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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메드테크 인튜이티브, H-1B 채용 중단…트럼프 행정명령에 美 실리콘밸리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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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메드테크 인튜이티브, H-1B 채용 중단…트럼프 행정명령에 美 실리콘밸리 ‘패닉’

게리 거트하트 인튜이티브 서지컬 회장. 사진=인튜이티브 서지컬이미지 확대보기
게리 거트하트 인튜이티브 서지컬 회장. 사진=인튜이티브 서지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H-1B 비자 신청에 10만 달러(약 1억4100만 원)의 신규 수수료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미국 기술업계 전반이 혼란에 빠지고 있는 것으로 우려됐다.

◇ 인튜이티브, H-1B 신규 채용 잠정 중단


27일(이하 현지시각)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메드테크 대기업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최근 낸 채용 공고 100여 건에서 “최근 행정명령으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H-1B 비자 스폰서십이 필요한 지원자에 대한 고용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최소 침습 수술용 ‘다빈치’ 로봇의 제작업체로 유명한 이 회사는 전 세계 직원이 1만3000명이 넘으며 지난해 매출은 80억 달러(약 11조2800억 원), 시가총액은 1500억 달러(약 211조5000억 원)에 달한다.
인튜이티브는 지난 2009년 이후 1500건 이상의 H-1B 비자를 스폰서해왔는데 이번 조치는 단순히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뿐 아니라 글로벌 대기업에도 직격탄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적했다.

◇ 美 기술업계 전반 확산되는 우려


ABC뉴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가 미국의 기술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전미정책재단(NFAP)의 스튜어트 앤더슨 전무는 “10억달러 규모 이상 스타트업의 절반 이상은 최소 한 명의 이민자 공동창업자가 있다”며 “이들 기업이 수천 개의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해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미 이민귀화국(INS) 고위직을 지낸 인물로 “고숙련 인력을 미국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면 지배적인 경제를 유지할 기회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코넬대 산하 첨단기술 대학원 코넬테크의 그렉 모리셋 학장은 “대기업은 추가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지만 스타트업에게는 치명적”이라며 “이번 수수료 인상은 신생 기업들의 성장을 막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같은 글로벌 기업도 H-1B를 통해 성장했다”며 이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제도 혼선과 법적 쟁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가진 서명식에서 “이민의 목적은 미국인을 고용하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자국민 일자리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첫 신청자뿐 아니라 갱신 신청자도 포함된다”고 말했다가 실제 행정명령에는 신규 신청자만 해당된다고 백악관이 추가로 설명해 혼선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향후 법적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제레미 로빈스 미국이민위원회 전무는 “연방법은 이민국(USCIS)이 수수료를 처리 목적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변경할 권한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 장기적 파장 불가피


ABC뉴스는 이번 조치가 되돌려지더라도 이미 미국 내 기술 인재 유치에 부정적 신호를 줬다고 분석했다. 모리셋 학장은 “유학 후 창업을 고민하는 해외 인재들이 미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캐나다, 독일, 영국 등은 최근 미국의 비자 정책 강화로 발생한 인재 수요를 적극적으로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앤더슨 전무는 “작은 스타트업조차 해외 사무소를 두고 인재를 확보하려 할 것”이라며 이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와 반대로 미국 기술 산업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