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줄인 생산량 늘리며 시장 확보로 전환, 국제유가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다가서

OPEC+는 지난달에도 같은 규모로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는데, 이는 시장에서 예상한 것보다 3배나 많은 양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저르제 레온 에너지 컨설팅 업체 리스타드 애널리스트는 "OPEC+의 이번 증산 결정은 석유 시장에 폭탄을 던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첫 증산은 시장에 경고를 보낸 것이었으나, 이번 두 번째 증산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OPEC+가 지난 3년간 감산으로 유가를 지지하던 정책을 포기하고, 이제는 석유 시장에서 자기 몫을 더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확실히 바꿨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제 국제 유가는 OPEC+가 공급을 늘리기로 한 결정과 미국의 무역 관세가 세계 경제를 줄일 것이란 걱정이 겹치면서 계속 내려가고 있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4월 2일 이후 약 5분의 1 내려간 배럴당 61달러를 기록하며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가까워졌다.
◇ OPEC+ 내부 갈등 커져... 카자흐스탄 "나라 이익 먼저" 밝혀
지난 3년 동안 OPEC+는 유가를 올리기 위해 총 생산량을 하루 약 600만 배럴 줄였으며, 이 전략은 2022년 내내 원유를 배럴당 90달러 위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시장 수요가 약하고, 미국 생산량이 늘어나고, 회원국들이 할당량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점점 약해지고 있다.
석유 생산국 모임 안에서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특히 카자흐스탄은 셰브론이 이끄는 텡기즈 유전의 생산량을 늘리고 모임의 할당량보다 "나라 이익"을 먼저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사우디아라비아도 생산을 줄이던 정책을 완화하며 이번 달 생산량 늘리기를 주도했다.
지난 3년 동안 자체 생산량을 하루 200만 배럴 줄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줄인 양의 가장 큰 부분을 짊어지는 것에 점점 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카자흐스탄과 이라크를 비롯한 다른 회원국들은 계속해서 할당량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있다.
사우디 왕국의 생각을 잘 아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우디 관리들은 이제 유가가 오래 내려가더라도 공급을 다시 늘리는 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유가가 내려가 국가 예산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사우디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유가가 더 내려갈 수 있는 새로운 전략으로 바꾼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일부 시장 분석가들은 OPEC+가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석유가 시장에 나올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비야네 쉴드롭 SEB 수석 원자재 분석가는 베네수엘라에 가해진 제재로 OPEC+의 4월 생산량이 하루 20만 배럴 줄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카자흐스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같은 예전에 할당량을 지키지 않던 나라들이 생산량을 줄이면 계획한 증산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