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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관세, 노림수 달리 있어…철강·자동차 때와 달리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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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관세, 노림수 달리 있어…철강·자동차 때와 달리 봐야

반도체 관세 부과 시 기업 고스란히 피해 우려…국내기업 美 투자 확대 가능성 낮아
반도체는 안보재…중국 위주인 저사양 반도체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일 수도
관세 부과 시 美 빅테크 기업들, HBM 등 납품가 인하 요구 나설 가능성 높아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전경.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전경. 사진=삼성전자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분야 품목별 관세 부과에 대해 다른 산업들과 달리 경제적 측면 외에도 안보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관세가 부과된다 해도 국내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대로 미국 투자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대부분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9일 글로벌이코노믹이 반도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트럼프 관세 영향에 대해 인터뷰한 결과에 따르면 반도체 분야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노림수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들은 반도체 분야에 대한 관세가 부과될 경우 대체 방안이 없는 만큼 미국 기업들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에 나설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미국 기업의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의 미국 생산 비중이 극히 미미해 관세 부과는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관세 부과를 노릴 가능성보다는 이를 카드로 협상에서 우위를 노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의 말대로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무기로 기업들에게 미국 내 투자를 요구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존 미국 투자 계획을 변경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공장 건설부터 가동까지 최소 3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투자를 결정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 가동될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미국 내 반도체 산업 투자보다는 안보적인 측면에서 반도체 산업을 놓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는 산업재이자 안보재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고사양 반도체와 저사양 반도체 중 중국이 큰 영향력을 차지하는 저사양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분야는 고사양 반도체 분야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분야에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허 교수는 “(반도체 전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 중인) 삼성전자는 일부 악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HBM 같은 분야는 변화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서 “HBM은 단시간 내에 이룰 수 있는 기술이 아닌 만큼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국내 반도체 기업에 납품가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관세 부과는 기업 입장에선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을 것”이라면서 “1차는 제품가격 인상, 2차로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관세 부과 세부사항이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