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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산책(5)] 사운드의 인위적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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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산책(5)] 사운드의 인위적 조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파벨만스' 이미지 확대보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파벨만스'
등장인물이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라이트 모티브가 연주되거나, 두 남녀의 은밀스러운 만남과 같은 상황에 연결될 수 있다. 상투적으로 같은 음악의 반복은 장면의 인물과 상황을 환기시킨다.

라이트 모티브는 어떤 인물이나 상황 또는 어떤 개념과 연관되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음악적 어법이며, 그 대상과 동일시되는 것이 기본이지만, 때론 자율적이며 적극성을 갖는다.

연인들의 사랑을 확고히 해주었던 라이트 모티브가 그들이 다투거나 헤어질 때도 반복된다면 그것은 전자의 견고한 사랑에 상반된 사용법이 된다. 등장인물의 일부분처럼 느껴지는 라이트 모티브는 그 인물이 처한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영화에서 두 개의 화면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는 영화의 이미지, TV, 컴퓨터 화면 등 어디든지 장식적, 보조적 기능 이상의 본질적 구조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이것은 공간 창출을 위한 특수효과의 방식으로 유동적이고 연속적인 현실감을 만들어 줄 뿐이다.
TV 수상기에 PIP가 있을 때, 큰 화면 속의 작은 화면은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인지하는 이상의 큰 의미를 못 준다. 작은 화면의 내용이 큰 화면과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이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 PIP 화면을 활용한 혁신적인 시도가 출범할 여지는 충분하다. 헐리우드 영화가 자본주의 방식을 채택한 지는 영화가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10년부터이다. 그때부터 미국 영화는 스튜디어 방식의 대량 공정시스템을 만들었다.

대중적인 오락 상품으로써 영화를 대량 생산하고 1차대전 후 경제 사정이 악화되고 공황에 직면해도 미국은 스튜디오 방식을 강화하고 스타 시스템, 장르영화를 선도하고 발성영화의 발전을 앞당기며 보다 더 상업성에 박차를 가한다.

영화음악에 대한 이론은 영화의 역사에 비해 최근에 와서야 비로소 그 관심도가 집중되었다. 고유한 영화적인 이론의 성립은 그 출발부터 모방을 넘으려 하며, 촬영된 공간과 시간 조각의 한계는 내러티브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영화음악은 1980년대에 들어서 본격적인 연구의 대상이 되었고 음향을 비롯한 소리 전반에 대한 포괄적이며 원근법적으로 구체화된 탐구가 이루어졌다. 사운드트랙은 디지털 영화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맥락이기에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영화음악이 관객의 정서와 관점을 조정하고, 등장인물과 사건에 대한 이해를 돕는 등, 영화에서 담당하는 기능이 광범위한 것에 비해, 그 이론적 연구의 출발점이 뒤늦었다고 코브만(Claudia Gorbman)도 지적했다.

영화 연구의 기본 경향이 문학적 측면과 시각 스타일을 중시하기 때문에, 음악은 영화 연구학자들에게 등한시되었다. 더욱 영화학자들의 음악적 지식 부족이 영화음악 발전을 지연시켰다. 이런 공백을 메운 것이 음악학자들과 애호가층을 통해서이다.

영화음악에는 비가시성 원칙이 있가. 크게 디제시스(diegesis)적 사운드와 비디제시스적(non-diegesis) 사운드로 구분한다. 영화의 허구 세계 속에 실제 음악이 존재할 때, 그 음원이 화면에 자주 등장한다. 이때의 음원을 관객은 디제시스 안에서 이해하게 된다.

연주하는 장면에서 연주되는 화면·음악이 서로 다른 경우조차도 관객은 디제시스 안에 있는 음악으로 간주한다. 비현실적 상황에서 음악은 관객이 그 상황에 설득되고 몰입되도록 도와준다.

디제시스 사운드는 ‘외재적· 내재적 디제시스 사운드‘로 나눈다. 스크린 내 공간에 삽입된 사운드로 실험영화, 추상영화에서 사용된다. (전자) 사운드의 출처는 모르지만 스토리 내에서 존재함을 아는 사운드, 주인공의 보이스 오버를 들 수 있다.(후자)

두 가지 이상의 사운드를 조합하거나 임의의 사운드를 강조하여 명확하게 들리도록 하는 인위적 조절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는 음향 합성기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렇게 조절된 사운드트랙은 그것과 일치된 화면 속 대상으로 시선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아무리 예민하고 성능이 좋은 마이크라 하더라도 극적인 장면의 중요한 것과 단순히 배경 음향의 한 부분에 불과한 것을 분별해 내진 못한다. 한 방향을 향하고 있는 마이크는 잡히는 모든 소리를 기록할 것이다.

마이크가 가청 범위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들을 수 있는 ‘인간의 귀’라고 한다면, 중요한 소리는 기억하고 그렇지 않는 것은 무시할 수 있는 선별 능력이 있는 ‘인간의 뇌’에 해당하는 것이 음향 합성기라 말할 수 있다.

초기의 유성영화는 음악과 대사, 음향이 유기적으로 혼합되는 편집 대신에, 음악만 나오는 시퀸스와 대사와 음향만 나오는 시퀸스가 분리되는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음악이 내러티브에 세밀하게 대응하는 것은 기대조차 어렵고 무성영화 시절보다 미학적으로 후퇴하는 듯 했으나, 기술의 진보로 이 문제는 해결되었다.


정순영 음악평론가 겸 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