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안갯속 대미 반도체 전선] K반도체, 트럼프 압박에도 美 사업 '이상 무'

글로벌이코노믹

[안갯속 대미 반도체 전선] K반도체, 트럼프 압박에도 美 사업 '이상 무'

반도체 수출 꾸준히 증가…美 고객사들, 사실상 대안 없어 관세 부과해도 수요 지속
모건스탠리, 5개월 유지하던 반도체 비관론 변화…수요 증가에 가격인상 가능성 거론
5월 대만 컴퓨텍스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SK하이닉스 부스 제품에 남긴 사인.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5월 대만 컴퓨텍스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SK하이닉스 부스 제품에 남긴 사인.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분야에 관한 관세 인상 압박에도 국내 반도체 업계는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반도체 1위 시장을 놓칠 수 없는 데다 미국 고객사들도 국내 기업 외에 사실상 대안이 없어 관세 인상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지속적인 반도체 관세 인상 압박에도 반도체 수출은 꾸준히 늘면서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은 9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7.0% 증가했다.

수출 효자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도 순조롭게 수요가 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퀄테스트(품질검증)를 통과해 HBM3E 제품 공급을 확정한 데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HBM4 고객사 확대에 집중하는 추세다.

이 같은 분위기는 관세 인상 압박을 지속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통상 관세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 기업들의 수요 감소 등이 동반되지만 반도체 업계만은 수요가 늘면서 매출도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사실상 독점 구조에 가까운 반도체 업계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 고객사들이 구입을 고려할 수 있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정도다.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 제품을 사용해도 생산 물량의 한계가 있는 만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현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날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AI) 관련 서버와 모바일 D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올해 4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9%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5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반도체 시장의 비관론을 견지해 왔지만 수요가 늘고 있다고 주장을 뒤집은 것이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향후 전망을 밝게 봤다.

글로벌 AI 시장 80%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메타·구글 등 AI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즐비하다는 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시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고 해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AI데이터센터 등으로 HBM을 비롯한 메모리와 낸드 수요도 꾸준하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