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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격랑속 K산업] 미·EU·일본 '규제 3각 공세'…한국 산업 전방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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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격랑속 K산업] 미·EU·일본 '규제 3각 공세'…한국 산업 전방위 압박

미국 관세 지연·EU CBAM 본격화·日 반도체 자립화가 복합 부담
자동차·반도체·철강·배터리 줄줄이 타격, 통상 전략 재정비 절실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유럽연합(EU)·일본이 동시에 통상 규제와 산업 정책을 강화하면서 한국 주력 산업이 압박을 받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철강, 배터리 등 주요 수출 품목이 모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말 한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당초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지만, 발효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2024년 한국산 차량의 대미 수출은 약 140만대로 수출액은 400억 달러 수준이다. 전체 자동차 수출의 절반을 미국시장에 판매했다. 이런 시장에서 일본과 EU 제품은 이미 조정됐지만 한국산은 여전히 고율 적용을 받고 있어 경쟁에서 불리하다고 지적한다. 관세가 유지되면 현대자동차·기아뿐 아니라 철강·배터리 등 수출 비중이 큰 산업 전반의 가격 경쟁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도체 분야 역시 미국 시장에서 악재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미국 행정부가 여전히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견제를 늦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텍사스에 약 450억 달러를 투입하며 최대 64억 달러 보조금과 25억 달러 세제 혜택을 신청했고,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에 38억7000만 달러를 투자해 4억5000만 달러 규모 보조금을 확보했다. 하지만 지원은 중국 내 신규 투자 제한, 시설 데이터 제공 등 조건이 뒤따르며, 숙련 인력 확보와 비자 규제도 부담으로 남아 있다.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비자 문제도 해결하기 쉽지 않다. 이달 초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사 현장에서는 파견된 한국인 근로자 수백 명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불법 체류 의혹으로 일시 구금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해소됐지만, 인력·비자 문제가 대규모 투자 과정의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부각되며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U는 2023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전환기 보고를 시행 중이며 2026년 본격 과금에 들어간다. 한국 철강 수출의 11%가 EU향인 만큼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 10조 원 이상을 들여 저탄소 제철과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EU는 지난 7월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 관세를 부과했으며, 한국산에도 규제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EU에서의 국내 제품 경쟁력에 타격 우려가 나온다.

일본은 한일 관계 개선 이후 배터리 협력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반도체 자립화에는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 누적 9200억 엔 이상을 지원했고, 추가 증액으로 총 1조7000억 엔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라피더스는 2027년 2나노 공정 양산을 목표로 IBM, ASML 등과 협력 중이다. 업계는 일본의 행보가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산업계는 미국의 보조금 규제, EU의 환경 규범, 일본의 기술 자립화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한국 주력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전문가들은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통상 전략과 현지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