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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8월 '관세폭탄' 피하려 총력…'농업 일부 양보-자동차 관세 철폐' 빅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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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8월 '관세폭탄' 피하려 총력…'농업 일부 양보-자동차 관세 철폐' 빅딜 모색

여한구 본부장 "선 원칙합의 후 세부조율"…'2단계 협상' 공식화
지난해 대미흑자 556억 달러 '사상 최대'…美, 쌀·소고기 시장 개방 등 전방위 압박
2025년 7월 8일 대한민국 평택에서 한 트럭이 평택항에 컨테이너를 하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7월 8일 대한민국 평택에서 한 트럭이 평택항에 컨테이너를 하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8월 1일 고율 관세 부과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정부가 '먼저 원칙에 합의한 뒤 세부 내용을 조율하는'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특히 민감 품목인 농축산물 시장을 추가로 열 수 있다는 뜻까지 내비치며 협상 타결에 강한 의지를 보여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 지난주 미국 고위급 회담 결과와 관련해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원칙에 합의한 뒤 추가 협상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20일 만에 모든 세부 사항을 담은 완벽한 조약을 만들기는 어렵다"면서 현실적인 협상 전략을 내세웠다.

여 본부장은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인 농산물 시장 개방을 두고 "농축산 분야는 전략을 세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감한 분야는 보호하면서도 전체 협상 틀 안에서 일부 시장을 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산 쌀 수입 확대,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 해제, 사과·배 같은 신선과일의 검역 완화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맞서 정부는 쌀 같은 초민감 품목을 중심으로 관세 철폐 예외, 긴 이행 기간 설정, 저율관세할당(TRQ) 등의 보호장치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계획이다.

◇ '농산물 개방' 카드 꺼낸 한국…'車·철강 관세' 넘어야


반면 미국은 빠른 타결을 압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지금 당장 합의하길 원한다"고 말하며 공을 우리 쪽으로 넘겼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핵심 산업 분야 협력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자동차와 철강에 대한 미국의 부당한 관세를 반드시 없애야 한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은 우리나라 자동차에 25%, 철강·알루미늄에는 최대 25~50%에 이르는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다. 우리 정부는 서로에게 이로운 제조업 협력과 미국 투자 확대 같은 카드를 내놓으며 관세 철폐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최종 타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주요 쟁점별 미국과 한국의 입장.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주요 쟁점별 미국과 한국의 입장. 자료=글로벌이코노믹

◇ 사상 최대 무역흑자가 부른 '관세 압박'


이번 협상이 시급해진 데에는 8월 1일부터 발효될 25%의 '관세 폭탄'이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뒤 6개월 동안 정치 혼란을 겪고 지난 6월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로서는 협상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 미국의 강한 압박은 지난해 우리나라가 대미 무역에서 사상 최대 흑자를 낸 것과 관련이 깊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2024년 대미 무역 흑자는 556억 달러(약 76조7002억 원)로, 자동차 수출이 잘된 덕분에 2023년보다 25%나 늘었다.

현재 2018년에 개정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실제 관세율은 0%에 가깝지만, 미국은 특정 산업을 겨냥해 관세를 물리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영국과 합의한 사례처럼 우리가 무역 적자를 줄일 뚜렷한 안을 내놓으면 분야별 관세 면제를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미국이 내비쳤다"고 전했다. 이에 먼저 기본 틀에 합의하고 추가 협상으로 타결을 모색하는 '2단계 협상' 방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정상회담을 포함한 고위급 논의와 민감 사안에 대한 국내 정치적 합의라는 과제가 남아있어 협상 향방을 쉽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