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자국의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이자 세계 1위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업체인 기업 CATL 인력 2000명을 스페인에 파견해 대규모 공장 건설에 투입하면서 유럽 내 ‘중국 의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단순한 투자 유치가 아니라 핵심 기술과 설비 설치를 중국 인력이 직접 맡음으로써 유럽 자동차 산업이 오히려 중국의 기술과 인력에 종속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CATL, 스페인 공장 건설에 2000명 파견
FT에 따르면 CATL은 유럽계 글로벌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스페인 사라고사 인근에 40억유로(약 5조9800억원)를 투입해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 본사 소속 직원 2000명을 교대로 파견해 건설과 설비 설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는 유럽 주요국에서 진행된 중국 산업 프로젝트 가운데 전례 없는 규모다.
현지 노조 측은 CATL이 핵심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현지 인력 대신 자국 기술자를 투입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다만 CATL은 독일 공장 사례처럼 운영 단계에서는 스페인 근로자 3000명을 채용해 생산을 맡기겠다고 설명했다.
◇유럽 내 불안감 고조
FT는 CATL의 이번 행보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략, 즉 ‘중국의 첨단 제조업을 자립화하면서 해외는 중국 기술에 의존하게 만드는’ 구상과 맞닿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대만 해협 충돌 같은 극단적 상황에서도 중국 경제가 버틸 수 있도록 지식재산권을 철저히 통제하는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스페인 보수 야당인 인민당(PP)은 이번 프로젝트를 지지했지만 극우정당 복스는 “중국에 기술과 자금을 모두 빼앗길 위험”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스페인 정부와 지역 업계는 “내연기관 중심의 산업 기반을 전동화 시대에 맞게 전환하기 위해선 중국의 기술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EU 차원의 규제 필요성
전문가들은 CATL과 같은 중국 기업들이 현지 공급망보다는 자국에서 들여온 자재와 인력에 의존하는 관행을 지적하며 EU 차원의 통일된 규제가 없다면 회원국들이 개별적으로 중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도한 경쟁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FT는 스페인이 EU 내 중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기술 이전 거부와 전략적 의존도 심화라는 딜레마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