탈해 하며 사네는 큰 소리로 웃는다. 또 다시 내레이션이 반복된다. 적정량의 조도가 받혀주는 가운데 사내는 내공이 있는 응축된 동작으로 분노를 반복해내며, 영화배우 캠 캐리의 얼굴 연기의 일면을 보인다.2015.05.01 15:15
한국현대춤협회(회장 손관중, 한양대교수)가 동숭아트센터에서 주최한 제29회 한국현대춤작가 12인전에 초청된 작품 중의 하나가 조재혁(국립무용단 단원) 안무의 『현 一』 이다. 제목의 난해함에서 시작된 춤은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독특한 스타일의 맛깔스런 춤이었다. ‘현’ 중의 하나는 아쟁(絃)을 뜻하고, ‘일’(一)은 다중의 의미로 사용되는 ‘일’ 중의 하나이다. 제목은 ‘현 일’이 되는 셈이다. 조재혁, 윤서경(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수석단원) 듀엣의 춤(놀이)은 지상의 춤의 아름다움을 벗어나 천상의 밋밋한 무한 수행의 무대로 옮겨간다. 일상의 즐거움을 배제한 천상에서의 삶은 지루하기 그지없다. 바둑판과 아쟁, 아쟁꽂이가 소품의 전부이다. 검음과 붉음, 허공을 가르는 아쟁의 선율, 악(樂)이 몸에 입(入)하여 악을 듣는 과정을 거쳐 희미한 마음으로 유입되는 과정까지의 정도(正道)가 펼쳐진다. 세익스피어의 『햄릿』의 대사 ‘To be or not to be…’ 가 생뚱 맞게 튀어나오고, 지상과 천상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악사와 무사(舞士)는 스승과 제자, 친구 사이의 모든 계급을 초월하여 하나가 된다. 이 춤의 하이라이트는 아쟁 받침이 여러 도구로 변용되는 장면이다.2015.04.30 12:10
춤과 의식전에 출품된 최원준(한양대 생활무용예술학과 겸임교수, 밀물현대무용단 단원) 안무의 『붕어, 崩禦, Act on Instinct』는 무너질 붕(崩)과 막을 어(禦)를 상징으로 쓰고, 붕어의 습성을 다양한 몸짓으로 무용에 접목시킨다. 안무가는 현대인의 위기감으로 부각된 젊은 가장들의 상황을 낚싯대를 마주보고 있는 물밑의 붕어를 떠올리게 하면서 춤을 전개시킨다. 최원준 자체에게도 도래한 절박함, 위기감에서 ‘붕어’를 오브제로 삼고 자신만의 독특한 춤 형식을 개발하여, 현대무용 족보에 자신을 포진시키는 용기는 자신의 스타일을 굳히는 방식의 하나일 것이다. 장르 춤의 관습을 넘어 서글픈 현실에 대한 울분을 낚시 바늘에 걸린 물고기로 비유하고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 최원준 역시 외로운 도시의 희생자라는 생각이 든다. 여유와 기다림 없이 정신없이 흘러가는 현대적 우화, 붕어는 기억력이 3초라 한다. 낚시 바늘에 입이 찢어져 도망을 갔어도 금방 다시 돌아와 지렁이를 다시 문다. 그 붕어는 지렁이를 물면 잡혀 올라간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창작 모티브가 된다. 입이 찢어진 붕어는 3초 동안의 고민 중 다른 붕어가 지렁이를 채 가기 전에 또 한 번의 생존 본능으로 낚시 밥을 문 것은 아닌지 안무자는 심각하게 고민한다.2015.04.29 07:40
성실하게 자신의 춤 길 개척 겸양 갖춘 가족 같은 이미지 자신의 정서 섬세하게 표현 이지숙(李知淑, LEE JI SUK)은 아버지 이상철과 어머니 이현숙 사이의 3녀 중 둘째로 1987년 2월 8일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송북초, 덕일중, 전주예고, 성균관대 무용학과와 교육대학원을 거쳐 한양대 공연예술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현대무용가이다. 성대 무용학과 교육조교, 한양대 ERICA 현대무용 강의교수, 전주예고, 안양예고에 출강하고 있다. 이지적인 모습에 화평 그 자체를 얼굴에 담고 있는 이지숙은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눈에 띄는 타입은 아니다. 무관심한 척하지만 호기심이 왕성한 그녀는 퀼트를 짜듯 성실하게 자신의 춤 길을 개척해오고 있다. 늘 그래왔지만 느긋하게 사물을 관찰하고 긍정적으로 만사를 생각하는 여유로움은 그녀의 앞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지숙은 2012년 제7회 전국무용경연대회 전체 ‘대상’과 제49회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 현대무용 ‘금상’ 수상 기록이 있는 저력의 춤꾼이다. 그녀는 유년 시절부터 명랑하고 춤추는 것을 좋아해서인지 활동적이고 친화력이 두드러진다. 주변 친구들보다 운동신경이 뛰어났던 그녀가 선택했던 무용은 이제 그녀의 일상을 봄날의 정원으로 만드는 꽃이 되었다.2015.04.28 13:43
