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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대법원, 트럼프의 출생시민권 제한에 힘 실어…“전국 효력 금지 판결은 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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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대법원, 트럼프의 출생시민권 제한에 힘 실어…“전국 효력 금지 판결은 과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대법원 청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대법원 청사. 사진=로이터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과 관련해 하급심 법원이 내린 전국적 집행정지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이로써 미국에서 태어난 이민자의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헌법상 권리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붙을 전망이다.

28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보수 대법관 6명, 진보 대법관 3명으로 구성된 판결에서 하급심의 '전국 단위' 금지명령이 과도하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을 다시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판결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임기(2017~2021년) 중 지명한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작성했다.

◇ “판결 효력, 소송 제기한 당사자에만 적용돼야”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기에게 시민권을 자동 부여하지 않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데서 비롯됐다. 이후 메릴랜드 등지에서 세 명의 연방판사가 이를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즉시 효력을 정지시키자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에 '전국적 효력의 집행정지는 지나치다'고 요청한 것이다.

대법원은 “연방 판사는 원칙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개인이나 단체에만 판결을 적용할 수 있다”며 트럼프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즉,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전국의 모든 사람에게까지 행정명령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조치는 과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한 조치는 당장 시행되지는 않지만 대법원의 이번 판단으로 향후 법원이 해당 행정명령에 제동을 거는 것은 훨씬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한 ‘전국적 효력의 정지명령은 대통령 권한 침해’라는 논리에 힘이 실린 셈이다.

◇ 트럼프 “20세기 전체보다 많은 금지명령 받았다”…보수 진영 일제히 환영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번 판결은 ‘출생시민권 사기극’을 막기 위한 중대한 진전”이라며 “나 혼자서 20세기 전체보다 더 많은 전국 효력의 금지명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제 행정부가 정상적으로 정책을 집행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보수 성향의 조지 메이슨대 로버트 루터 교수는 “대통령직에 대한 승리이며 행정부의 폭넓은 재량권을 인정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20분 가까운 공개 반론을 통해 “헌법과 14차 수정조항의 본래 의미에 반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 출생시민권 논란, 미국 사회 ‘핵심 가치’ 충돌


미국 헌법 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은 시민이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노골적인 이민 제도의 악용’이라며 행정명령으로 이를 제한하려 시도해왔다.

이번 판결은 해당 행정명령의 합헌 여부를 판단한 것은 아니며 행정명령의 효력을 중단시킨 하급심 판결의 범위를 제한한 데 그쳤다. 그러나 대법원이 행정부의 권한을 확대 해석한 만큼 향후 본안 판단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이번 판결을 토대로 ‘제3국 추방’, ‘성전환자 군복무 금지’, ‘인도주의 체류자 임시지위 종료’, ‘불법 체류자 자녀 교육비 제한’ 등 다수의 정책에 대해 재추진을 시사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