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글로벌 판매 555만대, 친환경차 비중 60% 제시
77조3000억 원 투자·120만대 현지 생산능력 확보
민첩성·유연성 내세운 정의선의 5년차 경영 방침
77조3000억 원 투자·120만대 현지 생산능력 확보
민첩성·유연성 내세운 정의선의 5년차 경영 방침

현대자동차는 1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새로운 친환경차 전략을 공개했다. 핵심은 전기차(EV)에 집중됐던 로드맵을 하이브리드, 수소,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EREV) 등으로 다각화해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다.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 555만 대를 달성하고, 이 중 330만 대를 친환경차로 채우는 목표도 함께 제시됐다.
이번 전략 조정에는 글로벌 EV시장의 변화가 반영됐다. 보조금 축소와 충전 인프라 한계로 확산 속도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테슬라·BYD의 가격 인하 경쟁과 미국·유럽의 보호무역 강화가 더해지며 전동화 전환 속도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정 회장은 '위기 대응 민첩성'을 전략의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투자 계획도 수정됐다. 현대차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77조3000억 원을 투입해 연구개발과 생산능력 확대, 현지화를 추진한다. 미국 조지아주 HMGMA 공장은 연간 50만 대 생산체제로 늘리고, 인도 푸네와 울산 신공장을 포함해 총 120만 대의 추가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관세·물류비 부담에 대비해 현지 조달과 다중 벤더 전략을 강화하는 것도 핵심이다.
수익성 관리도 병행된다. 현대차는 단기 운영이익률 목표를 6~7%로 낮추고, 2030년까지 8~9%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정 회장의 리더십은 이번 전략 재정의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글로벌 시장에서 균형 감각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전환기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장기 성장동력을 지키려는 실용적 리더십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새로운 전략 발표를 현대차가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현실을 직시하고 전략 조율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정 회장이 보여줬던 '유연성'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그룹 전략의 실행 원칙으로 자리잡았다. 공격적 전동화에서 균형 성장으로의 이동, 이는 그의 5년 차 경영이 남긴 새로운 이정표로 풀이된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