김은이 연출, 기획의 『꽃 그림자 사이로…』展지난 23일 저녁 여덟시 강동아트센터 대극장(한강)에서 공연된 『배꽃 춤판』의 『꽃 그림자 사이로…』展은 이화여대 한국무용 전공 졸업생 선후배들이 펼쳐 보인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그리움과 동경을 불러오는 『배꽃 춤판』은 섬세한 춤사위, 다양한 춤 장르의 예시, 동문 춤꾼들의 성장사를 읽게 해주는 춤판으로 해마다 인지도를 높이며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창작무용으로 치닫는 한국무용 전공자들의 들뜸을 가라앉히고 우리 춤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우는 『배꽃춤판』이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 극장 측 사정으로 아르코 대극장에서 강동아트센터로 춤판을 옮겨 출연자, 관객, 스텝들에게 부담을 안겼던 춤은 원래 의도했던 성과에 완벽...2015.04.25 10:34
M극장 ‘춤과 의식전’에 상제된 테드 숀 리본 안무의 현대적 발취, 정은주 안무의 『붉은 나비의 꿈』은 현대무용의 역사적 관점에서 재해석 해낼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20세기 초, 새로운 의식의 춤으로 현대무용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현대무용 최초 남자무용수 테드 숀의 ‘리본’ 안무의 흑백 비디오 자료가 춤 철학자 정은주의 시야에 포착된다. 고즈넉한 20세기의 풍경, 리본을 들고 춤추는 남자, 테드 숀의 흑백영상이 투사된다. 가벼운 울림으로 다가오는 강하고 분명한 현대무용의 새로운 조형에 대한 선언이다. 붉은 탑 조명 안에서 춤추는 여인, 정은주가 독무로 추어내는 리본 댄스는 대 스승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보헤미안의 모습이다. 음악 없이 침묵 속에 작은 움직임이 모여 변화를 이루어내는 단계이다. 정은주는 현대무용의 다양한 표현영역에 포함된 리본과 몸이 하나가 되는 과정을 전개시킨다. 그녀에게 그 과정은 나비의 환태로 나타난다.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어가는 과정, 나비가 되고 싶어 하는 간절한 소망, 나비가 되기 전까지의 긴 기다림, 날개가 생기는 나비, 나비가 되어 현실에 적응하는 나비, 자유롭게 세상을 날아다니는 나비가 그녀의 리본과 함께 표현된다.2015.04.23 06:55
죽음도 삶의 일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부정적 감정 충분히 표현되면 긍정적으로 바뀌어 “모든 살아있는 생명은 다 죽는다. 다만 언제 죽느냐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 명제를 사람만큼 잘 이해하고 있는 생명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죽음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는 것은 우리의 삶에서 가장 슬프고 피하고 싶은 사건인 것은 분명하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면서 수없이 죽음과 마주하는 의학 분야와 인간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연구하는 심리학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죽음에 대한 연구는 비교적 최근에야 관심을 받는 영역이 되었다. 