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 속에 미국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AI가 일자리를 대거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경고를 공개적으로 내놓고 있다.
기존에는 ‘기술 진보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낙관론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이와 정반대의 비관론이 기업 수장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5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짐 팔리 포드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콜로라도주 애스펀에서 열린 ‘애스펀 아이디어스 페스티벌’에서 “AI는 미국에서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절반을 실제로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많은 사무직 노동자들이 도태될 수 있다”고 말했다.
◇ JPM·아마존·앤트로픽도 구조조정 언급
앤디 재시 아마존 CEO도 지난달 사내 메모에서 “AI 기술은 ‘일생에 한 번 있을 기회’로 미래에는 지금보다 적은 인원이 같은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며 “일부 업무는 AI가 대신하고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는 창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지난 5월 아크시오스와 인터뷰에서 “향후 1~5년 내에 미국의 초급 일자리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며 “실업률이 10~2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는 상황을 미화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침묵’ 깨고 목소리 높이는 CEO들
WSJ는 “그동안 대다수 CEO들은 AI의 일자리 대체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최근에는 공개적으로 위험성을 언급하고 있다”며 “이는 실무진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실제로 인력 재조정이 논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온라인 중고 의류 플랫폼 쓰레드업의 제임스 라인하트 CEO는 지난달 열린 투자 콘퍼런스에서 “AI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자리를 없애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랜서 플랫폼 파이버의 미하 카우프만 CEO도 지난봄 사내 메모를 통해 “프로그래머든, 디자이너든, 고객지원직이든, 누구든 AI가 다가오고 있다”며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채용 전 AI 대체 가능성부터 검토”...실제 변화 움직임
이미 일부 기업들은 인력 구조를 재편하거나 신규 채용을 제한하고 있다. 쇼피파이 CEO 토비 뤼트케는 최근 “AI로 대체할 수 없는 업무임을 증명하지 않는 한 신규 채용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모더나는 신제품이나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인력을 추가로 늘리지 않고 기존 인력으로 처리하는 방침을 세웠다.
IBM은 인사 부문에서 수백명 수준의 업무를 AI로 대체했다고 밝히면서, 대신 개발자와 영업직을 새로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 “너무 과장된 경고” 반론도…그러나 ‘변화는 현실’
일부 기술업계 인사들은 이같은 우려가 지나치다고 반박한다. 브래드 라이트캡 오픈AI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뉴욕타임스 팟캐스트 ‘하드 포크’에서 “아직까지 초급 일자리가 대규모로 AI에 의해 대체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은 일자리를 이동시키는 것이지 곧바로 없애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난달 상원 청문회에서 “생성형 AI는 경제와 노동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술”이라고 경고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