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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베네수엘라 중질유 도입 재검토...전략비축유 확보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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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베네수엘라 중질유 도입 재검토...전략비축유 확보 나서나

민간 보유 중질유를 비축으로 전환하고, 민간에는 베네수엘라산 중질유를 공급하는 방안 논의가 시작됐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가 운영하는 모나가스주 모리찰 인근의 오리노코 벨트 유전에서 원유가 밸브를 통해 흘러내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가 운영하는 모나가스주 모리찰 인근의 오리노코 벨트 유전에서 원유가 밸브를 통해 흘러내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산 중질유를 활용해 전략비축유(SPR)를 보충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제재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비축유 재고를 안정적으로 늘리기 위한 선택지로, 에너지 정책과 외교 전략이 다시 맞물리고 있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원유 수입 문제가 아니다. 전략비축유의 운용 방식, 제재 정책의 유연성, 에너지 안보 우선순위가 한 지점에서 교차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략비축유 보충이 다시 정책 과제로 떠오른 이유


전략비축유는 공급 충격 발생 시 시장 안정을 위해 활용되는 핵심 수단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방출이 이어지면서 재고 보충 문제가 다시 정책 과제로 부상했다. 단기간에 대규모 물량을 채우는 과정에서 가격 변동과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정책 당국은 단순 매입 방식보다 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그 과정에서 원유의 품질과 저장 조건, 방출 시 활용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이 강해졌다.

교환 방식이 거론되는 배경


검토 중인 방안은 베네수엘라산 중질유를 직접 전략비축유로 저장하는 방식이 아니다. 민간 기업이 보유한 미국산 중질유를 전략비축유로 편입하고, 그 대가로 민간 기업에는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공급하는 문제와 관련한, 별도로 관리하는 구조가 논의되고 있다.

이 방식은 저장과 관리 측면에서의 기술적 제약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략비축유 시설은 장기 저장과 신속한 방출을 전제로 설계돼 있어, 원유의 성상에 따라 운용 효율이 크게 달라진다. 교환 구조는 이러한 문제를 우회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제재 틀 안에서 움직이는 실용적 선택


베네수엘라 원유는 오랫동안 제재 정책의 상징적 대상이었다. 이번 검토는 제재 완화를 의미하기보다는, 기존 제재 틀 안에서 허용 가능한 운용 방식을 찾는 움직임에 가깝다.

에너지 안보가 다시 강조되는 상황에서 정책 당국은 외교적 원칙과 실질적 공급 안정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제재와 안보 정책이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환경 변화에 따라 조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시장과 정유 산업에 미칠 영향


정유 산업은 원유의 성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중질유 공급 구조가 달라질 경우 정제 공정과 수익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교환 방식이 적용되면 전략비축유 보충과 시장 유통 물량이 분리돼, 가격 변동 압력은 상대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정책 당국이 이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축유 보충 과정에서 시장 불안을 키우지 않는 것이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실행까지 남은 변수들


이 방안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절차가 적지 않다. 제재 적용 범위에 대한 법적 해석, 민간 기업의 참여 조건, 저장과 운송 책임 문제 등이 함께 정리돼야 한다.

행정부 내부 검토만으로 결정되기 어려운 사안인 만큼, 의회와의 협의 과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 판단은 에너지 시장 상황과 외교 환경 변화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안보와 외교의 재접점


이번 논의는 미국의 에너지 전략이 단순한 공급 확대를 넘어, 품질과 저장, 외교적 파급까지 함께 고려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략비축유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는 곧 위기 대응 능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베네수엘라 중질유를 둘러싼 교환 카드 검토는 에너지 안보와 외교 정책이 분리될 수 없다는 현실을 다시 한 번 드러내고 있다. 이는 위기 관리 수단으로서 전략비축유의 성격이 재정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