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기존 9만 원에서 11만5000원으로 27.7% 올렸다. 이는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제시한 11만1000원보다도 4000원 높은 수치다.
이날 삼성전자는 2.5% 상승한 8만6000원에 거래를 마감한 가운데 장중 한때 연중최고가에 바짝 근접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3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3.2% 증가한 84조4000억 원, 영업이익은 116.3% 급증한 10조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만 6조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실적 부진 원인으로 지목됐던 파운드리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우려가 완화 구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크다. 이날 SK하이닉스의 경우 3.6% 상승한 36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한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기존 38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SK증권 역시 48만 원을 제시하며 '어닝 서프라이즈(예상을 뛰어넘는 실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인 HBM4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안정적인 HBM 매출과 함께 범용 메모리 부문의 실적 개선이 더해지며 증권가의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는 38조7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4% 늘었다. HBM은 AI 연산에 필요한 초고속 메모리로,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 주가 상승세도 가파르다. 지난 한 달 동안 SK하이닉스 주가는 코스피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역시 20.37% 올랐다. 두 회사 모두 코스피 평균을 2~4배 상회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증시를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의 강세는 그룹주 전반으로 확산되며 관련 펀드와 ETF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그룹 전반의 회복세에 베팅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테슬라,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 확보로 파운드리 부문 개선이 기대된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엔비디아향 HBM 납품 전망까지 더해져 중장기 성장 모멘텀이 충분하다는 진단이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 없이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사업으로, 삼성전자가 대만 TSMC를 추격하고 있는 분야다.
반도체 수출 호조도 업황 개선을 뒷받침하고 있다. 9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은 659억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2.7% 증가하며 3년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전년보다 22% 늘어 두 달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D램 수출은 40%, 낸드 수출은 13%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3분기 말 글로벌 D램 재고는 평균 3.3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슈퍼사이클 당시 수준과 맞먹는다. 재고가 줄어든다는 것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는 의미로, 가격 상승과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빅테크들의 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가격 반등세가 겹치면서 증권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을 모두 10조 원 이상으로 추정하는 배경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슈퍼사이클 수혜주'로서 장기간 모멘텀을 확보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한투자증권 김형태 연구원은 "HBM 시장 진입에 대한 우려가 줄어드는 가운데 범용 메모리 업황까지 회복되고 있어 실적과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상승하는 구간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펀드매니저들도 주주환원 정책과 금융 계열사 지분 매각 가능성까지 더해져 삼성그룹 전반의 주가 반등 여력이 크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이는 주가 상승의 또 다른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AI 투자 확대, 로봇 산업 육성 등 정부 정책 기조가 반도체 업황 회복과 맞물리며 양대 반도체 기업의 주가를 떠받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반도체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각종 세제 혜택과 인프라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정책적 뒷받침도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 가능성, 글로벌 관세 변수 등은 여전히 주의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규제가 강화될 경우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한 최근 가파른 상승세로 단기 과열 논란도 일부 제기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사이클에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쌍두마차로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두 회사가 기술력과 생산 능력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하고 있어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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