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2000년대 인기 리얼리티 TV 쇼 프로그램인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 진행을 맡아 전국적인 지명도를 높였다. 유별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를 좋아하는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인 시절부터 소셜미디어 트위터(현 엑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가 취임을 준비 중이던 2017년 1월 초에 미국 언론에 한국에 관한 기사가 한 건 게재됐다. 한국 외교부의 미국 담당 부서인 북미국이 트럼프의 트윗을 전담하는 직원을 따로 두었다는 소식이다. 폭풍 트윗을 쏟아내는 트럼프를 실시간 추적하는 시스템을 한국 외교부가 구축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에는 엑스 대신에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이용한다. 그의 트루스소셜 게시 글은 지금 미국과 전 세계에 거의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고 있다. 트루스소셜은 그가 쥐고 있는 확성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에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한 무역 전쟁에 돌입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사활이 걸려 있다.
그의 집권 2기에는 한국 외교부가 소셜미디어 전담 직원을 두는 초보적인 대응으로 버틸 상황이 절대 아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트럼프 태스크포스’를 대대적으로 만들어 운영해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준비된 대통령’ 트럼프가 취임 100일 만에 미국과 세계의 정치·경제 질서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주요 국가와 기업이 ‘트럼프 리스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 불허의 지도자다. 그러나 그의 통치 스타일과 주요 정책 결정 과정 등을 분석해 보면 일정한 패턴과 특징이 있다. 한국 정부나 기업, 언론이 그를 집중적으로 추적하면서 정밀 분석을 해보면 ‘트럼프 사용법’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
그는 무엇보다 매사를 직접 챙기고, 시시콜콜 지시를 내린다.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과 대면 접촉을 하거나 그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를 찾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이 정치적 리더십 부재 상태여서 트럼프를 직접 만나거나 그와 전화 통화를 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나 미국 내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트럼프가 자주 만나는 핵심 측근들에게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다. 로펌이나 로비펌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가 늘 시청하는 폭스 뉴스나 폭스 비즈니스 뉴스의 보도와 출연 등을 통해 그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역대 어느 대통령과 비교해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다수의 통로가 열려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각국 지도자들과 수시로 통화하고, 직접 만나고 있다. 또한 기업인들과 언제든 회동한다. 트럼프 참모진과 접촉할 수 있다면 예상보다 쉽게 그와 대면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트럼프는 정치와 외교도 비즈니스처럼 한다. 그와 만나면 그에 대한 칭송을 잊지 말아야 하고, 그에게 줄 반대급부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고 WSJ가 강조했다. 가치와 이념 같은 추상적인 것보다는 투자 금액, 일자리 창출, 경제적 이득이나 손실 규모 등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해야 그가 귀를 기울인다.
트럼프는 쇼맨십이 강하다. 그는 늘 뭔가 자랑할 것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전담 팀을 전부 가동해 트럼프 대통령을 철두철미하게 연구하고, 치밀한 접근 전략을 짜면 대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