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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뱅크오브아메리카 "유럽 방산주, ESG 자금 유입에 추가 도약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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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뱅크오브아메리카 "유럽 방산주, ESG 자금 유입에 추가 도약 전망"

역사적으로 투자 기피했던 ESG 펀드, 지정학적 불안에 '태세 전환'
독일 국방비 증액 등 실질 계약 가시화…높은 가치평가 뒷받침
2023년 3월 13일 스페인 사라고사에 있는 산 그레고리오 육군훈련소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독일제 레오파르트2 주력 전차로 기갑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3월 13일 스페인 사라고사에 있는 산 그레고리오 육군훈련소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독일제 레오파르트2 주력 전차로 기갑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린 유럽 방위산업계가 또 한번 대규모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유력한 분석이 나왔다. 그간 방산주 투자를 외면해왔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들의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벤 힐런 유럽 산업 리서치 책임자는 최근 CNBC와 한 인터뷰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집중 조명했다. 힐런 책임자는 "유럽의 롱온리(long-only) 투자자들이 아직 방산 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지 않았다"고 진단하며, 이들 자금의 유입이 앞으로 주가 상승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 ESG 펀드들은 '사회적 책임'을 이유로 방위산업 투자를 대체로 꺼렸다. 그러나 고조되는 지정학적 불안과 서방 각국 정부의 국방예산 증액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이러한 금기가 깨지는 모양새다. 힐런은 이미 태도를 바꾼 ESG 펀드들이 상당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전에 투자가 제한됐던 일부 투자자들과 이야기해보면 이제는 더 이상 제약이 없다"면서도 "다만 그들이 펀드 내에서 해당 자산을 매입하려면 모든 펀드 관련 서류를 갱신하고, 고객들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 주 전 자금 흐름을 벤치마킹한 결과, 유럽 ESG 펀드의 방산주 편입 비중은 아직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는 유럽 ESG 자산 기반의 상당 부분에 대한 비중 재조정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 '사자' 나서는 ESG…들썩이는 유럽 증시


유럽 방산주들은 올 한 해 크게 성장했다. 유럽 각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국방비 지출을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범유럽 방산주 지표인 스톡스 유럽 항공우주 및 방산 지수는 2025년 들어서만 50% 급등했다.

개별 기업의 성과는 더욱 극적이다. 프랑스의 해양 로봇 전문기업 엑사일 테크놀로지스의 주가는 올해 581% 폭등했으며, 독일의 대표적 방산 기업인 렝크, 라인메탈, 헨솔트 역시 각각 235%, 177%, 171% 올랐다. 영국의 BAE 시스템스, 밥콕 인터내셔널 등도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최근 단기 조정 국면도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 가능성 등 지정학적 변수가 부각되며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방산주들은 지난 3거래일 연속 매도세에 시달렸다. 힐런 책임자는 이 현상을 두고 "많은 헤지펀드와 매크로 펀드들이 상반기 동안 이미 큰 수익을 낸 후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도세가 나타난 것"이라고 풀이했다.

◇ "기대감이 현실로"…정부 계약이 성장 동력


그러나 이러한 단기 변동성에도 중장기 성장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이 2029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을 3.5%까지 확대할 계획을 발표해 앞으로 1000억 유로(약 161조 원) 이상의 예산이 늘어날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라인메탈과 헨솔트에 '매수' 의견을 내고, 이들이 정부 주도 국방예산 확대의 핵심 수혜주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헨솔트의 경우 지난해 1분기 대비 수주가 18% 증가했으며, 현재 69억 유로(약 11조1432억 원)에 이르는 수주 잔액을 갖고 있다. 힐런은 "독일의 경우 실제 발주 계약들이 기업들의 수주 잔액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2020년대 말까지 이어질 강력한 성장 궤도를 기대하고 있으며, 이것이 단기적으로 매우 높은 기업 가치평가(밸류에이션)를 정당화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지정학적 위험 심화, ESG 펀드의 자금 유입 그리고 정부의 실질적인 수주 계약이 맞물리면서 유럽 방위산업의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