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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전기차 과잉경쟁 여파…태국 ‘현지 생산 유치 전략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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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전기차 과잉경쟁 여파…태국 ‘현지 생산 유치 전략 ‘흔들’

지난달 10일(현지시각) 태국 방콕의 한 전시장에 전시된 네타 전기차. 이 매장은 원래 네타 매장이었으나 현재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 오모다의 매장으로 바뀌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10일(현지시각) 태국 방콕의 한 전시장에 전시된 네타 전기차. 이 매장은 원래 네타 매장이었으나 현재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 오모다의 매장으로 바뀌었다. 사진=로이터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의 과잉공급과 가격 경쟁이 격화되면서 태국 정부가 추진해온 전기차 산업 육성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5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브랜드 네타가 태국 내에서 정부의 현지 생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인센티브 지급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딜러들과의 갈등까지 불거졌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 생산 요건 불이행…정부 보조금 중단


태국 정부는 전기차 수입 확대와 동시에 산업기반을 다지기 위해 지난해까지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2022~2023년 수입 차량 수만큼 현지에서 생산하도록 의무화했다. 목표는 2030년까지 전체 자동차 생산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 둔화와 자금난으로 인해 많은 업체가 생산 요건을 맞추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고 정부는 지난해 말 규정을 완화해 미달분을 올해로 이월하되 1.5배 생산을 요구하는 조건을 붙였다.
그러나 네타는 생산 역량 부족으로 이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는 인센티브 일부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태국 소비세청의 파누퐁 스리켓 국장은 “네타가 현지 생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일부 보조금 지급을 보류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네타 딜러 18곳이 정부에 2억바트(약 82억원) 규모의 미지급 피해를 주장하는 민원을 제기했고 이는 매장 건설비와 A/S 센터 지원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판매 급감과 신뢰도 추락…정부는 선긋기


네타는 2023년 태국 전기차 시장에서 12%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올해 1~5월 등록 수는 전년 대비 48.5% 줄어들며 점유율이 4%로 하락했다. 비야디는 같은 기간 49% 점유율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태국 전기차 시장 전체에서 중국 브랜드 비중은 70%를 넘어섰다.

자동차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아빅 무케르지는 “네타의 부진은 중국 내 중소 전기차 브랜드들이 해외에서도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현재 네타 차량의 A/S 불만도 커지고 있으며 일부 소비자보호 단체가 조사에 착수했다. 딜러 챗다나이 콤루타이는 “지금은 차를 팔기 어렵다. 소비자 신뢰가 무너졌다”고 했다.

한편, 태국 투자청은 “네타의 문제는 모회사의 재정 상황 때문이며 전기차 산업 전체에는 영향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태국전기차협회의 시암낫 파나손 부회장도 “정책이나 시장 구조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개별 기업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일부 중국 브랜드가 가격을 20% 이상 인하하며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태국 전기차 시장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