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국방 전력난 해소"...규제 50년 만에 대폭 손질

◇ "2030년까지 원전 10기 착공"...18개월 안에 허가 마치도록 규정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은 2030년까지 대형 원자력발전소 10기를 짓기 시작하고, 기존 원전의 설비를 늘리는 데 필요한 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와 국방부가 주도하며, 원자력 규제 위원회는 신규 원전 허가 심사를 18개월 안에 끝내야 한다. 기존 원전의 운영 연장 심사도 12개월 안에 결론을 내리도록 했다. 또, 연방정부가 소유한 땅에 원전을 직접 지어 군사시설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했다.
백악관은 "원자력 규제 위원회가 지나치게 위험을 피하려는 태도로,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방사선보다 더 낮은 배출 기준을 요구하는 등 과도한 규제에 묶여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는 15년씩 허가를 기다리거나, 외국산 우라늄에 의존하지 않겠다"며 "미국산 깨끗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 "원전 산업 부활" 기대...안전 규제 완화 우려도
원자력 업계는 이번 조치를 반겼다. 밸라 아토믹스의 이사야 테일러 대표는 "올해 말 유타주에 원전을 열 예정인데, 이번 조치가 산업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형 원전 개발사 오클로의 제이콥 드위트 대표도 "규제 본래의 뜻을 되살릴 기회"라고 말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오클로는 23%, 누스케일은 19.4% 올랐다. 우라늄 기업 센트러스 에너지는 21.6%, 카메코는 11.1% 각각 올랐다.
반면 안전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 과학자연합의 에드윈 라이먼 박사는 "규제 위원회의 독립성이 무너지면 방사능 사고 위험이 커져 원전 산업 전체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수십억 달러가 드는 원전 사업을 추진하면서, 세제 혜택이나 관세 등 정책이 얼마나 이어질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있다.
◇ "AI와 국방, 에너지 주권"...국제 경쟁도 배경
백악관은 이번 조치가 인공지능 산업과 군사시설의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미국산 에너지로 자립하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밝혔다. 또 "2017년 이후 전 세계에 설치된 원전의 87%가 러시아와 중국 설계에 기반하고 있다"며, 미국이 원자력 르네상스를 재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최근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원전 발전량이 지금의 95GW에서 200GW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와 투자자들은 실제로 원전 건설과 허가가 얼마나 빨라질지, 미국이 다시 원전시장을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