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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의 역설…젠슨 황 “AI 시대, 수십만 전기·배관 기술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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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의 역설…젠슨 황 “AI 시대, 수십만 전기·배관 기술자 필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확산으로 전기·배관 등 전문 기술직 일자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전망했다.

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블루칼라 직종의 호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다.

황 CEO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영국 채널4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전기기술자·배관공·목수 등은 앞으로 해마다 두 배, 세 배로 늘어나야 할 정도로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경영전문지 포춘이 보도했다.

황 CEO는 “앞으로의 일자리는 ‘테크 브로’(실리콘밸리식 IT 인재)보다 전통적인 기술 인력에서 창출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운영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숙련공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이로 인해 경제 전반에서 ‘블루칼라 붐’이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엔비디아는 실제로 AI 인프라 확대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황 CEO는 최근 오픈AI와의 협력을 통해 자사 AI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센터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1억 달러(약 138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킨지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자본지출 규모는 2030년까지 7조 달러(약 96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계 분석에 따르면 25만 평방피트(약 2만3225㎡) 규모의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최대 1500명의 건설노동자가 투입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연간 10만 달러(약 1억3700만 원) 이상을 벌 수 있고 초과근무 수당까지 포함할 경우 수입은 더 늘어난다.

완공 이후에는 약 50명의 상근 인력이 시설을 관리하지만 이러한 일자리는 주변 지역에서 평균 3.5개의 추가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포춘은 전했다.

황 CEO의 발언은 다른 글로벌 기업인들의 우려와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블랙록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는 지난 3월 한 에너지 콘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AI 데이터센터를 지을 전기기술자가 부족하다”며 백악관에 직접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짐 팔리 포드자동차 CEO 역시 “미국이 리쇼어링(제조업 복귀)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뒷받침할 인력이 없다”면서 “의도는 좋지만 실행을 담보할 인력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현재 60만 명의 제조업 인력과 50만 명의 건설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황 CEO는 젊은 세대에게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만약 내가 지금 스무 살이라면 소프트웨어보다는 물리학이나 공학 같은 ‘물리적 기술 분야’를 공부했을 것”이라며 향후 성장 기회가 디지털보다는 물리적 인프라에서 더욱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