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삼양식품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처음 100만원을 돌파한 뒤, 한 달여 만에 30% 이상 상승해 133만4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2년 불닭볶음면 출시 당시 주가인 2만7000원대에 비해, 무려 49배가 오른 수치다. 이는 식품업계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사례로 평가된다.
삼양식품은 내수 시장 위축과 원가 부담에도 올 1분기 기준 매출 5290억 원, 영업이익 1340억 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률도 25%를 넘겨 한 자릿수에 머무는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성장의 핵심은 해외 수출 확대와 강력한 브랜드 경쟁력이었다.
삼양식품은 1963년 창업주 고 전중윤 회장이 설립하여 대한민국 최초의 라면 ‘삼양라면’을 탄생시켰다. 그가 가난과 식량 부족에 허덕이던 시절, 값싸고 영양가 있는 식품으로 서민의 식탁을 바꾸겠다는 의지와 사명감으로 시작한 사업은 곧 한국 식생활의 혁신으로 자리 잡았다.
필자는 삼양식품에 입사하여 10년 만에 부산지점장을 맡았고, 당시 최대 위기였던 우지 파동을 현장에서 겪었다.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생산 중단과 검찰 수사, 소비자 불매 운동이 이어졌다. 회사의 이미지와 신뢰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이후 삼양식품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소비자의 신뢰는 회복되지 않았고 매출은 급락했다. 외환위기와 구조조정으로 경영은 더 어려워졌다. 필자도 그 시기 회사를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결국 1990년대 초반 삼양식품을 떠나, SK그룹 중간 간부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삼양식품은 2000년대 들어 부채를 정리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2010년에는 전중윤 창업주의 장남 전인장 회장이 취임하며 2세 경영 체제가 확립됐다. 외식 사업과 신제품 출시로 반전을 꾀했으나, 기대만큼 실적이 크게 오르지 않아 오랜 답보 상태를 겪었다.
2012년 전인장 회장의 부인 김정수 부회장이 주도해 출시한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의 운명을 바꾼 전환점이었다. ‘극한 매운맛’이라는 파격적 콘셉트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통하며 불닭 시리즈는 단숨에 글로벌 히트 상품이 되었고, 삼양식품을 다시 부활의 길로 이끌었다.
불닭볶음면은 국내 시장에서 1000원대에 판매되지만,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는 2000원 이상에 판매되며 높은 마진들을 남겼다. 여기에 고환율이 겹치면서 해외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이제 해외 시장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회사의 성장 엔진이 되었다.
삼양식품은 최근 밀양 제2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생산량을 크게 확대했고, 2027년에는 중국에 첫 현지 공장을 세워 가동할 계획을 밝혔다. 이러한 글로벌 시장 전략은 창업주 전중윤 회장이 품었던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이라는 비전을 실현하는 중요한 발판이 되고 있다.
다만 불닭 시리즈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매출 구조는 삼양의 잠재적 위험 요소다. 단일 품목의 매출 구조는 소비 트렌드 변화나 경쟁 심화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물 라면 ‘맵’과 건면 ‘탱글’ 등 신규 브랜드 개발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증권가는 삼양식품의 목표주가를 기존 160만 원에서 최대 170만 원까지 상향 조정했다. 해외 실적이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성장 모멘텀이 한층 강화되고 있으며, 글로벌 팬덤 확대와 환율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과 매수세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삼양식품은 김 부회장이 주도하는 불닭볶음면 신화에 이어 신제품 개발과 글로벌 마케팅으로 시아버지 고 전중윤 회장이 일군 과거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필자는 우지 파동의 고난을 함께 겪었던 옛 직원으로, 지금도 변함없이 삼양식품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