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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토요타, '살아있는 실험실' 우븐 시티 25일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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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토요타, '살아있는 실험실' 우븐 시티 25일 가동

초기 360명 입주해 자율주행·스마트홈 실증…'미완성 도시'로 계속 진화
닛신·덴소 등 19개 사 참여 '개방형 혁신'…이동 넘어 도시 혁신 모델 구현
토요타 자동차의 차세대 기술 실증 도시, 우븐 시티가 시즈오카현 스소노시에서 미래 모빌리티와 스마트 기술을 구현하며 '살아있는 실험실'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시즈오카현이미지 확대보기
토요타 자동차의 차세대 기술 실증 도시, 우븐 시티가 시즈오카현 스소노시에서 미래 모빌리티와 스마트 기술을 구현하며 '살아있는 실험실'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시즈오카현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한 토요타의 미래형 실증 도시 '우븐 시티(Woven City)'가 오는 25일 마침내 서막을 올린다. 닛케이는 20일(현지시각) 일본 시즈오카현 스소노시에 건설된 이 도시가 자율주행, 인공지능,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을 실제 생활 환경에 접목하는 세계 최초의 '살아있는 실험실'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토요타는 물론 외부 기업 19개 사가 참여하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개방형 혁신을 통해 미래 도시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우븐 시티 프로젝트는 5년 전인 2020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에서 토요타의 아키오 현 회장(당시 사장)이 직접 세상에 처음 공개했다. 그는 "우리는 일본 시즈오카현 동부 히가시후지 지역의 175에이커(약 70만 8000㎡) 부지에 미래 실증 도시를 만들 것이다.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하고, 일하고, 즐기는 생활을 하면서 실증에 참여하는 도시다"라고 선언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동차 기업이 첨단 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주민이 실제 거주하는 도시를 직접 건설하고 운영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도전이다. 이 도시는 토요타 자동차 동일본의 옛 히가시후지 공장 부지에 세웠으며, 토요타의 100% 자회사인 '우븐 바이 토요타'가 총괄 운영을 맡는다.

이번에 1단계로 문을 여는 구역은 전체 부지 가운데 약 4만 7000㎡ 규모다. 이곳에는 주거동 8개를 포함한 총 14개 건물이 들어섰고, 지하에는 연면적 약 2만 5000㎡에 이르는 광대한 공간을 조성했다. 초기에는 토요타와 계열사 직원 약 100명이 먼저 입주하며, 점진적으로 360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들 입주민은 '위버(Weaver)' 또는 '인벤터(Inventor)'로 불리며, 단순 거주를 넘어 일상생활 속에서 신기술을 검증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각 주거 공간에는 스마트홈 기술을 적용해 100개에 이르는 기기를 원격 제어할 수 있고, 얼굴 인식 출입 통제와 실시간 에너지 관리 감시 체계도 갖췄다. 도시 이름 '우븐(Woven)'은 영어로 '짜인'이라는 뜻으로, 토요타 그룹의 모태인 토요타 자동직기에서 유래했다. 사람과 기술, 데이터가 촘촘하게 엮여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미래 도시의 청사진을 상징한다.

자율주행 'e-팔레트' 운행…지하망 통해 무인 물류


우븐 시티의 핵심 실증 분야는 단연 자율주행이다. 도시 안에는 완전 자율주행을 목표로 개발한 전기차 'e-팔레트' 등을 운행할 전용 도로를 마련했다. 지난 15일 출시한 e-팔레트는 오는 2027년까지 특정 조건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 탑재를 목표로 삼아, 우븐 시티는 이 기술을 완성하기 위한 최적의 시험장이 될 전망이다. 또한 일반 도로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과감한 교통 체계 실험도 진행한다.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와 교통 기반 시설을 연결하는 '커넥티드 카' 기술이다. 평소 보행자 신호등을 녹색으로 유지하다가 차량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적색으로 바꾸는 체계를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행자에게 무단횡단의 위험성을 자연스럽게 알리고 사고를 미리 막는 효과를 노린다.

도시의 핵심 동맥이 될 물류 체계는 지상과 지하를 아우르는 입체 구조로 설계했다. 지하에는 약 100m 사방의 순환 도로를 중심으로 모든 건물과 연결하는 거대한 물류망을 구축했다. 자율주행 로봇이 이 지하망을 통해 각 가정에 택배를 배송하고 쓰레기를 수거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지상에는 1인용 이동수단인 '퍼스널 모빌리티' 전용 도로도 따로 마련해 도시 안 이동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였다.

'미완성 도시' 표방…외부에 문 활짝 연 '공동 개발의 장'


우븐 시티는 토요타만의 폐쇄적인 실험 공간이 아닌, 외부 협력사와 함께하는 '초대형 열린 실험실(오픈랩)'을 지향한다. 로켓 개발 신생기업인 '인터스텔라 테크놀로지스'가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도시 안에서 직접 로켓을 시험하는 대신, 참여 과정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인 토요타의 생산 방식과 문제 해결 비법을 습득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다이킨 공업(공조), 닛신 식품(식품), UCC 재팬(음료) 등 다른 산업의 기업들과 조신카이 홀딩스(교육)가 협력사로 합류했다. 이처럼 우븐 시티는 일본 안팎의 첨단 벤처와 기존 산업, 학계가 함께하는 '공동 개발의 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토요타는 앞으로도 개인, 신생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 다양한 주체를 대상으로 참여자를 계속 모집할 방침이다. 이번 1단계 개장을 시작으로 도시를 점차 넓혀, 미래에는 2000명 이상이 거주하는 도시로 키운다는 장기 구상도 세웠다. 2026년부터는 일반인 방문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븐 시티는 완공된 도시가 아닌,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하는 '미완성의 도시'를 지향한다. 단순한 '이동'의 혁신을 넘어 '에너지, 정보, 물류, 복지, 환경'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도시 혁신 모델을 실증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다.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의 전환이 빨라지며 기존 자동차 산업의 문법이 파괴되는 격변의 시대에, 우븐 시티는 토요타가 제시하는 미래 생존 전략의 핵심이다. 구상 발표 5년 만에 첫발을 내딛는 이 거대한 실험은 토요타의 사업 모델이 어떻게 진화할지를 보여주는 잣대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