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삼성생명 통해 삼성전자 간접 영향력 행사
계열사 지분 3% 제한 개정안 통과 시 삼전 지분 팔아야
신설법인 지분 매각해 삼전株 매수…삼바 인적분할 ‘묘수’
계열사 지분 3% 제한 개정안 통과 시 삼전 지분 팔아야
신설법인 지분 매각해 삼전株 매수…삼바 인적분할 ‘묘수’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20조 원 규모(5.7%)를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 분할 역시 향후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에 대비한 ‘지배력 방어용’ 움직임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와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 분할’ 움직임이 향후 그룹 내 지배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22일 단순·인적분할 방식으로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향후 신설 계획인 회사를 100% 자회사로 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아메리카만 자회사로 보유하는 구조로 재편할 예정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현재 이재용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이재용 회장이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구조다. 그런데 만약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51% 중 총자산의 3%를 초과하는 약 5.7%를 매각해야 한다. 지분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30조 원 중 무려 20조 원을 팔아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인적 분할 이후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에피스홀딩스 지분을 처분해 삼성생명이 매각한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일 거란 시나리오가 확산한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각각 43.06%, 31.22% 보유했는데 인적 분할 시 신설 법인에 대한 지분을 그대로 승계한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이 5.05%밖에 되지 않는데 삼성에피스홀딩스 지분을 매각하고 삼성전자 지분을 늘려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위탁생산 사업부의 고객사가 바이오에피스의 경쟁사인 경우가 있어 ‘이해 상충’ 우려 때문에 두 부문을 분할한다는 설명이지만 시장에서는 지배구조 변화를 의심하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 분할과 관련해 삼성그룹 차원의 투명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안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319조 원의 자산을 보유 중인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8.51% 중 약 5.7%(20조 원)를 처분해야 할 것”이라며 “경영권 훼손 우려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분 시 대상은 계열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으로는 삼성전자의 2대 주주인 삼성물산에 이전하는 것이 합리적이나 삼성물산의 매입대금 마련이 관건이다. 바이오 계열사를 활용한 자금 확보 기대감도 있으나 아직은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