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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속 기회 엿보는 중국 하이난... "면세섬으로 쇼핑객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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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속 기회 엿보는 중국 하이난... "면세섬으로 쇼핑객 유치"

별도 관세제도 연내 출범 계획... 미국 수입품에 부과된 125% 보복관세 회피 가능
관광객 감소·매출 하락에도 불구하고 관세 상승 환경 속 새로운 경쟁력 기대
중국 하이난성 싼야에 있는 싼야 국제 면세 쇼핑 단지에서 사람들이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하이난성 싼야에 있는 싼야 국제 면세 쇼핑 단지에서 사람들이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 전역의 기업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남부 열대 휴양지 하이난성이 특별 세관 정책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하이난성은 지난 몇 년간 면세점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 정책을 통해 주요 쇼핑 목적지로 부상했다. 이제 올해 말까지 별도의 관세 제도를 출범할 준비를 마친 하이난은 중국이 모든 미국 수입품에 부과한 125%의 보복 관세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현지 상점들은 중국의 다른 지역보다 큰 경쟁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하이난에서는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아이폰과 미국산 화장품에 대한 약속이 방문객 증가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국내 소비 부진과 해외 관광 회복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하이난 면세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하이난을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항으로 탈바꿈시키고, 역외 금융과 면세 쇼핑의 중심지로 육성해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조세 제도와 완화된 비자 요건으로 관광객과 기업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관세 제도가 시행되면 하이난은 과세 대상 품목의 공식 카탈로그에 나열된 상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입품에 대해 무관세 정책을 채택하게 된다. 하이난에서 중국 본토로 이동하는 상품은 표준 통관 절차 및 부과금에 따라 수입품으로 취급된다.

현재 무역전쟁 속에서 하이난의 면세 목적지로서의 이점은 아직 완전히 발휘되지 않았다. 중국 상점의 미국 상품 가격이 관세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에 주목하고 있다.

상하이에 사는 25세 대학생 클로이 메이는 "정말 가격이 너무 오르면 다른 브랜드를 시도하거나 여행 중에 면세점에서 물건을 비축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며 "단지 쇼핑을 하러 하이난에 갈 것 같지는 않지만, 섬의 면세점 덕분에 하이난은 휴양지로 더 매력적인 선택이 되었다"고 말했다.

하이난의 면세점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중국 정부가 하이난에 대한 면세 정책을 완화하고 엄격한 전염병 통제로 해외여행을 제한하면서 호황을 누렸다. 그 결과 하이난의 면세 판매는 2020년 전년 대비 104%, 2021년 80% 급증했다.

그러나 2022년 말 중국이 코로나 통제를 폐지한 후, 중국 관광객들이 다시 해외로 여행하고 쇼핑하기 시작하면서 하이난 상점들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세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남부 지방의 면세 지출은 전년 대비 29.3% 감소했으며 쇼핑객 수도 15.9%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는 하이난 면세점 매출이 11.4% 더 감소했으며, 쇼핑객 수는 27.8% 줄었다. 5월 1일부터 5일까지 5일간의 노동절 연휴기간 동안 무관세 지출은 5억 1,000만 위안(약 7,060만 달러)으로, 작년 동기 대비 6.8% 감소했다.

중국의 주요 투자은행인 중국국제자본공사(CICC)는 4월 리서치 노트에서 "지난 2년 동안 하이난성의 1인당 무관세 지출이 꾸준히 감소한 것은 고급 소비자들이 해외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내수 소비가 광범위하게 완화되는 가운데 그레이 마켓 재판매에 대한 단속 강화와 사치품 및 고급 미용 제품에 대한 수요 약화도 하락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하이난의 쇼핑몰은 여전히 충성도 높은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3월 말 휴양도시 싼야의 대형 면세 단지에서는 전자제품 및 화장품 매장에서 계산대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몇 달 동안 하이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일련의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다. 4월 말에는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더 관대한 세금 환급, 면세점 수 확대, 환급금에 대한 현금 한도 확대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을 밝혔다.

하이난 자유무역항 실무위원회 사무국 차이 치앙 부국장은 "국가 차원에서 우리가 약한 내수와 억제된 소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하이난의 면세 소매 부문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표명했다.

그는 "우리는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경쟁을 통해서만 이 부문이 더 건전한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소비자가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