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역설적으로 브라질과 멕시코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가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브라질, 커피·고기 값 하락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대형마트에서는 최근 커피, 고기, 쌀, 토마토 가격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브라질 통계·연구기관 디에세(DIEESE)가 집계한 자료에서도 8월 한 달 동안 27개 주도 중 24곳에서 식료품 가격이 전월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브라질산 수입품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원래 미국으로 수출될 물량이 내수로 풀린 것이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농산물의 계절적 요인과 가축 공급 주기도 맞물리며 가격 하락세를 키웠다는 설명이다.
◇ 멕시코도 토마토 값 급락
비슷한 현상은 멕시코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멕시코 북부에서 미국으로 수출될 예정이던 토마토 물량이 내수로 전환되면서 멕시코 중부 시장에서는 토마토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 축산업 협회 관계자는 “생산량이 많은데 수출길이 막히다 보니 중부로 물량이 몰려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 미국은 반대…물가 부담 커져
반면에 미국 소비자들은 정반대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로 인해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미국 내 마트의 육류·채소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대미 수출은 올해 1~7월 기준 237억 달러(약 32조9000억 원)로 같은 기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브라질 수입은 260억 달러(약 35조2000억 원)로 12.6% 증가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브라질과의 무역에서 23억 달러(약 3조1000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 생산 위축 우려도
다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내수 물가 안정에 기여하겠지만 수출 시장을 잃은 생산자들이 투자를 줄이면 장기적으로 생산량 감소와 품질 저하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관세 충격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물가 불안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