죽음에 대한 연구의 장을 연 분으로 존경받는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Elizabeth Kuble-Ross)가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한 매체는 다음과 같은 일화로 감동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1962년 미국 콜로라도대 의대의 한 강의실. 작은 체구에 수줍은 표정의 대학원 조교 엘리자베스 퀴블러는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16세 소녀 환자와 함께 들어섰다. 그리고 학생들을 향해 말했다. “누구든 이 환자를 인터뷰해 보라”고. 머뭇거리던 몇몇 학생이 혈구 수 측정치 등 의례적인 질문을 던지자 소녀는 못 참겠다는 듯 자문자답을 하기 시작했다.2015.04.17 23:55
포이동 M극장에서 공연된 현대창작발레 원주연 안무(김화례 연출)의 '컨베이어 벨트'는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Modern Times, 1936)를 연상시킨다. 시침소리, 시간에 관한 단어들이 둥둥 떠돌고 있는 공간이다. 컨베이어벨트 위의 단조롭고 비인간적이고 무한 반복적 작업을 통해 완벽한 제품은 창출된다. 원주연은 현대문명 위에 얹힌 비인간성을 은유적으로 비판한다. 끝없이 도마에 오르는 비인간적 처사를 낭만적 틀에 담아 희화시키는 행위는 그녀가 예술가적 상상력을 소지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인간도 컨베이어벨트 위에 놓인 제품처럼 시간에 지배당하며 살고 있다. 일차원적으로 컨베이어벨트의 제품들, 더 나아가서 시간에 의2015.04.16 08:05
‘당신들은 보고 있으나 보고 있지 않는다. 절대적인 맹신과 사실의 왜곡으로 눈이 멀어간다.세상엔 맹시들의 천지니까. 우리는 아르고스가 필요하다.’4월 첫째 주 토·일요일 참신한 주제로 주목을 끈 M극장 신진안무가전 후반 초청작 최은지 안무의 『눈 먼 선택』(예술감독 이해준 한양대 교수)은 ‘무주의 맹시’를 동인(動因)으로 삼는다. 무주의 맹시, 눈이 특정 위치를 향하고 있지만 주의가 다른 곳에 있어서 눈이 향하는 위치의 대상이 지각되지 못하고, 편시현상으로 정작 중요한 사항을 놓치는 상태를 일컫는다. 우리 사회에 허다한 무주의 맹시,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절대적 맹신을 만든다. 관심분야 이외2015.04.15 07:40
발레와 현대적 느낌 잘 조화아크로바틱 연결 많이 시도송치봉(宋致奉, Song Chi Bong)은 아버지 송원섭과 어머니 김경숙 사이의 2남 중 장남으로 1986년 2월 8일 경북 대구에서 출생했다. 경기 안양 달안초등학교 재학 당시 친구들과 어울려서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고 여러 운동에도 소질이 있었다. 그는 느긋하게 세상을 바라보다 목표를 세우면 저돌적으로 추진하는 타입으로 각종 육상대회 수상 경력이 있으며 축구 실력도 뛰어났다. 심중에 해를 품은 그는 조용하고 소극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왕성한 호기심으로 성실하게 자신의 목표를 향해 우보(牛步)를 하고 있다. 태연하게 보이지만 그의 가슴 속엔 ‘이루어 내리라’는 뜨거운 용광로가2015.04.14 07:04
지난 4월 4일과 5일 M극장에서 공연된 『무한 깃털, 멈출 것인가?(Endless Feathers, will stop?)』는 ‘아니모 컴퍼니’의 박상용, 이유란 듀엣이 ‘깃털’을 명제로 삼은 작품이다. 새들에게 깃털의 부재는 삶을 상실한 것과 같다. 사소하지만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순간에 찾아오는 공허함, 불안함, 답답함 등 다양한 감정 혼재의 순간들이 전개된다. 박상용은 공허함에서 불안함을 생각한다. 답답함에서 신체의 일부는 재촉과 분노를 표현한다. 자신이 가고자하는 길이 막는 것인지 막히는 것인지 혼돈상태에 빠진다. 한발 한발 디딤이 힘들어지고, 저조한 상태에서 일은 부진과 침체를 거듭하고, 몸은 지치고 갈등과 혼란의 발버둥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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