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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정부효율부’ 시절, 경쟁사 정보까지 들여다봤다…7개 부처 데이터 접근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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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정부효율부’ 시절, 경쟁사 정보까지 들여다봤다…7개 부처 데이터 접근 정황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4개월 이상 수장 자격으로 운영한 ‘정부효율부가 미 연방정부 핵심 기관들의 민감한 데이터에 광범위하게 접근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정보는 향후 머스크가 운영하는 테슬라, 스페이스X, xAI 등 민간 기업들의 사업 확장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머스크가 이끌던 정부효율부가 최소 7개 주요 연방기관에서 경쟁사 영업비밀, 정부계약 세부내역, 규제조치 기록 등 민감한 내부 정보에 접근한 권한을 확보했다고 3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들 기관에는 항공우주국(NASA·나사), 노동부,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사회보장국, 재무부, 교육부, 일반조달청(GSA) 등이 포함된다.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 초반인 지난 1월 ‘특수 정부 직원’ 자격으로 정부효율부를 이끌며 각 부처의 내부 시스템에 대한 접근권한을 행사했다. WP가 입수한 정부 이메일과 법원 문서에 따르면 정부효율부 소속 직원들은 각 부처의 미공개 계약정보, 알고리즘, 규제 대응자료, 심지어 근로자 신고자 명단까지 접근 가능했다.

나사의 경우 머스크의 경쟁사 블루오리진이 수주한 계약까지 포함된 1만3000건 이상의 계약·보조금 정보가 스프레드시트 형태로 정부효율부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직 국방부 계약담당관 크리스토프 믈리나르칙은 “이 자료는 정부계약 입찰을 준비하는 기업에게는 금광과 같다”며 “정부의 내부 판단과 우선순위, 향후 수요까지 통째로 읽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청(OSHA)이 보유한 테슬라·스페이스X 작업장 사고 기록과 조사 보고서 역시 정부효율부가 접근할 수 있는 범위에 포함돼 있다. 전직 OSHA 고위 관계자인 조던 바라브는 “직원이 기밀 유지를 요청하고 제보한 정보조차 머스크 쪽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은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정부효율부가 접근한 정보는 단순한 정부 내부 문서 수준을 넘어 머스크가 추진 중인 민간 사업에 구체적인 경쟁우위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CFPB는 미국 내 간편결제앱 업체들의 알고리즘, 가격전략, 경쟁 분석자료 등 극도로 민감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으며 실제로 정부효율부는 CFPB의 소셜미디어 계정과 내부 시스템 전체에 대한 접근 권한을 부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머스크는 지난해부터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X를 미국판 ‘위챗’으로 발전시키겠다며 결제·금융 서비스를 접목하겠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지난 1월에는 비자카드와 손잡고 X 플랫폼 내 P2P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고 이어 CFPB에 대한 정부효율부의 압박이 시작됐다. 머스크는 지난 2월 7일 X에 “CFPB, 고이 잠들라(RIP)”라는 글과 묘비 이모지를 올리며 이를 예고하기도 했다.

WP는 “머스크와 그의 기업들이 실제로 이 정보를 활용해 이익을 챙겼다는 증거는 없지만 정부효율부의 권한과 구조가 그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모든 DOGE 직원들은 정보보안 및 윤리 규정을 준수하도록 교육받았고 법적 책임도 따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최측근이자 백악관 전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조차 지난 4월 “미국 정부나 트럼프 행정부 외에는 데이터 사본조차 보관해선 안 된다”며 “머스크의 데이터 접근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