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경은 장애우들이 휠체어에 앉아 춤추도록 하고, 지적 장애우들이 당당하게 서로 주인공이 되도록 하는 다양한 춤 운동을 전개하며 문화 복지에 지대한 관심과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1989년 창단한 그녀의 무용단은 창작무는 물론 장애우들과 '춤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발하고 장애인 교육을 활성화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도 춤을 선도하는 것은 무용단원들이고, 장애우들의 어색함을 털어낸다.
거대한 숲을 이룬 이번 공연팀은 주변의 냉량함을 깨는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이다. 2013 장애인 예술 인재양성 프로젝트 아름다운 몸짓-더불어 숲은 그 주제어로 '푸른 공기의 춤'으로 정하고, 서울여고, 수도여고, 영등포여고, 국제장애인문화교류 노원구협회 연합으로 이루어져 춤의 힘이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소중한 고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윤덕경은 그동안 『어 엄마 웃으섯다』(97), 『더불어 숲』(99), 『장애를 넘어 미래를 넘어 세계로 향한 몸짓』(04), 『하얀 선인장』(11)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함께하는 춤을 모색해 왔다. 그 춤 공간에서 장애를 떠나 모두는 주인공이 된다. 창출된 희열은 푸른 공기를 만드는 숲이 되고 꽃이 되었다. 다분히 그녀의 안무작들은 교육적‧교훈적‧계몽적‧목적성을 띄고 있다.
작년 용산 미르아트홀에서 공연된 '장애인예술가와 전문무용가가 함께하는 또 다른 가족과 함께'에 이어, 같은 공간에서 금년 '또 다른 가족과 함께 두 번째 이야기'의 총연출 및 안무, 출연했던 윤덕경은 무용가와 함께하는 다양한 예술 장르의 경계 허물기를 보여주었다. 그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어울림이 만들어낸 용기와 희망을 보여주었다. 달 아래 기원무는 휠체어에서 불어오는 봄 향기를 진하게 발산하였다.
휠체어와 목발, 수화가 등장하는 무대에 핀 하얀 선인장 꽃들은 미래에 대한 붉은 열정으로 장애인 문화 복지를 위한 공연의 힘과 전망을 뜨겁게 하였다. 춤 공연뿐만 아니라 장애인 문화 복지 정책개발을 위한 토론회, 장애인 문화 예술활동 전망과 사례발표 등도 단체의 존재감을 살리는 작업이다. 이번 공연의 연습과정이 배경막에 비춰지고, 태양을 안은 그들은 푸른 나무아래 희망을 꿈꾼다.
공연의 오프닝은 이철용(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 이사장)의 인사말과 노래로 시작되었다. 『푸른 공기의 춤』은 플로로그 1장-숨겨진 샘(몸풀기), 2장-다알(함께하는 강강술래), 3장-공기의 춤(향기), 4장-더불어 숲(등),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감 불어넣기와 자신감 갖기를 보여준 이번 공연은 기본 춤에서 북춤까지의 진전된 양상을 보이고 리듬감 익히기로 차원을 격상시킨다.
장애인 학생들과 전문 춤꾼들이 리드한 결과물은 모두가 하나 되는 사회를 목표로 '장애의 극복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인식시키며 감동의 시간을 제공한다. 겨울을 연 '푸른 공기의 춤'은 색다른 감동을 연출했다. 거친 몸짓에서 연마된 고운 결(潔)의 공연은 교육이 낳을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일이다. 감각과 시공간의 왜곡이 아닌 순수 그 자체에서 빚어지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윤덕경은 자신의 전공인 전통무를 바탕으로 소통하는 창작무용을 개발해왔다. 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서정적 안무구성은 배려심에서 나온다. 춤 테크닉을 자신의 전유물로 삼지 않고, 베풂으로써 세상의 밝은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교육자다. '푸른 공기의 춤'은 난해함을 우회한 공유의 선물이다. 세상에는 미추(美醜)와 빛과 그림자가 항존(恒存)한다. 밝은 쪽으로 더 많이 이끌어 내는 것은 인간의 도리다.
윤덕경이 추구하고 있는 세계로의 약간의 기울임, 우리 모두가 찾아낼 수 있는 밝은 빛으로 어두운 공간을 지각하고 그곳에 따스한 시선과 뜨거운 가슴으로 온기를 불어넣는다면, 장애인들의 활발한 사회 참여를 격려하면서, 세상은 사막에 선인장을 피워내고, '서로'라는 진한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선한 사람들의 마음으로 보는 춤은 날개를 달았다.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을 고려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