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에 27억 달러(약 3조7700억 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규모 단속 여파로 외국 기업이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공장 지연을 넘어 미국 전기차 산업 전환과 외국인 투자 환경 전반에 불확실성을 드러냈다며 더버지가 20일(이하 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 대규모 단속과 인권 논란
ICE는 지난 4일 조지아 엘라벨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을 급습해 한국 국적을 포함한 475명을 구금했다. 합법적인 비자를 가진 인력까지 수갑과 쇠사슬에 묶여 체포되면서 인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 정부는 전세기를 띄워 귀국을 추진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출국 일정을 늦추려 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외교적 긴장도 커진 바 있다.
◇ 현대차 투자 확대에도 불신 커져
현대차는 공장 가동이 최대 3개월 지연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27억 달러를 추가 투입해 2단계 건설을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투자 확대가 곧 신뢰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아서 휘튼 코넬대 노동연구소장은 “최고의 인력을 보낸 기업이 단속으로 수갑에 채워졌다는 사실 자체가 외국 기업에 충격을 준다”며 “수십 년간 이어져온 관행이 흔들리면서 ‘미국이 더 이상 안정적인 투자처인가’라는 의문이 커졌다”고 말했다.
◇ 공급망 연쇄 충격
공장 가동 차질은 협력사와 공급망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휘튼 소장은 “자동차 회사가 기침을 하면 협력업체는 폐렴에 걸린다”며 “대기업은 자금을 버틸 수 있지만 부품사와 장비업체는 몇 달의 지연만으로도 치명상을 입는다”고 경고했다. 수천 단위의 생산을 예상한 협력사가 몇 개의 주문만 소화하게 되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전기차 전환 불확실성 확대
이번 단속은 미국 전기차 전환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화당은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축소, 환경·배출 규제 해체 등으로 정책 일관성을 약화시켰다. GM과 포드가 전기차 확대 계획을 축소하는 가운데 외국 기업 투자까지 흔들리면 미국의 전기차 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더버지는 전했다.
◇ “산업은 안정성을 원한다”
휘튼 소장은 “산업계는 명확한 규칙을 원한다. 하지만 매일 정책이 바뀌면 장기 계획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 정권이 바뀐다 해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이 남는다”며 법과 제도의 불안정성이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키는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