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신주 팹, 애플 전용 가동…2025년 하반기 월 4만장 양산 돌입
삼성·인텔 추격 속 애플, 'WMCM' 신기술 첫 적용해 성능 격차 확대
삼성·인텔 추격 속 애플, 'WMCM' 신기술 첫 적용해 성능 격차 확대

20일(현지시각) IT전문 매체 핫하드웨어에 따르면 애플은 2025년 말부터 2026년 초 가동할 TSMC의 2nm 공정 생산 능력 과반을 확보하는 계약을 마쳤다. 이는 5nm와 3nm 공정 당시 초기 물량의 절반 이상을 독차지했던 애플의 전략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애플과 TSMC의 이 같은 굳건한 협력 관계는 이제 반도체 업계의 공식처럼 굳어지는 모양새다. TSMC는 대만 안의 두 곳 팹(Fab)에서 2nm 공정을 준비하는데, 신주 바오산에 있는 북부 팹은 오직 애플 전용으로 가동하고 가오슝의 남부 팹에서 인텔을 포함한 나머지 고객사 물량을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고객을 위해 팹 하나를 통째로 할당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TSMC 전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압도적인 비중과 양사의 깊은 동맹 관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선택지 없는' 경쟁사들…TSMC 독주 속 삼성·인텔 추격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2nm급 최선단 공정은 미래 기술 경쟁의 향방을 가를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지금 주력인 4nm와 3nm급 기술 다음 세대로, TSMC의 'N2', 삼성전자의 'SF2', 인텔의 '18A', 그리고 일본 신생 기업 라피더스(Rapidus)의 '2HP'가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2025년 양산 기준으로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사실상 TSMC가 유일하다. 인텔은 18A 공정을 현재 자사 중앙처리장치(CPU) 생산 위주로 활용하며 올해 외부 고객 수주를 중단했다. 삼성전자는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양산을 서두르고 있으나 기술 완성도와 수율 문제에서 아직 TSMC를 완전히 따라잡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피더스는 2027년을 양산 목표 시점으로 잡아 당장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
이러한 독점 구도 속에서 애플이 TSMC의 N2 공정 초기 물량을 대거 확보하면서, 다른 반도체 설계 기업들은 차세대 칩 출시 계획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퀄컴, 미디어텍, 엔비디아 등 주요 기업들 역시 TSMC의 2nm 공정을 노리고 있지만, 애플에 밀려 충분한 양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2나노 공정에 'WMCM' 첨단 패키징 결합…기술로 격차 벌린다
애플은 확보한 2nm 공정으로 차세대 'A20' 칩셋을 생산하고, 여기에 TSMC의 최신 포장(패키징) 기술인 '웨이퍼 레벨 멀티 칩 모듈(WMCM)'을 처음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WMCM은 웨이퍼를 개별 칩으로 자르기 전에 여러 다이(Die)를 웨이퍼 단계에서 통합하는 첨단 기술이다. 기존 InFO-PoP 방식에 비해 중간 상호연결(interconnects) 단계를 줄여 성능과 전력 효율을 크게 높이고, 칩의 전체 크기를 줄이며 발열 제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장점이 있다. 나아가 TSMC는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기술인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 첨단 포장 생산 능력도 2026년까지 두 배로 확장할 계획이어서, 2나노 공정 주도권을 더욱 굳힐 전망이다.
TSMC는 2025년 하반기부터 2nm 공정 양산을 본격화하며, 초기 월 생산량은 약 4만 장 수준에서 시작한다. 이후 2026년에는 월 10만 장 이상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해 현재의 3nm 공정 생산 규모를 넘어설 계획이다. 이처럼 공격적인 증설은 고성능 컴퓨팅(HPC), AI 가속기, 차세대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 빠르게 늘어나는 첨단 반도체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장의 관심은 인텔의 18A 공정이 과연 TSMC의 독주를 막아설 만한 경쟁력을 보여줄지에 쏠린다. 인텔 역시 2nm급 공정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위탁생산 사업 경험 부족과 수율 안정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어 성공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애플과 TSMC의 동맹이 앞으로 반도체 시장 지형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